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⑦

국민 주택 규모인 84m²의 거실. 가장 공공의 성격이 강한 공간. 방문객을 맞이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이나, 주택의 중심에 있어서 프라이빗을 침범 받기 쉬운 평면.
국민 주택 규모인 84m²의 거실. 가장 공공의 성격이 강한 공간. 방문객을 맞이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이나, 주택의 중심에 있어서 프라이빗을 침범 받기 쉬운 평면.
6M×6M×6M 주택. 선택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거주영역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개념. 벽체와 슬릿창으로 차단과 소통을 조절.
6M×6M×6M 주택. 선택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거주영역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개념. 벽체와 슬릿창으로 차단과 소통을 조절.

친해지고자, 혹은 친해졌기에 프라이빗 공간을 과감하게 공개하고 소개하는 문화가 있다. 집들이. 혹은 오픈 하우스.

몇일 전, 오며가며 여러 번 마주치고 이야기가 참 잘 통하는 이웃분께서 차 한잔 하자며 집으로 초대해주신 적이 있다. 전 세계적 대유행 전염병을 핑계로 오랜 지인들의 초대에도 완곡하게 여러 번 거절한 터라, 마지막으로 다른 댁에 방문한게 도대체 언제였었나 울컥하는 마음과 함께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게스트 룸을 별도로 할애 할 만큼 손님 치르기를 좋아 한다지만, 현재의 특수한 상황을 차지(遮止)하고서라도 가까운 과거에 비해 타인을 집에 초대하는 빈도나 규모가 참 많이 줄었다. 큰 맥락에서는 개인주의와 핵가족화 등의 문화적 변화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고, 건축적으로는 공동주택이라는 거주형태의 대중화와 전문화 된 상업 공간의 등장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리고 복합 다양한 이유와 계기 만큼이나 집에 대한 인식도 다변화 하고 있다.

다수의 국민이 거주 중인 격자형 공동주택은 이웃에게 소음이 전달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체이며, 사실상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어 버리는 형태이다. 그로 인해 웃고 떠들며 북적거리는 문화를 맘껏 즐기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주인장과 객식구의 거취가 서로에게 노출되기 쉬워서 신경 쓰이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몇몇 건설사에서는 이런 실정을 고려하여, 단지 내에 게스트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단기 임대용 호실을 부대시설의 일환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등장한 신식 사랑방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과거의 전통 주택은 대외적 성향의 활용도가 높았다. 잔치와 의례, 그리고 놀이를 포함한 각종 공공의 행사를 진행하였고, 자급자족형 생산활동을 위해서 여러 교류를 맺는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 되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현재에는 예식장, 장례식장, 숙박시설, 문화시설 등의 상업시설이 등장하여 과거 주택의 각종 기능을 대행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은 길 가던 나그네가 '이리 오너라.'하며 운을 떼고 낯선 이의 집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 없다.

언제든, 어디서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할 수 있는 은 시대에 맞추어 새로이 진화하고 계속해서 분화되고 있다. 주택 내에서 공공의 성향이 강한 사랑방과 마당의 개념은 점차 줄어들었지만, 개인적인 면모는 대폭 증대 되었다. 국민 주택 규모의 아파트만 보더라도 집의 중심이 되는 거실을 가운데 두어서 각 실과의 연계가 용이 하도록 하였다. 이는 전통 건축에 비해 외부인의 응접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이지만, 거주자의 화합을 도모하거나 개인의 다양한 생활을 향유하는 공간으로는 유리할 수 있다.

내 집은 작금년에 특수한 상황을 겪으며 개인적 성향이 짙어지는 양상으로 가속도가 붙었고, 홈 루덴스¹(Home-Ludens)의 등장으로 가가호호 각자의 향취가 채워지고 있다. 주거 공간은 생활의 중심이 되고, 쉘터와 휴식처의 역할을 살뜰히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집 안에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나만의' 멀티 기능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서재, 미디어 룸, 홈트레이닝 룸, 등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일례인 것이다. 결국, 주거공간은 공공성과 개인성이 조율 되었을 뿐 여전히 상상 그 이상의 복합 공간인 것이다.

모 아파트 브랜드에서는 단지 내에 작은 규모이지만 고급형 영화관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호모 루덴스를 넘어서 홈 루덴스로 진화 중인 현재형 인간을 발 빠르게 이해하고 대응한 건축 행위가 아닌가 싶다. 집순이 집돌이에게는 입안이 달달해질만큼 반가운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입도 달다.


각주 1: 호모 루덴스(Homo-Ludens): ‘놀이하는 인간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집에서 놀이 하고 즐기는 사람.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이건축/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SLK 건축사사무소/현) 건축 짝사랑 진행형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이건축/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SLK 건축사사무소/현) 건축 짝사랑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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