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의 소통솔루션-④

김대현 소통전문가/한국가정문화연구소 소장/방송인
김대현 소통전문가/한국가정문화연구소 소장/방송인

한 남자가 신부에게 물었다. “신부님, 하느님께 기도를 하다가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 묵묵히 듣고 있던 신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를 눈치챈 사내는 다시 물었다. “신부님, 담배를 피다가 갑자기 하느님이 생각나면 기도해도 되죠?” 신부의 표정이 밝아졌다. 기도를 하다가 담배를 피든 담배를 피다가 기도를 하든 팩트는 같다. 그러나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대화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말이 길어지거나 많아질 수 있다. 단군 이래로 잔소리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대화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 큰 힘을 발휘한다. 경청이 중요한 이유다.

오랫동안 외국에서 생활하던 아들이 입대를 위해 귀국한 적이 있다. 아들과 함께 단둘이서만 두 달을 지내야 했다. 나는 정말 아들하고 잘 지내고 싶었고, 아버지로서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세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절대로 화를 내지 않는다! 둘째, 좋은 말도 많이 하지 않는다. 셋째, 입 닥치고 듣는다. 특히 셋째 원칙을 아주 중요하게 지켰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지적하거나, 판단하거나, 고쳐주거나, 위로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냥 듣는 것에만 충실했다.

이렇게 지내던 중에 아들과 등산을 가게 되었다.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았지만, 꾹 참고 아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 주었다. 정말 입 닥치고 무조건 들었다. 그랬더니 아들은 그동안 내가 몰랐던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대학 생활 이야기, 여자 친구 이야기 등등 묻지도 않았던 말들이 술술 나왔다. 나는 정말 기뻤다. 아들 몰래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속으로 땡큐!’를 외쳤다. 아들의 닫혔던 입이 열리면서 닫혔던 마음까지 열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 후로도 아들과 이야기할 때면 무조건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입 닥치고 듣는 것, 그것이 진리다.

이제 당신은 내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경청을 잘하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있다! 가족이 말을 시작하면 스님이나 목사님, 신부님이 얘기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법률 스님이 법문을 하는데, 어디 감히 토를 달고 말을 자르겠는가? 무조건 잘 듣는 거다. 의심 없이 들으면 더 잘 들리는 법이다.

남편에게, 아내에게, 자식에게 그 정도도 못 해주냔 말이다. 무턱대고 들어주는 것, 경청은 기본적으로 대화가 부족한 가족이 대화를 시작하는 데 있어 아주 좋은 방법이다. 이 방법은 당장 실시해야 한다. 그러면 상대의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상대가 말이 많아지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그 순간을 경험할 때까지 제발 입 닥치고 들어주기를 간절히, 정말 간절히 부탁한다.

어느 날, 신문사 기자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물었다. “대통령께서는 초조하거나 불인할 때, 어떻게 마음을 가라앉히나요?” 대통령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휘파람을 봅니다.” 기자는 이상하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그렇지만 대통령께서 휘파람을 부는 것을 들은 사람이 없는데요.” 그러자 대통령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아직 휘파람을 불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대통령이 초조해하거나 낙담하면 국민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부모들이 자식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불안해하지 말고 경청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특별히 고쳐야 할 것이 있는데, 제발 가르치려 들지 말라는 것이다. 대화라는 것이 좋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들이 하는 말은 듣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려는 경향이 있다. 좋은 말이 아이들을 변화시킬 거라는 생각은 오해다. 좋은 경청이 상대를 변화시킨다. 말 못 하는 부모는 없다. 모두 말을 잘한다. 그러나 잘 들어주는 부모는 많지 않다. 이것만 바꾸어도 변화는 시작된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시라. 단 한 번이라도 아이들의 말을 반박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잘 들어준 적이 있었는가. 네가 말해주어서 정말 기쁘다고 아이들에게 말해준 적이 있는가. 중요한 것은 물론 꾸준한 실천이다. 단 한번 시도에 모든 것이 변할 것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어느 날 아이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봐. 내가 다 들어줄게라고 말한다면 아이들은 엄마, 어디 아파?”라고 반응할 게 분명하다. 생각해보시라. 잘못해온 기간이 10년인데,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겠는가. 1, 아니 한 달이라도 입 닥치고 성심성의껏 들어주자. 잠자코 기다려주자. 걱정하지 마시라. 결국은 기다려주는 사람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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