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의 소통솔루션-⑤

도대체 뭔 소리냐고 힐난할 수도 있겠다. 입 닥치고 들으라고 혓바닥이 마르고 닳도록 떠들더니 침묵은 똥이라는 제목을 던졌으니.

그런데 내가 앞에서 말한 경청과 침묵은 분명 다르다. 대화를 위해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경청을 해야 하지만, 계속 침묵해서는 대화를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침묵은 무관심에서 나오는 대화의 단절이라 할 수 있다. 대화의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찾아서 해결책을 하나씩 알아보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대화의 단절을 극복하고 가족 간에 대화를 시작하려면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의 태도가 중요하다. 입으로는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몸은 거짓말을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몸의 반응을 살펴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거짓말탐지기가 여전히 유용한 이유도 그것이다.

대화는 언어적 형태와 비언어적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태도는 비언어적 형태로 자신도 모르게 전달되며 언어적 형태의 메시지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프랑스의 루이 11세는 불길한 예언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예언자들을 모조리 잡아서 처형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어느 날, 최고의 예언자로 손꼽히는 사람이 체포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루이 11세가 직접 그 사람을 심문했다.

네가 정말 예언자라면 네 운명을 맞추어보라. 네가 얼마나 더 살 것 같으냐?”

폐하,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으나 제가 폐하보다 사흘 먼저 죽는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사람의 목숨을 대상으로 나눈 대화이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예언자는 절묘한 대화술로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

루이 11세는 예언자를 처형하라는 명령을 차마 내리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예언자의 말도 힘을 발휘했겠지만, 그의 확신에 찬 어투와 두려움 없는 표정 등이 함께 어우러져 왕의 마음을 돌렸을 것이다.

 

가정에서의 대화도 태도가 중요한데, 대부분 경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부부나 부모가 팔짱을 낀 채 대화한다고 가정해보자. 들으려 생각은 애초에 없고, 일방적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퍼붓겠다는 태도인 것이다. 자신이 생살여탈권을 쥔 루이 11세도 아니면서.

팔짱을 끼고 고압적인 태도로 말하는 것은 대화가 아니다. 일방적인 훈시다. 이런 대화는 백날 해봤자 효과가 없다. 오히려 서로 반발심만 생긴다. 회초리를 들고, 혼내지 않을 테니 사실대로 말하라고 하는 부모들도 있다. 아이들은 바보가 아니다. 일단 회초리를 보면 몸부터 경직되고 혹시 그 회초리가 나를 향할까 봐 거짓말을 하게 된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부모의 태도가 오히려 아이들의 거짓말을 촉발한다. 이런 일들이 자꾸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부부나 가족 간의 대화가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외계인 가족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말의 내용보다. 말하는 사람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

음식도 어떤 그릇에 담아내는가에 따라 차이가 난다. 좋은 말도 좋은 태도에 담아내야 효과가 크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어떤 태도가 가장 효과적인지 알아보자.


아서 웨이저 (Arthur Wasser)라는 학자는 대인관계에서 있어 자신이 상대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비언어적 태도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SOFTEN이다. 몸의 위치도 중요한데, 가급적이면 똑바로 마주 앉는 것보다 90도 정도로 돌아앉는 것이 좋다. 이 모든 것을 넘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자신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가짐이다. 자신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대화의 방양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뿌리가 다른 나무에 같은 열매가 맺힐 리가 없지 않는가. 꼭 기억하자, SOFTEN!

 

<좋은 말에 어울리는 좋은 태도, SOFTEN의 원칙>

 

Smile : 미소를 핀다..

Open : 열린 자세. 팔짱을 끼거나 턱을 과는 행동을 피한다.

Forward lean : 상대방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인다.

Touch : 적절한 스킨십을 병행한다.

Eye : 눈을 마주친다.

Nod : 맞장구를 쳐준다.

소크라테스는 네 자신을 알라고 했다. 자신의 소통 유형이 어떤지를 알면 상대방도 잘 이해할 수 있고 화가 나는 상황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갈등 상황을 대면했을 때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하게 된다. 회피하거나 방임하는 사람들도 있고, 분노하며 그 상황을 통제하려 드는 사람도 있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반응은 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려는 사람이다.

세상은 변했다. 침묵은 금이라는 얘기는 좋은 격언이기는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김대현 소통전문가/한국가정문화연구소 소장/방송인
김대현 소통전문가/한국가정문화연구소 소장/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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