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대현의 통하는 솔루션-②

김대현 소통전문가/한국가정문화연구소 소장/방송인
김대현 소통전문가/한국가정문화연구소 소장/방송인

가족 간에 사용되는 치명적이고 잘못된 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물 광범위하여 규정하기가 쉽지 않지만 잘못된 대화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미리 판단해버리는 것, 둘째는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 셋째는 취향을 무시하고 강요하는 것이다.

먼저 판단의 사례를 보자. “당신은 무책임한 사람이에요.” “왜 거짓말을 해? 너는 거짓말쟁이야.” 가족 간에 대화하다가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무턱대고 반성하고 수용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설령 자신이 잘못했다 쳐도 당사자는 거부감을 보이고 방어와 저항을 하게 된다.

다음은 비교의 사례다.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써? 옆집 철수 엄마 알뜰한 거 안 보여? 제발 돈 좀 아껴서 쓰라니까.” “네 형 반만 따라가면 소원이 없겠다.” 남편이 알뜰한 옆집 철수 엄마와 비교한다면 돌아오는 아내의 대답은 십중팔구 이럴 것이다. “그러면 철수 엄마랑 살든지엄마에게 공부 잘하는 형의 반만이라도 따라가면 좋겠다는 소리를 들은 자식은 자존감이 약해지고 스스로 비참함을 느끼게 된다. 죄 없는 형을 미워하게 된다.

판단과 비교의 대화법도 문제지만 좀 더 심각한 것이 강요의 대화법이다. “당신은 가족을 부양해야 할 가장이잖아요.” 누가 안 한다고 했나? 왜 강요를 하고 난리인가. “넌 반드시 스카이(SKY) 대학을 가야 해.” 그 대학 안 가고 싶은 사람도 있나? 갈 실력이 안 되니까 문제지. 대개 대화법은 부모로부터 배운다, 우리 부모 역시 그의 부모에게 배운 말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쁜 왕들은 자신의 권력을 오랫동안 누리고 백성들을 종처럼 부리기 위해서 하나의 전략을 고안해냈다. 즉 백성의 자존감을 말살하고, 스스로 비하하게 만들기 위해 말투를 조작한 것이다. 임금을 하늘이라 칭하고 백성을 땅이라 칭했으며, 성은이 망극하다고 했다. 이런 말투를 아무 비판 없이 따라 하면서 백성들은 권력에 항거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고분고분한 신민이 되었다. 이런 말들을 폭력적인 언어라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도 이런 말을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다.

필자는 독한 대화법을 고치겠다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사람들이 폭력적 언어나 나쁜 대화법을 고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본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나쁜 대물림을 끊고, 좋은 대물림을 해주면 된다. 부모로부터 받은 나쁜 대화습관의 대물림을 끊고, 올바른 대화법을 자녀세대에 물려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들도 대화법을 공부해야 한다.

부부간에도 궁합이 맞는 대화법을 써야 한다. 그런데 궁합이 저절로 맞는 거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속궁합도 겉궁합도 엄청나게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말 궁합이라고 저절로 되겠나? 한 번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필요는 없다. 우선 제일 쉬운 것 한 가지만 실천하라. 그 한 가지만으로도 가족 내에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킬링 가족이 아니라 힐링 가족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내게 말 잘하는 방법을 열심히 연구하면 착한 대화를 할 수 있냐고 묻는다. 한마디로 무식한 질문이다.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협상과 설득의 스킬이 아니다. 가족에게는 공감을 바탕으로 한 소통이 필요할 뿐이다.

우리는 이미 말을 지나칠 정도로 잘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토론을 가르치고 있고, 대학생들의 프레젠테이션 기술은 기가 막힐 정도다. 그런데 말 잘하는 가족들이 행복한가? 대한민국 부모가 말을 못 해서 아이와의 소통이 단절되었는가? 필자가 볼 때는 말이 너무 많아서 불통이다.

우선은 말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지 말고, 차분히 정리한 후에 말을 하는 습관이 가족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 우선은 부부간의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 부부간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데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이 잘될 리가 만무하다. 그래서 가화만사성이 사실은 부부만사성이라는 것이다.

인디언들의 기우제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올리니까. 아내를, 남편을, 자식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독한 대화법이 아니라 착한 대화법으로 진정한 대화를 시작하자, 그리고 포기하지 말고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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