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최병부(서산시 남부순환로)
최병부(서산시 남부순환로)

아련한 지평선 너머엔 새봄이 머뭇거리고, 세찬 한파가 마지막 내리막길을 달리는 이때 메마른 대지 위에도 봄이 움트고 있다.

봄은 하늘에서 조용히 내려오기도 하고 땅에서 솟아오르기도 하고 부드러운 바람결에 실려 오기도 한다.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순국선열의 희생정신을 기리며, 삼일공원을 찾은 지도 벌써 41년이 되었다. 삼일공원은 민족대표 33인 중 충북 출신 독립운동가 손병희 선생 외 네 분의 동상이 있는데 이 분들은 모두 3.1운동 때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하신 분들이시다.

당시 약혼 한지 얼마지 않은 우리 내외와 절친한 부기 친구 내외가 만났던 장소다. 2022222일 낮 222분에 42년 만에 우리 넷은 여기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때 당시 청순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그런 미소가 담긴 그녀의 목소리는 더없이 아름답고 총명하고, 순결하고 어디 한 구석 부족한 곳이 없는 완전한 사람들이라 믿었다. 이런 감정을 가지며 우리 넷은 석양이 뉘엿뉘엿 저가는 삼일공원을 여기저기 거닐며 사진도 찍고 즐거운 담소를 나눴었다. 날씨는 우리들의 사랑을 시샘이라도 하는 듯이 칼바람은 우리들의 겨드랑이를 매섭게 파고들었다.

인생은 너와 나의 만남이다. 우리는 만남 속에 살아간다. 꼭 한번 와야 될 것을 꼭 한번 가야 될 것을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며 여울진 정으로 철모르고 웃고 즐기던 날들을 가슴 가득히 떠 올리며 가슴속 깊은 이상을 향해 세월은 구름처럼 흘러갈 것이다.

시간은 처음과 끝을 알 수 없는 커다란 강과도 같고 인생은 그 위에 조각배를 띄운 것과 같을 것이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단 한번 만의 인생이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는 겸허하여야 하고, 성실하여야 하며, 설정된 목표를 향해 온 힘을 다하여 한다.

세상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독립운동가와 삼일공원의 나무들을 생각할 것이다. 순간이 순간으로 사라진다 해도 약속은 약속만을 위해 우리를 오랫동안 기다릴 것이다.

시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물 흐르듯 흐르고 있지만 세상은 영원히 변함없이 흘러갈 것이다.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은/ 아마도 함께 미래의 시간 속에 존재하고/ 미래의 시간은 과거의 시간 속에 있는 것/ 시간이 온통 끊임없이 존재하는 것이라면/ 시간은 전혀 살 수가 없어라하고 영국의 외교가였던 T.S 엘리어트는 시간관념을 이렇게 시로 표현하였다.

과거가 없다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는 곳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인생의 끝이 언제가 될런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남은 여생을 보람 있고 멋진 노년의 삶을 살기 위해 약속은 약속만을 반듯이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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