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은 부작용 적지만 무조건 좋은 것 아닌...적당량 이상 먹으면 독약!

장하영의 ‘처방전 의약품’-④

1, 신약

신약 개발은 주로 치료하지 못하였던 병을 치료하는 효과·효능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저함량으로 동일한 효과를 누리는 방향으로도 개발된 사례들도 있다. 대표적인 일례가 H2길항제(위장약)인 시메티딘, 라니티딘, 파모티딘이다. 시메티딘은 개발되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아주 획기적인 신약이었다. 이후 라니티딘, 파모티딘이 개발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함량으로 충분한 효과를 누리게 되었다.

적은 함량을 복용하는 것이 어떠한 장점이 있을까?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약의 함량을 높여 복용하는 행위는 약의 부작용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짐을 의미한다. 역으로 얘기하자면 라니티딘, 파모티딘은 시메티딘에 비하여 부작용이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메티딘에 비하여 라니티딘, 파모티딘의 효과가 더 좋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복용량과 부작용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약의 작동 원리는 동일하다. 임상적으로 효과 차이를 느낀다면 개인 차이에 의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약국에서도 다양한 약물들을 구비하고 있고 병의원에서도 환자의 약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처방하는 것이다. 기존에 먹고 있던 약에서 충분한 임상효과를 누리고 있고 부작용이 없다면 구태여 바꿀 필요가 없다.

가성비란 말을 익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쉽게 말해 가격 대비 효과를 말한다. 이는 경제학에서 추구하는 가장 합리적인 소비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신약은 기존의 약물에 비해 가격이 고가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제적 부담이 크므로 신약을 선택할 때는 이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물론 신약을 무조건 배척해서도 안 된다. 기존의 약에서 충분한 효과를 누리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많을 경우 신약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기존 약물의 내성 문제라든가 생명의 연장과 간접적으로 관련되었을 경우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2, 독약

독약이란 무엇인가? 사실 독약(毒藥)’이라는 단어 자체에 답이 있다. 본시 ()’()’은 형태소이다. 각기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 자립한다는 말이다. 두 형태소가 합하여져 독약이 되었다. 따라서 독약을 해로운(Toxic) 약으로만 한정지을 수는 없으며 해로움과 이로움이 상존하는 양날의 검이라 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쓰기 나름인 것이다.

임상적인 면에서 은 시대에 따라 가늠선도 변하여 왔다. 과거에는 약리 성분 개념 자체가 생소하였고 분리기술도 없었다. 약과 독은 시각과 후각의 도움으로 판별하였을 뿐이다. 예를 들어 청산가리는 아몬드 냄새가 나지만 소금은 무취이다. 이런 식이라면 약과 독은 서로 배타적일 수밖에 없다. 서로 극명하게 갈리었다. 그러나 분석 기술이 진보하고 약물 기전이 소상히 밝혀진 현대에는 생화학적 측면에서 약과 독은 같은 위상(位相)에 지나지 않는다. 단지 용도와 복용량의 문제일 뿐이다.

약물학자들은 동물 시험을 통하여 대부분의 약에 치사량, , LD50 수치를 정하였다. 이는 반수 치사량이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해 실험동물(대부분 쥐) 절반을 죽일 수 있는 약물의 농도를 말한다. 수치가 높을수록 비교적 안전한 약이라 할 수 있으며 낮을수록 복용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약이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고 LD50 수치가 낮은 물질로는 보툴리눔을 들 수 있다. 흔히 보톡스로 알려져 미용의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지만 안전한 수준으로 희석하여 사용하므로 임상적으로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비타민도 LD50 수치가 정하여져 있으니 언제든지 독으로 돌변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약이든 과하게 복용하면 독약이라고 할 수 있다.

장하영 해미 세선약국 약사
장하영 해미 세선약국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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