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모라 생각하면 아무리 속상한 것도 봄 눈 녹듯 다 사라져요

김춘옥 요양보호사(재가방문요양센터인 효드림)
김춘옥 요양보호사(효드림 방문요양센터)

미세먼지가 유난히 하늘을 뒤덮었던 15일, 미용실 원장님으로 40년 동안 사랑방 같은 미장원에서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일하던 어느날 은퇴와 동시에 제2의 삶을 살고 계시는 김춘옥 요양보호사를 만났다.

“지금까지 일했으니 여행이나 다니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퇴직하니 너무 무료한 거예요. 그래서 소일거리나 해보자는 생각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죠. 오랜 기간 미용 일을 하다가 갑자기 다른 분야에 도전하려니 처음에는 막막했지 뭐예요. 무엇보다 이 일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요.”

김춘옥 요양보호사는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수없이 던졌다고 했다. 그러던 찰나, 서산시 서령로 4에 있는 효드림 방문요양센터에서 어르신 두 분을 돌보게 됐다. 부부인 어르신 대상자는 안타깝게도 모두 중증 치매를 앓고 계셨는데 그녀는 처음 몇 번 방문 하여 식사도 챙기고, 복약지도도 하고, 청소도 해드렸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참 살갑게 대했다고 생각했는데 서운하게도 갈 때마다 제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시고 처음 보는 사람처럼 경계하시지 뭐예요. 낯선 사람이 당신 집에 와 있는 게 탐탁지 않으셨던 거죠. ‘어서 집에 가라’고 ‘필요 없다’고 면박을 놓을 때는 ‘내가 뭐하러 이러고 있나?’ 속도 상하고 보람은커녕 회의감마저 느꼈어요. 몇 번이나 그만둘까 하루에도 여러 번 고민에 빠졌답니다.”

친정부모님이라 생각하면 그냥 마음이 짠해진다는 김춘옥 씨
친정부모님이라 생각하면 그냥 마음이 짠해진다는 김춘옥 씨

어르신 부부의 치매 환자를 처음 대상자로 맡아

내 부모님이라 생각하니 어느날 문득 가슴으로 다가와

어르신들에게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던 때가 돌본 지 한두 달이 지났을 때였다는 김춘옥 요양보호사. 어르신의 보호자분들이 수도권에 거주하다 보니 제때 식사나 치매약 등을 챙겨 드시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특히 잘 씻지 않아서 냄새가 무척 많이 났다. 김춘옥 요양보호사는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리며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우리가 어디 하늘에서 어느날 뚝 떨어진 것이 아니잖아요. 부모 없는 분이 어딨어요. 금이야 옥이야 우리를 기르시고 가르쳤는데 결국은 병들어 이렇게 자리를 보전하고 계시잖아요. 비록 저 보고 ‘가라’고 하시지만 그래도 이분들은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우신 우리 모두의 부모님들 아니겠어요.”

마음 한번 바뀌자 서운하던 감정이 봄눈 녹듯 사라졌다는 김춘옥 요양보호사. “매일 가서 식사와 약을 챙겨드렸어요. 씻겨 드리고, 청소도 하고, 미용을 40년간 했던 실력을 발휘하여 머리도 깔끔하게 깎아 드리고요. 지저분하던 집은 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하여 깨끗하게 도배도 해드렸어요. 더 감사했던 것은 이런 전반적인 사항을 아시는 효드림 방문요양센터 직원분이 오셔서 불이 들어오지 않던 전등을 모두 갈아 줬어요.

모든 분들이 앞장서서 어르신들을 종합적으로 돌보아 드렸지요. 이런 것을 두고 세상은 참 살만하다고 하나봐요. 그때는 진짜 보람 있었어요. 우리 두 어르신 부부가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제가 다 뿌듯했다니까요. 그때는.”

마르고 지저분했던 두 분 얼굴에 어느새 살도 조금씩 올라오고, 무엇보다 깨끗함은 물론이거니와 피부색도 얼마나 뽀얘졌는지 표정까지도 밝아지셨어요. 저를 바라보는 두 분 표정이 딸을 쳐다보는 표정과 흡사 닮았다니까요.”

그녀는 얘기를 이어가면서 연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마음 한번 바꾸니 아무리 싫은 표정을 지어도 다 예뻐 보이고 다 감사해지더라고요.”

어르신 몸의 피부병이 세상에나 대상포진이라니…

삼박자의 발 빠른 대처에 건강 되찾아 안도감

어느날 할아버지를 씻겨 드리다가 몸과 얼굴, 등에 피부병을 발견한 김춘옥 요양보호사. 그녀는 단순한 피부병이라면 다행이지만 ‘혹시 대상포진이라면?’이란 생각이 들자 갑자기 심각해졌다며 그때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깜짝 놀라 먼저 센터장님께 보고를 드렸어요. 제 전화를 받으시고는 즉시 저와 함께 어르신을 피부과에 모시고 가서 진료를 받으셨어요. 예상대로 단순 피부병이 아닌 대상포진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대상포진이라는 질환의 특성상, 질환이 발생한 후 72시간 안에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 대요. 우리 어르신은 다행히도 질환이 발생한 후 24시간 이내에 진료와 치료를 함께 받게 되어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았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요. 의사 선생님께서도 제 시간 안에 도착해야 치료가 쉽다 하더라고요.”

김춘옥 요양보호사는 “어쩌면 두 어르신과 저는 전생에 딸과 부모님으로 만나지는 않았나 모르겠어요.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연대가 맞을 리 없잖아요”라며 활짝 웃었다.

그녀는 대상포진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겠다며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숙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 어르신들에게는 정말 무서운 병이 바로 대상포진이랍니다. 피부에 포진뿐만 아니라 바이러스로 인하여 실명, 뇌 질환 등이 일어날 수도 있고, 심할 때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래요.

현재 우리 어르신은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신 상태예요.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답니다. 이 모든 것은 저희 효드림 방문요양센터 센터장님의 신속한 대처와 의료진의 친절한 치료 덕분에 2~3일 만에 호전된거지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 꼭 전합니다.”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이 상당히 보람된 직업

“어르신들이 웃으면 저는 밥 안 먹어도 배불러요”

김춘옥 요양보호사는 이번 사례를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을 할 때나 어떤 사안에 대하여 항상 문제의식을 느끼고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때 제가 어르신 몸을 예사로 보고 넘겼다면 어땠을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그녀는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이 상당히 보람된 직업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지저분하고 마르셨으며 어두운 표정의 어르신들이 자신이 제공하는 보살핌 덕분에 청결해지시고, 보기 좋을 정도로 체중이 적당히 늘며 무엇보다 표정이 밝아진 것을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런 말 있잖아요.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 저는요. 어르신께서 대상포진으로 위급할 수도 있었던 상황을 제 판단으로 신속하게 대처하여 건강을 지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너무 뿌듯합니다. 특히 요양보호사로서의 소명의식도, 이 일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도 느끼고요.”

김춘옥 요양보호사는 인생 2막에서 다시 만난 요양보호사란 직업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요양보호사 일을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받아들이면 절대 말리고 싶어요. 봉사 정신이 없으면 안 돼요. 무엇보다 내 부모라는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진심 어린 마인드가 있어야 해요. 저는 그런 사람들만이 이 길로 오실 것을 강력히 추천해 드려요.”

그녀는 활짝 웃으며 “있잖아요. 저 미용인으로 40년 살 때보다 지금이 훨씬 보람 있고 행복해요”라고 했다.


그녀의 하루하루가 늘 건강으로 단단하게 채워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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