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 올해의 첫 삽을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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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올해의 첫 삽을 뜨다
  • 최윤애 시민전문기자
  • 승인 2021.04.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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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52
온 가족이 나서는 6평 남짓 텃밭에는 올 한해 먹을 우리집 먹거리가 풍성히 열리는 곳이다.
온 가족이 나서는 6평 남짓 텃밭에는 올 한해 먹을 우리집 먹거리가 풍성히 열리는 곳이다.

관내 주민을 위한 텃밭이 오늘 개장했다. 2월 중순, 아이 둘을 등원시키고 부랴부랴 주민센터로 달려가 44번째로 접수한 텃밭이다. 일 년간 집 근처에 위치한 텃밭 6평을 분양받는데 드는 비용이 3만 원이니 수확하는 작물에 비하면 매우 사소한 금액이라 말할 수 있다.

4월 첫 주말에 개장 예정이나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하여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것이고, 특히나 농사 3년차인 남편은 늦어도 4월초에는 감자를 심어야 된다며 발을 동동 굴렀으니 더욱 반가운 개장이다.

텃밭 등록 후 배정받은 44번 표지를 찾아가보니 운 좋게도 가장자리에 위치한 널찍한 곳이다. 입구와도, 수도와도 가깝고 밭 경계를 끼고 있어 옥수수처럼 키 큰 작물을 심기에도 좋은 곳, 말을 하는 남편의 목소리에 만족감이 묻어났다.

밭마다 퇴비 4포대와 호미가 주어지고 삽과 네기, 물조리개, 멀칭비닐 등은 공용으로 비치돼 있었다. 장화를 신고 총출동한 우리 가족과 달리 간혹 운동화를 신은 초보 농부들이 눈에 띄었다. 2년 전 멋모르고 운동화를 신은 채 퇴비를 뿌리다가 흙과 소똥이 운동화와 양말까지 침투해 고생했던 남편은 그 때를 언급하며 짓궂게 웃었다.

남편이 첫 삽을 뜨고 내가 호미로 땅을 뒤집으며 돌멩이를 골라내는 동안 다은이와 다연이는 한 쪽에서 모래놀이 장난감으로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다.
남편이 첫 삽을 뜨고 내가 호미로 땅을 뒤집으며 돌멩이를 골라내는 동안 다은이와 다연이는 한 쪽에서 모래놀이 장난감으로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다.

남편이 첫 삽을 뜨고 내가 호미로 땅을 뒤집으며 돌멩이를 골라낼 때, 아이들은 한 쪽에서 모래놀이 장난감으로 열심히 땅을 팠다. 드문드문 남아있는 풀을 뽑고 흙으로 케이크를 만들고 땅 속에서 나온 지렁이와 공벌레, 커다란 굼벵이를 자세히 관찰하다가 때로는 날아다니는 나비, 흙 위를 기어가는 무당벌레를 호들갑스럽게 바라보는 아이들 곁에서 모두가 기분 좋은 날이었다.

그 사이 덩치 큰 남편은 일을 하며 땀을 한바가지나 흘리고 있었다. 이 더운 날씨에 기모후드티를 입고 오다니, 내 보기엔 (퇴비를 뿌리며 소똥이 들어갈) 운동화를 신은 그들보다 (땀으로 번들거리는) 남편이 더 안타까웠다.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아이들을 위해 준비해 온 음료를 내밀었다. 달게 마시는 아이들을 보며 엄마가 잘 챙겨왔지?” 생색을 냈다. 남편은 주최 측에서 준비한 생수를 서너 병쯤 마셨을 것이다.

우리는 밭 가장자리에 작년에 수확해 말려두었던 옥수수 씨앗을 심고, 한쪽에는 터널을 만들어 애호박, 오이를 심기로 했다. 또 옆쪽에 가지, 방울토마토, 고추를 심고 입구에는 상추, 시금치, 단배추 씨를 뿌리기로 정했다. 땅이 더 넓었다면 고구마, 감자, 땅콩, 양배추도 심었을 것이다(4월초에 심어야 된다는 감자는 지난주 시부모님이 시골 밭에 심었다).

남편이 퇴비를 뿌려 삽으로 땅을 갈아엎는 사이,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김밥과 샌드위치를 포장해왔고 이랑 정리가 끝날 즈음엔 반가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내일까지 이어질 단비가 우리의 일 년 농사를 축복해 주는 것만 같다.

땀 흘린 노동 후 꿀맛과도 같은 점심을 먹은 뒤, 이윽고 둘째가 낮잠을 자는 평화의 시간에, 나는 이 글을 쓰며 수확의 기쁨을 만끽할 순간을 그려본다. 풀을 뽑고 물을 주고 곁순을 따면서 정성을 들이면 자연은 수확물로써 우리에게 응답할 것이다.

흙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농부의 마음으로 이렇게 우리 가족은 올해의 농사를 시작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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