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다름을 인정하고 타인을 수용하는 계기가 되기를
상태바
공감...다름을 인정하고 타인을 수용하는 계기가 되기를
  • 서산시대
  • 승인 2020.12.29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은경의 재미있는 이슈메이커-27
출처 네이버
출처 네이버

이제 갓 스무 살의 앳된 얼굴. 낯선 환경에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사람들과 마주 앉아 어색하기만 하다. 심지어 공대생은 여학생이 몇 명 되지도 않기에 시선이 집중된다. 이것도 동병상련이라고 우리끼리는 금세 서로에게 다가갔다. 학교생활이 적응될 무렵 그녀는 친구들에게 폭탄선언을 했다. 같은 과 오빠와 사귄다는 것이다. 진작 눈치챌 법도 한데 필자의 무덤덤한 성격도 어지간하다. 젊은 청춘이니 이상할 것도 없건만 매일 보던 두 사람이 연인이라니 새삼 야릇하다.

그녀는 우리 과 공식 커플 1호이자, 부부 1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스무 살 중반의 제법 이른 나이에 결혼한 그녀의 결혼식은 좀처럼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결혼에는 일절 관심조차 없던 필자였기에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일 뿐이었다. 결혼하고 난 이후의 그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좀처럼 얼굴 보기가 어려워졌고, 가끔 전하는 서로의 안부전화에서 우리의 공통점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느지막이 귀하게 얻은 쌍둥이의 돌잔치. 간만에 보고 싶은 동창들 얼굴도 볼 겸 설레는 마음을 가다듬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곱게 차려입은 그녀에게서 자못 성숙한 여인의 풍모와 기품이 넘친다. 그럼에도 스무 살의 그녀가 더 익숙하기에 그저 옛 추억이나 회상하며 수다나 떨고 싶건만 여의치 않다. 양가 친지들을 모시고 쌍둥이까지 챙기는 그녀가 안쓰럽기만 하다. 필자보다 항상 앞서 삶을 분주하게 겪어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이제는 남일 같지가 않다. 언젠가 미래의 내가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드디어 우리들만의 시간. 졸업하고도 어언 십여 년이 흘렀는데도 서로의 이십 대를 보아왔기에 철부지 대학생인 그녀가 두 아이 엄마라는 사실이 그저 생소하다. 녹록지 않은 육아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그녀의 하소연에 마음이 아프다. 이제는 필자도 어느 정도 그녀의 삶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녀의 어머니는 자신의 막내 딸아이를 보기 위해 새벽부터 분주한 발걸음을 하셨단다. 하룻밤도 묵지 못하고 되짚어가는 발걸음은 오죽 무거우실까. 떠나는 아쉬움에 지그시 속삭이는 어머니의 한마디. “우리 딸 얼굴이 아른거린다.”

불현듯 필자는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왜 이리도 북받치는 것일까. 정작 본인보다 더 서럽게 우는 나 자신이 황망스럽다. 필자의 눈물바람을 필두로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기 시작했다. 괜히 멋쩍은 그녀는 잘 울지도 않던 사람이 웬일이냐고 늙었냐며 비웃다가 그게 또 서러워 다시 울기를 반복한다.

필자는 친구 어머니의 그 한마디를 떠올릴 때마다 매번 눈물이 난다. 얼마나 그립고 보고 싶으면 아른거릴까. 어머니의 감정이 전해지는 듯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삼키기가 힘겹다. 정말 나이가 들어서일까. 부쩍 눈물이 많아졌음을 깨달았다.

눈가의 주름과 늘어나는 흰머리만큼의 세월을 거치면서 누군가의 아픔이나 슬픔이 남일 같지 않음을 느낄 때가 많아졌다. 필자는 이를 공감능력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공감(Empathy)은 라틴어로 고통 속으로를 의미하며 타인의 고통 속에 들어가 함께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공감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며,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이는 원만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능력인 동시에 상대방을 위로하고 정서적 교감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또한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가지는 특성 중 하나가 공감능력 결핍이라는 점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분명한 근거이다.

공감능력은 상승할 수 있는가. 필자는 가능하다고 본다. 생각해보면 사실 필자의 공감능력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데다 관심분야가 아니면 쳐다도 보지 않는 칼 같은 단호함이 오죽했으랴. 그런 필자의 성향이 바뀌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조금씩 무뎌지는 칼날 사이로 다름을 인정하고 타인을 수용하는 유연함이 생겼으리라. 무수히 겪은 아픔들이 때로 필자를 고통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도 했지만 한편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숱한 경험들을 토대로 스스로를 독선에 빠지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참고문헌 1. 박성희. (1996). 공감의 구성요소와 친사회적 행동의 관계 연구. 교육학연구, 34, 143-166.

2. 조한익, & 이미화. (2010). 공감능력과 심리적 안녕감의 관계에서 친사회적 행동의 매개효과. 청소년학연구, 17(11), 139-158.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