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47

친정엄마가 ‘구피’를 분양해주면서 함께 하는 삶이 시작된 우리 집
친정엄마가 ‘구피’를 분양해주면서 함께 하는 삶이 시작된 우리 집

강아지, 고양이, 사막여우, 개구리, 달팽이, 공벌레 등 종을 가리지 않고 동물을 좋아하는 다은이를 위해 달팽이와 개구리를 잠깐 기른 적이 있다. 달팽이는 물과 채소를 공급하고 똥만 치우면 됐는데 환경이 적당치 않았는지 어느 날 생명을 멈추었다. 개구리는 살아있는 벌레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고 우리가 잠든 사이 채집통에서 탈출해 하루 만에 기겁하고 놓아주었다.

다른 생명체와 함께 살고 싶었다. 다수의 화분을 키우지만 움직임이 없는 식물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아이들은 강아지, 고양이, 토끼를 원했지만 감당하기 힘들었다(너희 둘 만으로도 충분해. 똥강아지들아).

어릴 적 금붕어를 키운 적이 있는 내 입장에서 만만한건 물고기였다. 아이들이 어항을 건드려 물이 쏟아지거나 유리가 깨지는 것이 걱정되어 미루고 있었는데 어느 날 친정엄마가 ‘구피’를 분양해주면서 함께 하는 삶이 시작되었다.

많은 일들은 계획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법이라 흔쾌히 구피 암컷과 수컷 2쌍, 인공 수초를 받아왔다. 급히 바닥재, 물고기 밥을 사고 집에 있던 원형 유리병을 세척했다. 다음날 깨끗이 씻어 말린 바닥재와 수초, 하루 동안 받아 둔 물을 어항에 넣고 귀여운 구피 네 마리를 쏙 투하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 집에도 물고기 친구들이 생겼다.

두 아이는 어항 앞에 옹기종기 모여 까치발을 들고 구피가 유영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감탄했다. 꼬리지느러미가 길고 알록달록 화려한 수컷과 특별한 무늬가 없어 수더분한 외모의 암컷. 지느러미를 살랑살랑 흔들며 이리저리 헤엄치는 모습이 꽤나 매혹적이다.

이웃에게 이끼 물고기 ‘안시’도 2마리 분양받았다. 치어라 아이들이 ‘아기물고기’라 불렀는데 어느새 안시는 구피만큼이나 커 버렸다. 숨바꼭질하듯 조용히 이끼를 빨아 먹는 주황색 안시. 아기물고기 안시 두 마리를 찾아내는 것은 아이들의 또 다른 재미였다.

그러다 물갈이를 하던 나의 실수로 안시 한 마리가 사라졌다. 부지불식간에 하수구로 떠나간 안시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발을 동동거렸다. 작은 생명을 다루는 일에는 조금 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함을 깨달으며 아이들에게 이실직고했다. 제법 너그러운 아이들의 태도에 안도하며 얼마 전 친정에서 구피 6마리를 추가로 분양받았다.

이제 어항은 제법 복작복작해졌고, 그 중에 배가 볼록하게 나온 암컷도 있다. 아침, 저녁으로 밥을 챙겨주며 물고기들과 정이 깊어간다. 때가 되면 구피가 새끼를 낳는 모습도 보고 싶다. 조용히 침묵하며 지켜보겠지만, 마음속으로는 얼마나 호들갑스러울까. 구피는 알을 뱃속에 품고 있다가 부화하면 비로소 새끼로 낳는다고 하니 더욱 궁금할 따름이다.

다은이는 어항을 보다가 가끔 이 말을 한다.

“엄마 외할머니한테 물고기 받아오길 참 잘 했어.”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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