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窓

민옥선 독자
민옥선 독자

기자 생활 14년 차,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한때 주간지 신문 기자로 활동하던 나는 정말 발로 뛰며 기사를 발굴해 내고, 지역 구석구석을 돌며 기사를 쓰는 이른바 부지런한 기자의 근성을 마음껏 분출하며 보람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 일간지로 자리를 이동하는 일이 생겼다. 그러면서 서서히 발굴기사 쓰는 횟수가 하나 둘 줄어들기 시작했다. 주간지에서 주로 다룰 수 있는 삶의 애환이 담긴 기사, 지역민의 기쁜 소식, 때로는 슬픈 소식, 지역의 현안 등을 발품 팔며 쓰다가 막상 일간지로 옮기니 이런 기사들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그때부터 무언가 모르게 속이 답답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어떤 기사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이라 안된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며 피와 땀이 섞인 기사가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는 사태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그러다보니 나는 나대로 편집국의 일방적인 기사 거절로 인해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더구나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인터뷰이에게 할 말이 없어 때로는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나 스스로 너 기자 맞아?”라며 반문을 숱하게 했던 날들, 내 안의 갈급함은 도무지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서산시대 최미향 기자가 써 내려간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와 인터뷰 기사들, 그 글을 접하면서 마치 내가 기사를 쓴 것처럼 대리만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동안 목말라 죽을 것 같은 갈증을 끌어안고 한도 끝도 없이 한심한 나를 자책하고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짠하고 나타나는 최미향 기자의 글은 나에게 단비와도 같았다. 결국 나는 내가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서산시대 신문을 제일 먼저 구독하게 됐다.

이제 나는 누가 뭐래도 서산시대 애독자가 됐다. 지면 하나하나에 실리는 기사는 내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으며, 지난주 신문이지만 늘 내 옆에 보관하고 재미있게 읽고 있다.

그래서 나는 서산시대와 최미향 기자님에게 늘 감사하다. 앞으로도 늘 독자의 눈으로 진솔하게 써내려간 수필같은 글을 마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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