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의 재미있는 이슈메이커-26

사진출처 네이버

괜스레 싫은 게 있다. 정당한 이유가 있을 텐데 알고 싶지도 않다. 타당한 값어치를 하는데도 아깝다. 필자에게는 핸드폰이 그렇다. 2년 정도 사용하면 배터리 수명이 서서히 줄어든다. 일부러 그 수명을 짧게 만든다는 루머 때문인지 더 얄밉다. 하루가 멀다 하고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최신 디자인과 성능은 필자의 마음을 더 냉랭하게 만든다.

주변 지인들은 그런 필자의 궁상맞음을 탓하며 그리 비싸지도 않은 비용인데 지출하라고 야단법석이다. 그러면 필자는 되레 더 차가워지니 확실히 청개구리 심보가 맞다. 인정하면서도 유독 싫은 이유는 업체의 꼼수가 보이는 것 같아서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컴퓨터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도 대등한 비용을 요구하니 값어치 면에서는 우수하다. 알면서도 제값 주고 사본 적이 없으니 핸드폰을 파는 입장에서 필자는 비호감 고객이다.

사람도 그러하다.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이 있다. 내게 별다른 해를 끼친 적도 없는데 말이다. 말 한번 섞어본 적 없는 그녀는 눈빛부터 걸음걸이까지 밉살스럽다. 남자들 앞에서는 목소리 톤부터 달라지는 그녀에게 매서운 눈초리가 쏟아진다. 알길 없는 그녀는 간지러운 눈웃음까지 휘날리며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마음에도 없는 교태를 부리며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그녀의 얄팍한 술수가 뻔하다. 같은 여자들 입장에서 그녀는 비호감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필연이든 우연이든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MBTI16가지 성격유형은 당최 믿을 수 있는 것인지, 필자가 본 사람의 유형만도 전부 나열하기조차 어렵다. 그중에서도 괜히 비호감인 사람이 있다. 대체로 비슷한 유형의 사람을 싫어하는 걸 보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느낌이나 감정이 얼추 비슷한 모양이다.

호감은 대인관계에서 형성되는 감정 중 하나로서, 상대방에 대한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감정을 말한다. 이러한 감정은 그 파급효과가 광범위하다. 이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고,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면서 신뢰성과 선호도를 증가시키는 데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반대로 비호감은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의미하며, 우리 생활에서 마치 유행어처럼 널리 사용되고 있다. 또한 우리는 누군가를 저울질할 권한이 없음에도 사람들을 호감형과 비호감형으로 구분 짓고 평가한다.

한창 어린 시절 필자는 싫은 티를 곧이곧대로 표현해야 직성이 풀렸다. 직선적이고 숨김없는 성격이 오죽했으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무한한 관대함을, 싫어하는 사람은 벌레 보듯 온몸으로 경멸감을 표출했으니 그 입장에서는 억울했으리라.

인사이동으로 어수선한 어느 날. 부서에 팀장이 새로 왔다. 하필이면 그는 내로라하는 비호감이다. 나이깨나 젊은 사람이 고지식하고 권위적이기가 낡은 세대 못지않다. 부서에 비호감인 사람이 언제는 없었던가. 다만 팀장쯤으로 오면 골치 아프다. 그는 나이의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의 지위를 내세웠다. 그에게는 그것이 정당성이었고 우리는 그것이 달갑지 않았다. 사람들은 겉으로 그의 대장놀이에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었고, 필자는 당신이 비호감임을 온몸으로 드러냈다. 한편으로는 그가 알기를 바랐다. 자신이 남들에게 얼마나 비호감으로 비치고 있는지를.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니 자신의 행동을 뒤돌아보고 인간관계에서 어우러지기를 바랐던 필자의 쓸데없는 오지랖이었다. 그런 그에게 필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으리라. 괜한 원한만 사며 필자는 그에게 비호감인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굽히지 못하는 신념은 때때로 필자의 직장생활을 힘들게 했다.

며칠 전 필자의 동료는 비유적으로 필자에게 한 가지 깨달음을 주었다. 어느 어린 학생이 문제에서 원하는 정답과 자신의 가치관이 다를 때 무엇을 따라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에 대한 대답은 이랬다. “이 문제는 단지 시험을 합격하기 위한 절차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그러니 원하는 정답을 준다고 해서 네 가치관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어린 학생이 되어본다. 구태여 그에게 당신은 정답이 아니다 라고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불필요한 감정표현은 할 필요도 없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어차피 사라지지 않을 그들을 아랑곳하지 않으려 노력해본다. 적당히 맞춰준다고 해서 내 가치관이 무너지는 것은 아닐 터.

누군가를 저울질하기 전에 나는 어땠는가. 비록 호감을 살만큼 이타적이지는 못할지언정 비호감만은 피하고 싶다. 필자는 톨스토이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되새기련다.

겸손한 사람은 호감을 산다. 우리는 누구나 호감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겸손한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참고문헌 1. 배행자, & 이인선. (2004). 호감 (Attraction) 개념분석. 정신간호학회지, 13(3), 323-333.

2. 이흥표. (2011). 평판의 위력: 사회적 평판이 호감과 신뢰 및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는가?. 한국심리학회지: 문화 및 사회문제, 17(3), 261-285.

 

유은경 사회과학 인문학 박사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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