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 실전-⑦

장하영 장기 프로
장기 프로 初단 장하영

수(手)읽기는 장기를 포함하는 모든 보드게임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포진, 모양, 전술, 전략 모두 수읽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물론 기물의 기본적 행마를 알아야 수읽기도 할 수 있으니 구태여 따져본다면 행마가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은 수읽기라고 할 수 있겠다. 수읽기는 경험이 중요하다. 장기 고수는 초급자보다 혜안이 넓어서 짧은 시간 동안 노력을 적게 들이고도 많은 수를 읽고 좋은 수를 발견해 낼 수 있다. 수읽기에도 요령이 있으니 이에 대한 필자의 단상(斷想) 몇 가지만 소개하도록 하겠다.

1. 수읽기의 넓이를 인정하라.

사람마다 수읽기의 가로와 세로 깊이의 곱은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가로는 현 상황에서 둘 수 있는 기물의 가짓수를 의미하며 세로 깊이란 몇 번째 수까지 볼 것인가를 의미한다. 넓이는 일정해야 하므로 움직일 수 있는 기물의 종류를 모두 하나하나 고려하다 보면 내다보는 수의 깊이는 얕아질 것이다. 그 반대로 움직일 기물을 적게 선택하면 수의 깊이를 깊게 내다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수 대부분은 대부분의 유의한 기물을 7~8수 정도는 내다보고 둔다. 그러나 초급자는 이 넓이가 좁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물을 2~3수까지 연습하며 깊이를 넓혀가는 것이 좋겠다.

2. 상대방이 둔 의도부터 파악하라.

지극히 기본적인 원칙인데 대부분의 대국자가 자주 잊는 원칙이기도 하다. 장기는 결국 수(手) 싸움 아닌가. 상대 대국자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특별한 의도가 없는 수(手)처럼 보여도 대국자 자신이 모르는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급자 실력의 대국자라면 종종 함정 수(手)를 두기도 한다. 따라서 상대방의 행마에 대해 그 의도를 간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차렸다면 이에 응전하는 것을 중심으로 본인 기물의 수읽기를 하도록 하자.

3. 현 상황에서 본인이 둘 수 있는 첫 수는 모든 경우를 다 따져봐라.

본인 진영의 수읽기를 할 때는 일단 첫 수(手) 이내의 모든 경우의 수를 헤아려 보도록 한다. 혹자는 감각적으로 둘 수 있는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고도 하는데 이는 충분한 수(手)읽기 경험이 쌓였을 경우나 가능하다. 우리가 글자를 보는 순간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읽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장기 고수들은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무의식적으로 기물의 행마를 읽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행마를 헤아리다 보면 생각지 못했던 좋은 수를 발견하기도 한다.

4. 묘수

장기나 바둑 대국 중 무리해서 수를 내야 할 때가 있다. 소위 묘수(妙手)를 찾는 것이다. 비꼬자면 일종의 ‘꼼수’이다. 묘수 단 한방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으니 좋아 보인다. 그러나 묘수는 없는 것이 좋다. 묘수를 냈다는 것 자체가 대국이 비세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만일 국면이 유리했다면 묘수를 찾을 까닭이 없었을 것이다. 유리할 때는 대국을 묘수 없이 안정적으로 이끌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묘수는 재미있다. 평균적으로 한 판의 대국에서 묘수 2~3개는 나온다. 기존 틀에 구속되지 않고 의미가 없는 수순으로 보여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3수 이내의 대부분 수를 모두 생각해 보면 생각지 못한 묘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시간제한이 시간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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