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비용 많아 도산위기 내몰려

투잡 쓰리잡으로 손실 메꾸려 발버둥

발길이 끊긴 PC방 내부 모습
발길이 끊긴 PC방 내부 모습

몇 년 전, 동업으로 PC방을 조그맣게 오픈했는데 그럭저럭 돼 가던 중 코로나가 터졌다. 고정지출이 만만치 않다 보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손을 뗐다. 그나마도 난 직장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요즘 한 번씩 그곳에 가보면 혼자 앉아서 한숨만 푹푹 쉬더라. 손님은 없는데 문은 닫지 못하고……. 그렇다고 가게를 내놔 봐야 인수할 사람도 없고. 계약 기간은 남았고. 이거야말로 진퇴양난이 아니고 뭐겠나.”

기업에 다니면서 동업으로 PC방을 운영했던 A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 같아,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손을 털고 물러났다는 말을 했다.

이재중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서산지회장
이재중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서산지회장

지난 29일 오후, 2008년부터 13년간 이 길을 걸어온 서산시 동문동 메트로PC방 운영자이자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이재중 서산지회장을 만났다.

이 지회장은 처음에는 메르스와 사스처럼 코로나도 별 대수롭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꿈을 앗아가 버렸다. 업장 모두 매출은 거의 끊기다시피 했고, 먹고 살기 위해 점주들은 오토바이를 타며 배달로 연명하는 삶을 살고 있다. 투잡 쓰리잡이 생계를 잇는 수단이 됐다. 너무 가슴아프다. 어쩌다 이 정도까지 사지로 내몰렸는지 생각만으로도 안타깝다자식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도 그곳이 서울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할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출받아 지출하는 것도 이제 막혀

2 금융권을 알아보고 있는데 이것도 쉽지 않아

나라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대출이었다. 그것으로 임대료와 전기세 등 고정비용을 갚았지만 한 달이란 시간은 어째 그리도 빨리 닥쳐오는지. 점점 숨이 옥죄여 왔다. 지난여름 PC방이 노래연습장, 뷔페, 클럽 등과 함께 고위험시설로 묶이다 보니 상황이 더 나빠져 버렸다. 그때 우리는 보름간 영업을 하지 못했다. 그 여파는 고래심줄보다 길었다. 이미 한번 고위험군에 묶이다 보니 영업 재개를 해도 인식 자체가 박혀버려 오는 고객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여기저기서 뻥뻥 터지는 소리가 굉음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터진 봇물을 메꿔봤지만, 그 역시 턱없이 부족했다. 이제는 신용대출마저 다 끊어져 버린 상태고, 심지어 마이너스 대출도 안 되는 상황에 부닥쳤다. 지금 가볼 곳이라곤 제2금융권밖에 없다.

현재 소규모 PC방은 하루 손님이 겨우 10명 내외, 대형은 40명 내외다. 문제는 카운팅 되는 숫자가 애매하다. 한사람이 밖에 잠시 나갔다가 들어와도 1인으로 간주하여 숫자에 포함된다. 그러다 보면 소규모는 겨우 5~6, 대형은 20~30명이 전부다. 한 시간에 1,000원인데 얼마를 벌겠나.

나뿐만 아니라 회원들 얘기를 들어봐도 임대료 밀린 곳은 말할 곳도 없고, 전기세조차 못 내는 실정이 부지기수다. 임대료야 주인에게 통사정해볼 수도 있지만, 전기세는 에누리가 없다. 두 달 밀리고 석 달째는 무조건 끊긴다. 전기로 운영되는 PC방에 전기가 차단되면 어쩌란 말인가.

120평 규모를 보면 큰 것만 대충 따져봐도 한 달 지출이 약 500만 원이다. 임대료 200만 원, 전기세 120만 원, 통신비가 80만 원, 기타 100만 원 등을 합치면 그렇다. 그나마 이것도 24시간 운영되지만, 인건비 지출 없이 가족이 하니 이 정도 금액이다. 매출이 없어도 고정지출이 많으니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PC방 점주들이 배달업에 뛰어들어

넘지 못할 극단적인 선택 소식도 날아와 가슴 아파

PC방 점주들은 오지 않은 손님을 기다리다 못해 배달을 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탄다. 그곳에서 조금씩 들어오는 돈으로 PC방 지출을 메꾸고 있다. 내놓은 곳도 많다. 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실정이다. 이 시국에 누가 눈길조차 주겠는가.

그러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 코너로 몰린 분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비단 그분뿐이겠는가. 여기저기 곡소리 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분 또한 버티다 버티다 그렇게 넘지 못할 선택을 했을텐데.

사실 대출 받은 것도 막막하다. 일단 급하니까 받긴 받았고, 사정을 알고 연장을 해줬는데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이 돈을 무엇으로 갚아나가야 할지가 우선 문제다.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터널에 갇힌 기분이다.

누가 나보고 꿈이 있냐고 묻더라. 꿈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은 게 내 꿈이다. 정말 언젠가는 제자리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지자체는 외면하면 안 돼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줘야!

PC방업계의 존폐위기가 코앞에 닥쳤다. 그래도 지자체가 나서준다면 희망은 있다고 본다. 서산시는 자립도가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업계는 상당히 많은 협조를 해왔다. 1차와 2차 때도 마찬가지고. 거리 두기 유지도 규정에 맞춰 잘 해줬다. 이렇게 협조했으면 시에서도 그에 걸맞은 적절한 당근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요구하는 건 많고 신경은 안 쓰고 있는 건 말이 안 된다. 원하는 모든 것을 지켜줬는데 채찍과 당근이 없다. 많이 서운하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PC방업계는 지금 난간 위에 서 있는 하루살이 같다. 부디 2021년에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모든 PC방업계 점주님들은 부디 몸 건강하게 잘 버티어 주시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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