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일본 불매운동에다 이번에는 코로나...“그래도 젊잖아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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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일본 불매운동에다 이번에는 코로나...“그래도 젊잖아요 저는”
  • 최미향 기자
  • 승인 2020.12.22 0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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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의 법칙 아시죠? 넘어졌는데 이번에는 아예 밟혀버렸어요.”
서산시 수석사진관을 경영하는 정용신 씨
서산시 수석동사진관을 경영하는 정용신 씨

살짝씩 여우비가 내리는 21일 오후, 서산시 수석동사진관을 운영하는 정용신 씨는 점심을 먹은 후 한가한 오후 한때를 즐기고 있었다. 늘 그랬듯이 그는 창밖을 보며 행인없는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시선을 떨어뜨린다.

그래도 오늘은 누군가가 다녀갔고, 겨우 편의점 도시락 몇 개를 살 수 있는 돈이 생겼다. 언제까지 이런 시간을 보내야 할까 생각하면 답답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손 놓고 있기에는 은행 빚이 가슴을 조인다.

그럴 수밖에요. 다른 분들이야 코로나로 힘들다지만 저는 작년 7월부터 수입의 60% 이상이 떨어져 나가버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빚을 내서 일본 기업이라고 말하는 마트 한쪽에 사진관을 냈거든요. 사실 저도 한국 사람이다 보니 불매운동을 좋아하지만, 막상 제가 표적이 되고 보니 참 막막하데요. 손님이 삽시간에 뚝 끊어져 직원 월급도 겨우 조달해서 주기도 했습니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주택가 골목에 다시 매장을 개점, 코로나로 또 초토화

일본 불매운동은 같은 한국인으로 이해는 가니까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는 정씨는 코로나가 시작되고 나서는 완전히 끝이 나 버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마트 계약 기간이 있어 매장을 빼지도 못한 상황에서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되니 어쩔 수 없이 주택가 골목을 얻어 매장을 또 하나 오픈했다.

노력해서 밖에 매장을 다시 냈는데 코로나라는 더 무서운 놈이 터지고 나니 손님이라곤 하루에 많이 와야 한 명? 지난 2월부터 쭉 그래왔습니다. 아예 오지 않는 날도 엄청 많았어요. 수입은 마이너스. 마트에 상주해 있는 직원 1명의 월급은 매출이 오르지 않더라도 여전히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더 그랬죠. 그 직원도 생활이 있으니까 퇴사도 못 시키고물론 지금은 각자 갈길로 갔지만요.”

이달 말이면 마트 계약 기간 끝...원상복귀는 빚 내서 해줘야 할 판

12월 말일부로 드디어 마트 계약 기간이 끝났다는 정씨는 앓던 이 빠진 격인데 문제는 지금부터 또 빚내서 원상복구를 해줘야 할 판이예요. 사실 입학과 졸업시즌이 성수기인데 다 물 건너갔잖아요. 그래도 약속이니까 해줄 건 또 해줘야죠. 깔끔하게.”

정씨는 그나마도 자신은 아직 미혼이라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저만 비용 줄이면 매출이 적어도 어떡하든 버틸 수 있죠. 그동안은 직원이 있어 대출받아 월급 주고, 또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지만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떼우곤 했어요. 내가 낸 세금이 이렇게 요긴하게 써먹을 줄이야....”

수석사진관 실내
따뜻함이 묻어나는 수석동사진관 실내

우리의 용신씨....절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터

코로나가 끝날지라도 또 뭔가가 생길 것이라 생각하면 자다가도 가슴이 답답해지지만, 그래도 용신 씨는 또 나름대로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두 번 겪고 나니 이제 그 어떤 것들이 휘몰아쳐 와도 결코 무섭지 않아요. 쓰나미 같은 일본 불매운동도, 코로나도 맞아봤는데 뭐가 두렵겠어요. 16개월 동안 바닥을 치고도 모자라 지하까지 팠으니 이제부터는 정점을 찍고 올라갈 일만 남은 거죠. 아닌가요?”

저는 젊잖아요. 안되면 안되는 대로 시대에 맞게 적응해 나갈 예정입니다. 소비자들은 비대면 시대에 맞춰서 또 다양한 소비를 어느 정도는 하겠죠. 그런 시스템이라면 사진 현상을 카톡으로 받고 배달해주고, 또 해외여행을 못 가니 그전에 가서 찍어 놓은 것을 추억하는 의미에서라도 앨범으로 만들어 주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요. 이것에 대한 영업준비도 마친 상태입니다.”

실력 때문에 가는 거 아시죠? 용기 내시고 힘내세요.”

헬렌 켈러는 쉽고 편안한 환경에선 강한 인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련과 고통을 통해서만 강한 영혼이 탄생하고, 통찰력이 생기고, 일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며 마침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정용신 씨와 헬렌 켈러는 정말 닮은 꼴이다. 정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고 말했듯이 인생에서 끝나지 않는 시련은 없다고 그랬습니다. 지금 처한 모든 것들이 고난이란 이름으로 다가오더라도 살다 보면 언젠가는 끝이 있을 것이고, 그 끝에는 반드시 성공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우리 매장에 오신 손님들은 ‘6·25 때 전쟁은 전쟁도 아니다. 지금이 더 난리라고들 하십니다. 맞아요. 이럴수록 우리 젊은 세대들 조금 답답해하더라도 거리 지키기 잘했으면 좋겠어요. 코로나로 죽는다는 것보다 사실 젊은 사람들이 이제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거든요. 조금씩만 조심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힘들지만 그럴수록 사진에 관한 연구를 한다는 정씨는 이 말을 되새기며 용기를 얻는단다. “사장님, 실력 때문에 가는 거 아시죠? 용기 내시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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