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금요? 요즘 같으면 턱도 없어요...열심히 한만큼 손해죠.”

11일 오후 서산버스터미널에서 영업용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11일 오후 서산버스터미널에서 영업용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12월 들어 코로나가 정말 피부 속으로 콕콕 박히는 듯 합니다. 국민 2명 중의 1명은 코로나 이후 실직을 했거나 그도 아니면 임금이 줄었다는 보고가 있지 않습니까. 멀리 갈 것 없어요. 영업용택시를 모는 우리 같은 서민은 밥 굶는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손님이 없어도 매일 도로 위에 나와 빙빙 사람을 찾아 달립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직장이 있다는 게 어디냐 싶다가도, 열심히 한만큼 요즘은 손해니 어째야될지 모르겠어요.”

택시기사 A씨의 말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일자리를 잃지 않고 동일한 임금을 받았다'라는 답변은 50.3%, 임금이 줄었거나 일자리를 잃은 경우는 무려 49.7%에 달했다. 노동시장이 위축되면서 취업자가 줄고 비경제활동인구는 급격히 늘었다는 통계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실감이 가는 요즘이다.

메시지가 울린다. 우리 서산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문자다. 이날 현재 서산은 전날보다 2명이 늘어난 확진자 81명을 찍고 있다.

2시간 동안 2명 근거리 고객이 전부... 수입은 만 원도 채 안돼

지난 10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택시기사들의 아우성을 듣고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 택시에 몸을 실었다. 기자가 탄 택시에는 정확히 2시간 동안 2명의 근거리 고객이 전부였고 수입은 채 만 원이 되지 않았다.
지금은 그래도 덜해요. 8시 정도만 되면 손님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아예 유동인구가 없어요. 매장마다 9시만 되면 셔터가 내려지고 주로 배달 오토바이만 신나게 달립니다. 사실 요즘 같으면 힘들어서 먹고사는 것도 고민해봐야 할 지경이에요. 이제는 콜도 안 잡히니 달리 방도가 없지 않겠어요? 사납금 평소 50%도 맞추지 못해요.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으면 이 고비를 무작정 기다린다고 하지요. 그런데 백신 말고는 희망이 없잖아요. 애들은 커나가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합니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이곳저곳을 누벼도 행인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나마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가족이 배웅을 나오는 듯 택시를 외면하고 총총히 사라졌다.

서산에만 택시승강장이 15군데는 되는데 (줄지어 선 택시)빠져나가는 시간이 평상시보다 두 배가 걸립니다. 하기야 어디 우리만 힘들겠습니까? 다들 힘들다고 난리니 말도 못 하겠고.하루 135000원 사납금에 콜비 4000원만 생각해도 머리에 쥐납니다. 종일 이리저리 손님을 찾으러 다니는데 요즘같은 때는 타 주시는게 더 이상할 정도라니까요.”

예전 같으면 새벽 6시 출차 나와서 밤 9시까지 열심히 근무하면 고생한 만큼 수입이 됐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반토막도 안 됩니다. 그도 모자라 12월 들어서는 근근이 몇 분 태우면 파장이죠라는 기사 A씨는 이달 들어서는 아예 손님이 없다며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기자가 탑승한 지 40분이 지나자 겨우 중년의 남자분이 고속버스에서 내림과 동시에 택시에 올랐다. 어찌나 반갑던지 조수석에 앉은 기자가 꾸벅 인사가 나올 정도였다. 근거리 이동으로 금액은 적었지만 그저 탑승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감사하던지.

손님을 내려주고 다시 빈차로 돌아왔다. 택시 승강장마다 줄지어 서 있는 택시들이 주를 이뤘다. 평상시 같으면 기사분들이 택시를 세워두고 하차하여 삼삼오오 나와서 대화를 나누던 모습도 이제는 사라져버린 먼 풍경이 되었다.

그로부터 1시간 30, 두 번째 손님이자 기자가 본 마지막 노신사 한 분이 서산의료원으로 가자며 택시에 올랐다. 9월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손님은 코로나로 병실에 보호자들이 오지 못했다조용해서 좋았지만 대신 가족들을 마음껏 만나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다고 했다.

손님을 내려주고 2시간이 지나도록 콜은 단 한 차례도 터지지 않았고, 결국 2명의 손님 외에는 택시를 타는 고객은 눈에 띄지 않았다.

요즘은 서산 시내를 하염없이 돌아다닌다고 표현하는게 맞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막차가 끊어지고 0시에 맞춰 귀가하지요. 그렇다고 별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나와의 약속이니 손님이 없더라도 시간은 맞춰 들어갑니다.”

마침 택시 옆으로 낮술을 드신 취객 한 분이 누군가를 향해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그 모습을 보고 술 취한 손님이 실례하면 어떻게 하냐?”고 묻자 직접 치우거나 그도 아니면 세차를 맡긴다는데 그렇게 되면 한나절은 공치는 날이 된다고 했다. “세차비를 요구하시면 되지 않냐?”고 묻자 주로 만취 상태인데다 요금도 못받을 때가 종종있어 세차비를 어떻게 받냐며 난감하다는 시늉을 했다.

서울시에는 약주를 드시고 실례를 하면 금전적 배상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조례가 있습니다만 서산은 조례가 없어요. 그날은 그냥 공치는 날이라 생각하고 얼른 모셔다드리고 직접 세차하는게 상책입니다. 하긴 요즘은 다들 일찍 귀가하시니 술 취한 고객도 코로나 이후에는 보기 드문 현상이 됐네요. 또 그게 맞고요. 전세계적 추세인데 어쩌겠어요. 그래도 조금만 서로서로 참고 배려하다 보면 어떻게 지나가겠지요.”

희망은 안전한 백신과 서로를 배려하는 미덕

손해를 보면서도 운전대를 잡고는 있지만 요즘 같으면 버티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A. “그동안 택시 영업을 했지만 올해가 최악이에요. 그래도 우리는 덜한 편입니다. 우리보다도 더 힘든 분들은 매장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라며 희망은 안전한 백신과 함께 시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미덕이라는 택시기사 A.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지 어느덧 수개월, 이른 저녁임에도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폐허가 된 듯한 서산시 가계들이 눈에 띈다.

임대문의라고 적힌 빛바랜 종이가 희미하게 네온사인에 비칠 때쯤, 택시 운전자 A씨는 무슨 생각을 하며 거리를 누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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