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뭐가 힘들어? 엄마는 더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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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뭐가 힘들어? 엄마는 더 힘들어”
  • 서산시대
  • 승인 2021.01.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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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의 소통 솔루션-③
김대현 소통전문가/한국가정문화연구소 소장/방송인
김대현 소통전문가/한국가정문화연구소 소장/방송인

듣는 것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는다는 말이 있다. 이청득심(吏廳得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면 이 말을 자주 꺼낸다. 가정의 행복을 원한다면, 아내와 자식의 말을 잘 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을 얻을 수 있고, 가정의 평화가 찾아올 수 있다.

생각해 보시라.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잘 듣는 것만으로 아내와 자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니 그 얼마나 좋은가.

만일 자식들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으면 아들놈이 아빠 생일은 모르는데 편의점 아저씨 생일은 챙기는 일이 생긴다. 실제 상담을 통해 들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한 고등학생이 편의점에 담배를 사러 갔다. 편의점 주인은 고등학생이라는 것을 대번에 알아채고 담배를 팔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정말 담배가 피고 싶으면 자기가 줄 테니 언제든지 오라고 했다. 학생은 정말 그 주인을 찾아갔고,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둘은 친해졌다고 한다.

아이는 부모님보다 편의점 주인아저씨가 자신을 더 잘 이해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세상 어디에도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단 한 사람만이 자신을 진심으로 위로해주었다는 설명이었다. 그 학생은 편의점 주인의 생일을 챙기기에 이르렀다.

귀한 자식의 마음을 남에게 빼앗긴 경우다. 자고로 이청득심이다. 잘 듣는 것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고 한다.

대부분의 남편은 아내의 말을 잠자코 듣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왜 어려울까? 말하는 것은 태어나서 3년쯤이면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듣는 것을 배우려면 30년쯤이 걸린다. 오죽하면 내가 그냥 입 다물고 들으라고 하겠는가. 배우자든 자식이든 상대가 말하기 시작하면, 입 다물고 들어야 한다. 판단도 하지 말고, 도와주려는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늘어야 한다.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이가 말한다. “엄마, 나 힘들어.” 아이는 위로받고 싶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엄마에게 하소연한 것이다. 그러자 엄마가 대답한다. “네가 뭐가 힘들어? 엄마는 더 힘들어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다. 이래서야 대화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경청이다. 귀 기울여 들어만 주어도 효과가 나온다.

최소한 상대가 말하는데 끼어들지는 않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시작된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데 말하고 싶겠는가? 말만 하면 바로 반박이 들어오고 지적을 당하는데 말하고 싶겠는가? 분위기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왜 고민을 말하지 않았냐고 윽박지르는 게 우리나라 부모들이다. 그러니 아이 문제는 99%가 부모 문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상대가 배우자든 자식이든 계속 말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 답을 주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많은 아이가 부모 대신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친구들은 태클 걸지 않고 공감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때문이다.

로마시대에는 부부싸움을 하는 방법이 따로 있었다고 한다. 싸움이 심해지면 부부는 으레 신전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부부는 아무도 없는 신전으로 들어가, 한 사람씩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엔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한 사람이 이야기할 때, 다른 사람은 토 달지 말고 그저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내가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를 설명하면서 운다고 치자, 아내의 이야기를 잘 들은 남편이라면 아내의 이야기가 끝나고 살포시 안아줄 것이다.

아내의 경우도 생각해 보자. 남편이 불만을 토로할 때 변명도 하고 싶고, 사실을 규명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도 그저 들어야 한다. 남편의 이야기를 잘 들은 후, 아내는 미소 띤 얼굴에 고개만 몇 번 끄덕여주면 된다. 이 부부가 신전에서 나올 때는 들어가기 전과는 다른 사람들이 되어있을 것이다. 이것이 공감이다. 공감이 일어나야 비로소 소통된다. 바로 이것이 입 닥치고 듣는 것의 효과다.

가족 간의 대화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식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해서 부모들이 초조해하거나 낙담할 필요는 없다. 그저 들어주는 행위 하나만으로도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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