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②

S.S 시즌을 준비하는 전원주택의 마당. 건축은 마당을 통해 최신상의 옷으로 갈아 입는다. 홍매화 장식이 화사하게 잘 어울린다.
S.S 시즌을 준비하는 전원주택의 마당. 건축은 마당을 통해 최신상의 옷으로 갈아 입는다. 홍매화 장식이 화사하게 잘 어울린다.

상상해 본 적 없던 특수한 상황을 살아가고 있다. 할 수 있는 것이 몇 퍼센트 안 되는 일상을 한 해도 더 넘게 견뎌내고 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라푼젤처럼 내 집에 갇혀있다. 그리고 몹시 막연하게 마당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든다.

건축은 실내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 이상의 소임이 있다. 그것은 주변 환경과 건축물이 연결되는 외부공간을 유기적인 버퍼존(buffer zone)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빗대자면,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야외활동이 가능한 소중하디 소중한 공간이 되겠다.

현대에는 전통 건축처럼 여러 채의 한옥을 지어 건물 클러스터를 구성하지도 않고, 농업을 기반산업으로 살아가지도 않으며, 마당에서 치르던 대소사를 대행하는 상업 공간도 등장하면서, 마당의 규모와 기능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마당도 단순히 건물을 짓고 나서 남은 공간만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토지의 통로이자, 건축물의 채광이나 통풍을 돕고, 다양한 노동의 작업장이자, 접견과 놀이 등 대소사의 장()이며, 자연을 끌어들여서 정서적으로 위안받는 곳으로 조경을 가꿀 수도 있다. 이처럼 여전히 마당은 만능의 기능을 수행 중이고, 그렇기에 여전히 매력적이다.

혹여 마당을 원치 않는 건축주도 있을 수 있겠지만, 사실 아무리 내 땅이라 할지라도 필지에 건물만 가득 채울 수는 없다. 이는 건축도 소위 거리두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건축법에서는 건폐율을 지정해 두었는데, 필지의 여건에 따라 토지의 전체 면적 중에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의 비율 한계치를 정해 두었다. 예를 들자면 자연 속에 건물을 앉힐 때는 그곳을 많이 해치지 않도록 건축 가능 비율을 낮게 허용하고, 번화한 곳은 효율성을 위해 더 넓고 높게 짓도록 건축비율을 크게 허용한다. 이에 덧붙여 사선제한¹과 인동간격² 등의 주거 건축물에 대한 거리두기 요건도 있다.

공동주택은 필요한 만큼 효율적으로 거리두기. 프라이버시와 공공성 모두 지키려는 노력의 결과물.
공동주택은 필요한 만큼 효율적으로 거리두기. 프라이버시와 공공성 모두 지키려는 노력의 결과물.

건축 행위는 공학으로 시공되지만, 사람을 위한 학문이자 활동이기에, 그 내면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 건축과 건축 사이를 서로 지켜주는 참 적당한 방법론이 많이 녹아 있다. 건축학은 지식이 실로 방대하지만, 그 내용은 항상 우리와 긴밀하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들 한다. 진하게 누렸던 전원생활의 기억은 곱씹을수록 깊은 풍미가 새어 나온다. 만족할 만한 거리두기 없이 켜켜이 쌓인 아파트를 자꾸만 벗어나고 싶어진다. 훗날 나에게도 뚝딱뚝딱 만능 마당이 생긴다면, 따땃한 햇살 한 스푼, 새소리 한 줌, 꽃향기 한 바구니 가득 넣은 커피잔을 손에 들고... 하염없이 한가롭고 싶다.

각주1_ 사선제한 : [계획 및 설계]

통풍이나 채광 따위를 위하여, 도로에 면한 건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일.

참고 : 건축학용어사전, 세화

각주2_인동간격 : [계획 및 설계]

인접하여 배치된 두 건물 사이의 거리를 말하여연소 방지와 일조 조건, 채광, 통풍프라이버시 확보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참고 : 건축학용어사전, 세화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이건축/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SLK 건축사사무소/현) 건축 짝사랑 진행형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이건축/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SLK 건축사사무소/현) 건축 짝사랑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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