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상근
서산부석사금동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봉안위원회 대표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2020년 경자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뜻밖의 재난은 온 세상을 멈추게 하였고, 계획한 일들은 유보, 연기, 취소되었다.

20191, 서산부석사금동관세음보살좌상 항소심 재판부가 교체되고, 새 재판부가 소송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 올해는 항소심이 끝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128일 재판이 연기되면서 올해는 재판이 열릴 가능성은 없어졌다. 더구나 내년 초에는 재판부 인사이동이다. 새 재판부가 구성되면 사건 개요 등을 파악하는데 또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지, 범인(凡人)들은 알 수 없다. 20131, 수덕사로부터 활동을 요청받은 지 8년이 지나고 있다.

지난 과정을 돌아보고 항소심에서 제기되는 쟁점과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경자년을 소모하지 않은 일이라 여기며 자성한다.

20132, “정당한 취득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라는 대전지법의 가처분인용결정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가 정한 박물관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것으로 소장자의 합법적 소유권 입증 책임을 명확히 한 매우 중요한 판결이었다. 20171, 1심 재판부는 부석사 소유를 인정하고 도난이나 약탈의 방법으로 대마도로 운반되었음으로 부석사로 인도하고 최종판결 전이라도 가집행명령을 통해 부석사로 이운하라고 판결하였다.

가처분과 1심 판결을 통해 대마도로의 이동이 약탈 등 비정상인 방법으로 이뤄졌으며,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어떠한 설명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2017년 피고는 전혀 다른 주장을 펴는데, 첫째는 불상의 제작 이력을 기록한 결연문이 조작되었다. 둘째 불상 조성 당시의 서주 부석사가 현재의 부석사가 아니다. 셋째 유네스코 협약에 의해 도난 문화재는 원소유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항소이유서에 적시하였다.

원고는 18가지에 이르는 재판부의 석명과 재판과정을 통해 피고의 항소이유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여왔다. 결연문의 진정성에 대해서 이미 고려시대 복장물 연구 등을 통해 축적된 내용을 연구자의 사실확인서를 통해 제출하였다. 부석사의 동일성은 불교문화재연구소의 지표조사 결과, 1938년 작성한 홍경표의 부석사 상량문, ‘서산지명 연혁, 부석사가 등장하는 고지도 등으로 최대한 입증하였다. 정당한 소유권에 한해 유네스코협약이 적용된다는 점과 일본 문화재보호법의 제한적 적용으로 부석사불상은 적용되는 않는다는 점도 국제법학자들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증거로 제출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2014년 검찰청이 문화재청에 의뢰 용역한 <불상재감정조사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피고 검찰은 일본 정부와 문화재청으로부터 부석사의 불상이 진품임을 확정하고, 국내 잔류를 결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항소심에서 대부분의 조사위원이 확정한 <부석사의 불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항소심을 4년째 끌어오고 있다. 더구나 일본에 있는 결연문의 탄소연대 측정 등 감정 결과를 원고에게 제기하고 올해 1월에는 일본 측의 재판 참여를 주장함으로 막연한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최근 수차례의 재판에는 문화재청의 감정위원이 피고의 소송수행자로 참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석사는 두 차례 조정의견서를 제출하고 불상의 훼손 상태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1심의 가집행명령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취하하여 하루속히 부석사로의 봉안과 한일 불교계간의 협의를 통한 해결, 법적 분쟁의 종료를 제안하였으나, 피고의 가차 없는 거절로 결국 판결을 통해 확정하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묻고 싶다. 우리는 헌법 9조에 명시한 문화국가인가! 문화국가로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전승하는데,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의 재산권과 국가의 문화유산을 보호하지 않고, 그 책임을 온전히 국민에게 전가하는 행위는 향후 역사의 법정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을 것인가? 돌이켜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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