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약사의 ‘처방전 의약품’-⑦

해미 세선약국 약사
해미 세선약국 약사

 

진통제는 가장 흔히 처방되고 있고 모든 약물의 황제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진통제는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NSAIDs)’를 의미한다. 용어가 복잡하지만 ‘스테로이드 계열이 아닌 염증치료제’라고 해석하면 된다. 그런데 생뚱맞지 않은가. 진통제가 왜 염증치료제가 되는지. 역으로 생각하자면 염증치료제를 먹으면 진통효과가 있다는 뜻인데 신기할 따름이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통증의 근원을 차근차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 몸은 어딘가 손상당하게 되면 혈관을 넓혀 과량의 혈액을 보내 치료한다. 이때 감각신경이 과하게 자극받게 되는데 이것을 뇌에서는 통증으로 인지하게 된다. 그런데 그 매개체 역할을 하는 물질이 프로스타글란딘(PG)이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진통제는 프로스타글란딘이란 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때문에 진통제는 진통 작용만 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스타글란딘과 관련된 염증도 제거하고 해열 작용도 한다. 그래서일까. 진통제를 ‘진통소염제’, ‘해열진통제’라 칭하기도 하고 ‘진통해열소염제’라 부르기도 한다. 사실 다 동일한데도 말이다.

두통, 치통, 관절통, 생리통 모두 통증이다. 따라서 두통약, 치통약, 관절통약, 생리통약이 제각각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 몸 어디든 통증이 있다면 어떠한 진통제를 복용하더라도 약물 기전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이보다는 개인적 경험이 더 중요하다. 통증 부위에 따라 효과를 보았던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현재 처방되는 진통제는 이부프로펜,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나프록센, 덱시부프로펜, 멜록시캄, 쎄레콕시브 등 수십 가지다. 약물 메커니즘도 거의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반감기, 복용량, 위장장애, 부작용에서 찾을 수 있다.

이부프로펜과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은 비교적 오래된 약물인데 그만큼 효과나 안정성 등이 검증되었고 가장 기본적으로 쓰이고 있다. 타이레놀은 소염작용이 없으므로 염증을 가라앉힐 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간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간질환 환자는 소량 복용하는 것이 좋다. 최근 이부프로펜의 부작용을 확 줄인 덱시부프로펜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나프록센은 임상적으로 치통이나 관절염의 1차 치료제로 쓰인다.

한편, 멜록시캄과 쎄레콕시브는 주로 관절염에 쓰인다. 정말 잘 만든 약물이다. 이들을 COX-2 선택억제약이라고도 하는데 COX-1의 작용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몸 안에는 COX-1이라는 효소가 있고 이는 위장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대부분의 진통소염제가 COX-1을 억제하여 속 쓰림을 일으키는데 COX-2 선택억제약들은 COX-1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결국 위장장애 같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위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선택적으로 처방 가능한 약물이다. 이후 에토리콕시브(알콕시아), 폴마콕시브(아셀렉스) 등이 개발되었다. 외래어라 외우기 어렵다면 약 성분 이름 끝에 ‘-콕시브’라는 접미어가 붙으면 COX-2 선택억제약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끝으로 한마디만 더하자. 통증 자체는 우리 몸이 자가 치료하는 과정이며 건강한 상태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만일 통증이 불편하여 진통제를 먹는다면 우리 몸은 자가 치료를 중단할 것이다. 약의 도움을 얻어 치료는 계속하겠지만 우리 몸 자체의 적극적 개입은 어렵다. 한편, 진통제는 내성 발생률이 높다. 복용 초기에는 효과가 좋으나 복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효과는 서서히 줄어든다. 따라서 치통 때문에 잠을 설친다거나 두통 때문에 직장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때는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가볍거나 일시적인 통증은 약의 도움 없이 참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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