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46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한후 장난감을 정리하곤 한다.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한후 장난감을 정리하곤 한다.

 

미니멀리즘 책을 처음 접한 건 2017년이었다. 이후로도 유사한 책을 몇 권 더 읽었고 책을 읽을 때마다 안 쓰는 물건을 일부 줄였다. 그러나 우리 집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물건 총량의 법칙이라도 존재하는지 빈자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물건으로 채워지기 마련이었다.

지난 연휴에도 정리에 관한 책을 한 권 읽었다. 역시 미니멀리즘에 해당하는 내용이었지만 내가 간과하고 있던 정리에 관한 팁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같은 종류의 물건을 여러 군데 나누어 수납한 것, 내가 안 입는 옷을 가족에게 주는 것(자매들이 많은지라 가끔씩 안 입는 옷을 서로에게 토스하는데, 12년 후 내가 줬던 옷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기도 한다)이 대표적이다.

책을 읽는 내내 당장 정리하고 싶은 생각으로 몸이 근질거렸다.

자매들이 많은지라 가끔씩 안 입는 옷을 서로에게 토스하는데 얼마전 둘째언니가 작아졌다며 보내온 옷을 다은이가 유난히 좋아하여 입고 있는 모습
자매들이 많은지라 가끔씩 안 입는 옷을 서로에게 토스하는데 얼마전 둘째언니가 작아졌다며 보내온 옷을 다은이가 유난히 좋아하여 입고 있는 모습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 있을 때 물건을 죄다 꺼내면 너무 분잡할거야. 내가 버리려는 것들을 못 버리게 말리는 경우도 생기겠지?’

솟구치는 정리욕을 도로 꾹꾹 눌러 담고 연휴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정리의 여신이 칼을 빼들 시간이 도래했다. 요이 땅!

말끔하게 정돈된 상태를 좋아하지만 현실은? 언제 쓸지도 모르는, 만약을 위해 모셔둔 물건이 차고 넘치는 상황. 100리터 봉투 한가득 옷가지들을 버렸다. 책장을 가득 메운 책들 중 40여권을 추려 다른 사람에게 줬다. 씽크대와 주방 베란다에는 비슷한 종류의 물건이 흩어져 있는 경우가 제법 있어 한 군데로 모으고 보니 공간이 조금은 여유로워졌다.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붕붕차 2대와 장난감 쇼핑카트 2개도 정리했다.(소소한 장난감 정리는 쉿! 비밀이야!) 여기저기서 잠자는 물건을 끌어 모아 일부는 저렴한 금액으로 거래를 하고 일부는 무료로 나눔을 했다(물건은 새 주인을 찾아서 좋고, 나는 돈과 여유 공간이 생겨서 좋고, 적은 금액이나 무료로 필요한 물건을 가져가는 사람도 좋은, 13조의 기쁨^^).

그렇게 집 안 전체를 정리했으니 공간이 반짝반짝, 넓고 깔끔해졌겠지? 안타깝지만 사실 티가 별로 나지 않았다. 결국 나만 아는 정리였지만 나 스스로 만족하니 그걸로 됐다. 물건에 파묻힌, 주객전도의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정리하고 버리는 수밖에 없다.

친구도 신학기를 맞이하여 책장 정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예전에 운영하던 곳에서 쓰던 컬러링북이 많이 남아있다는 소리에 번쩍 손을 들었다. 비워진 공간은 이렇게 슬금슬금 새로운 것들로 채워질 것이다.

물건은 돌고 돌아 새로운 주인을 찾아가고, 우리의 마음은 조금 더 가벼워지거나 조금 더 풍성해지겠지? 때가 되면 나는 또 한 권의 마법 같은 책을 읽고 두 팔을 걷어붙일 테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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