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인 체감온도와 수면조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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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인 체감온도와 수면조끼
  • 서산시대
  • 승인 2020.12.2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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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38
방안의 찬 기류를 막아주는 난방텐트 안에서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놀이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방안의 찬 기류를 막아주는 난방텐트 안에서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놀이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나에게는 여름을 제외한 계절 내내 내복과 한 몸일 정도로 추위를 많이 타는 아버지와 한겨울에도 실내에서 반팔을 입고 생활하는 어머니가 계신다. 나는 어느 쪽인가 하면 한여름에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야 하는 소위 추위파. 나의 체감온도가 이렇다보니 더운 여름조차 아이가 에어컨 바람에 추울까봐 추위걱정을 떨칠 수가 없다.

또 하나, 이불 킥이라면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아이들이 기온이 많이 떨어지는 새벽에 혹여나 춥지 않을까 사시사철 걱정이다. 이불은 아이에게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존재였고, 때문에 첫째 다은이를 키우면서는 1365일 수면조끼 없이 재워본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수면조끼를 애용했었다. 잠을 설쳐가며 수시로 덮어준들 금세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하는 이불을 보며 봄, 가을, 겨울은 물론이고 여름에도 시원한 인견이나 거즈 소재로 된 수면조끼를 꼭 입히곤 했다.

내 딴에는 혹시 모를 체온저하로 인한 감기배앓이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는데 다은이가 네다섯 살쯤 되자 수면조끼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아이의 거부사유를 몰랐다.(어쩌면 듣고도 모른 체 넘겼을지도 모르겠다ㅠ.) 그저 아이가 불편해서 싫어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착용을 설득하기에만 급급했는데, 둘째 다연이가 일찌감치 수면조끼를 거부할 때가 되어서야 깨달았다. 다은이는 잠들 때마다 너무 더웠던 것이다.

그제야 나는 잠들 때마다 땀범벅이던 다은이의 머리카락이 떠올랐고, 오랜 시간동안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수면조끼와 결별한 다은이는 나의 호들갑스런 염려와 달리 쉽게 감기에 걸리지도, 배앓이를 하지도 않았다. 아이는 시나브로 단단해지고 강해져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다은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존재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바야흐로 12월의 겨울은 두꺼운 패딩, 목도리와 장갑이 어색하지 않은 계절! 비확장형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샤시 근처에 가면 찬 기운이 느껴지는 이유로 작년 연말에 난방텐트를 구입했다. 아니,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샀나 싶었다. 아닌 게 아니라, 샤시 옆에서 자는 둘째 다연이는 돌이 되기 전부터 후두염, 기관지염으로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난방텐트는 확실히 방안의 찬 기류를 막아주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덕분에 이제는 수면조끼가 없어도 걱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자기만의 작은 공간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난방텐트는 너무나 좋은 아이템이다. 가끔은 캠핑을 하는 느낌이 연출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전구를 장식해 기분을 낼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바로 천사'라고 말하는 최윤애 교사
아이들이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최윤애 교사

여전히, 엄마는 실수를 한다. 날이 추워지면서 아이들이 가끔 수면조끼를 원할 때가 있는데 며칠 전 기모 수면조끼를 입고 잠든 다연이가 낑낑대며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물 마실래? 쉬 할래? 엄마 옆에 올래?” 물었는데 다연이는 오히려 짜증 섞인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퍼뜩 수면조끼 생각이 나 더워? 조끼 벗을래?”라고 묻자마자 순순히 일어나 조끼를 벗고 다시 유유히 잠들던 다연이를 보면서 아이와 엄마의 상대적인 체감온도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아이가 두껍게 입을 땐 보일러를 조금만 돌렸어야 했는데... ! 하지만 나는 같은 공간(엄마는 난방텐트 옆), 같은 온도를 느끼면서도 극세사 이불을 목까지 폭 덮고 자는 엄마인 것을 어쩌란 말이냐. ‘아이들에게 추운 것보다는 더운 것이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일말의 죄책감에 위안을 삼으며, 나는 기초체온 높이는 법을 검색해 본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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