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사람】신현동 서산시소상공인연합회 상임이사

신현동 서산시소상공인연합회 상임이사
신현동 서산시소상공인연합회 상임이사

“소상공인들을 살려야 한다. 그들은 지금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밤잠을 설친다. 이대로 두다가는 근간이 무너진다. 대한민국의 절반은 소상공인들이다. 우리나라를 받치고 있는 분들이 무너지는데 나라가 온전하겠는가.”

지난 12일 만난 신현동 서산시소상공인연합회 상임이사는 차분한 음성으로 소상공인들이 반드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긴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 위기 중소기업은 ‘구조조정’

실직자는 ‘소상공인’ 대열에 합류

“사회 구조 자체가 소상공인이 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았다. 지금 현상만 보더라도 코로나로 중소기업이 위기에 처하면서 실직자들이 생겨나고, 퇴직금을 받은 그들은 먹고살기 위해 희망을 꿈꾸며 소상공인 대열에 합류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높아진 취업 문턱 또는 찾을 수 없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덤비는 것이 자영업자다.

그러다 보면 기존 상인들과 과도한 경쟁체계로 서로 제 살 깎아 먹기에 급급해지고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곳은 위기에 내몰리며 폐업을 할 수밖에 없으며 그나마 살아남은 상인들도 이미 내려간 가격을 올리는 방법이 없어 사실 상 인건비 만 겨우 버는 수준에서 그치게 된다. 통계청에서 발행한 ‘2019년 기업생멸행정통계’를 보면 매출액 5천만 원 미만 기업이 전체 활동기업의 49.8%를 차지하며 이 5천만 원에서 재료비와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나을 정도의 수준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화된다는 게 문제다.”

신현동 이사는 서산시소상공인연합회가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자신 또한 지난해까지 소상공인 대열에 있었다고 말했다.

“집사람은 내복가게를, 나는 건강원을 운영했다. 박람회를 다니며 해외로 가공품을 수출하려고 했는데 그 꿈이 물거품이 됐다. 그리곤 버티다 버티다 결국 두 개의 사업장을 접어야만 했다. 가게를 닫다보니 중고시장에 기계를 파는데 ‘저 기계 속에 꿈과 희망이 잔뜩 배어 있었는데 이제 끝이구나!’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

그때 기계를 가져가시는 분이 ‘지금 점포들이 워낙 많이 폐업하다 보니 가게에 중고기계들이 넘쳐난다’며 혀를 끌끌 찼다. 산더미처럼 쌓인 기계들이 누군가에게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전부였다 생각하니 남의 일이 아니듯 마음이 이상해졌다. 눈앞에서 멀어져가는 트럭을 보는데 우리 아이들 얼굴이 하나하나 새겨져 가슴이 아팠다.”

정부지원대출 급한 김에 받아썼지만 갚아나가는 게 문제

신현동 이사는 지금의 정책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아마도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자영업자의 기반은 부채다. 그런데 이 와중에 유례없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이들은 속수무책 구렁텅이에 빠져버렸다. 그러다 정부지원대출이 나왔고 급한 김에 받아서 근근이 붙잡고 이어가는 실정들이 하나같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장기화하는 코로나로 결국 도산을 하든지, 아니면 계속 이어가든지 둘 중에 하나가 이들의 운명이다. 어쨌든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금을 갚아 나가는 게 당면과제가 되다보니 하루하루 사는 게 용할 정도다.

여기에 제2금융권 부채나 고금리의 부채를 가지고 있는 자영업자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렇다면 취직을 해도 이자를 갚아 나가기에는 버거울 수밖에 없다. 뾰족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신 이사는 “안 돼도 문제지만 잘돼도 문제”라고 했다. 잘되면 집기류나 실내장식을 계속 바꿔줘야 하므로 ‘돈 벌어 인테리어 하다 보면 모든 게 쫑난다’는 말까지 등장했다고 했다. 결국 이런 현상은 대한민국 대부분의 현상이라며 혀를 찼다.

신도시 형성으로 기존 상권 몰살

나눠 가져도 될 텐데 정책적으로 문제 있어

신현동 이사는 “코로나라서 상가가 비었다고 하지만 그 이전부터도 상가는 비어있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온 것뿐이다. 물론 코로나가 증폭제 역할은 했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서산은 이전부터 살만한 곳은 살고, 그렇지 않은 곳은 이미 삐그덕 삐그덕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이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새로운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기존의 상권이 다 죽어버렸다. 같이 나눠 가져도 될 텐데 이것은 분명 정책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언성을 높였다.

서산시소상공인연합회에서 궐기대회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지만 윗선에선 도통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는 신현동 이사.

“이런 삶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이라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 이대로 계속 가다 보면 다 지리멸렬하고 만다. 그러고 나면 세수를 어떻게 감당할 거며 대한민국 반은 소상공인들이 먹여 살리고 있는데 이걸 알고 정책을 구상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신현동 상임이사는 “중추적인 이 문제들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현실적인 대책들이 시급히 나와야 할 것”이라며 나라 전체의 경제기반이 다 무너지려고 하는데 돈을 빌려준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라고 했다.

“코로나가 끝나도 불황은 장기화한다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자꾸 일각에선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확 어려워진 것이라고 하지만 계속 어려운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지금부터라도 소상공인연합회와 힘을 합쳐서 반드시 장기적인 플랜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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