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갯벌청소년문학제 당선작 ‘대상’】

이주영/서산중학교 2학년

 

나는 어렸을 때부터 바다를 갔다. 아마도 내 기억의 존재 이전부터 바다를 다녔던 것 같다. 모래밭에서 계속 놀겠다고 큰대자로 누워버린 나를 안고 있는 모습도, 공갈 젖꼭지를 물고 나뭇가지 두 개를 양쪽 머리에 대고 기린이랑 사슴이랑 숨바꼭질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도 다 바다를 배경으로 찍혀있는 사진을 보면 말이다.

기억이 나던 시기의 그곳은 바다 특유의 비릿한 내음과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파도 소리와 새우깡이라도 얻어먹으려고 머리 위를 뱅뱅 도는 세파에 찌든 갈매기의 소리는 주말을 함께하는 친구였다.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모래와 발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파고드는 진흙. 작은 인기척에도 놀라서 바지런히 자신들의 주거지로 찾아가는 작은 게들. 시중에 파는 외국산 소라게처럼 키워보겠다고 바닷물과 함께 집으로 가지고 와서 한참을 키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여름이면 아빠가 이끌어주는 스파이더맨 튜브에 몸을 싣고 바닷물의 매운맛에 허우적거리며 샤워도 해보고 뜨거운 태양 아래 겨우 햇빛만 차단되는 텐트 안에서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처럼 나의 바다 사랑이 식기를 기다리는 엄마의 모습도 외면할 만큼 바다는 나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시간이 흘러 바다 자체로도 아름다운 곳에 어울리지 않는 구조물들의 등장과 소규모의 작은 어촌들 주변의 난개발로 순수를 잃어갈 때 나 또한 중학교 진학과 함께 주말이면 가던 횟수가 줄고 영원할 것 같은 바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있을 때 아빠의 권유로 반 강제에 따라나선 곳이 가로림만이라는 곳이다.

기억이 없던 시절 와봤던 곳이라고는 하자만 맨눈으로 봤을 때 그렇게 매력적인 곳은 아니었다.

몸을 움츠리게 하는 바람만 셀뿐 억새의 가냘픈 손짓에도 익숙한 갈매기의 부름에도 애써 외면하고 있을 때 주민분이 오셔서 우리가 코끼리의 다리만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믿듯이 가로림만의 거대함은 못 보고 한쪽 귀퉁이 방파제에서 전부를 보려고 했음을 알았다.

주민분의 말씀에 따르면 가로림만은 많은 아픔을 담고 있는 곳이었다. 주민들의 생활 터전인 이곳은 어느 날 조력 발전소 건립이 계획되면서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주민들의 생활 터전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바다의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조력발전소의 건립계획은 지역발전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당근만 제시했고, 그 여파로 갯벌의 수 많은 생명체들을 위협하는 오염물질들과 항상 그랬듯이 난개발로 인한 부작용들에 대해선 철저히 침묵하는 상태에서 주민들끼리의 갈등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찬성파와 반대파가 나뉘면서 마주치면 안부를 묻던 어제의 이웃이 오늘은 외면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단다.

개발이라는 이면에 존재하는 생명체에 가해지는 많은 유해요소와 인간의 삶까지 위협하는 공포에 그만 몸을 부르르 떨고 말았다. 외부인인 나도 그 존재의 가로림만이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해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발전소 건설에 앞장선 기업과 사람들에 대한 역겨움에 이렇게 분노하고 몸이 떨리는데 현지인이신 그 주민분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의 죄책감이 들었다.

그동안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얼마나 많은 자연이 파괴되고 그에 따른 국가 재원의 손실과 자연과 공생한 수 많은 생명체들의 소멸을 목격하지 않았던가? 내가 태어나지 않았던 시절의 새만금 방조제나 현재도 강 밑바닥이 썩고 있는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주민의 말씀에 따르면 쥐구멍에도 볕은 들어오는 법, 조력발전소 사건으로 적지않은 충격과 상처를 입었을 가로림만의 주민들에게 마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바로 대한민국 제1호 국가해양정원을 설치한다는 소식이었다. 비록, 사람들은 해양 생물을 보호한다면서 관광, 상업 목적으로 개발을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 한 것 아닌가?’ 라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해양정원은 생태보호를 위한 국가적인 프로젝트라는 사실과 만리포 유류유출 사고로 아직도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시점에 해양정원은 서산태안 주민에게 힐링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사를 접하면서 개발이라는 것은 위에서 열거한 부정적인 것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알았다.

그들에게 난, 무언가를 지키고 보존한다는 것은 그냥 내버려두고 방치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그냥 방치했을 때 파생되는 부작용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날 갯벌 근처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다듬고 계시는 두 분의 모습에 조개나 굴 또는 해산물을 볼 수 있겠다 싶어서 다가갔더니 은행을 까고 많은 부산물을 바다에 버리고 계셨다.

깨끗하게 씻겠다며, 화학물질이 가득 들어있는 세제나 비누를 사용하면서 그것들이 하천을 오염시킨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것과 유사하다.

가로림만해양정원이 그동안 몸살을 앓았던 생태계의 회복과 더불어 인간이 자연과 공생하는 원래의 취지로만 건설된다면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다. 사업의 시작에서부터 마무리까지 관심과 감시가 병행된다면 개발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생각 또한 기우에 불과 할테니까.

, 가로림만이 세계5대 갯벌중 하나라는 자부심과 해양정원이 많은 이들에게 치유와 쉼이 된다면 더 이상의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가로림만에 얽혀있던 무수한 사연들도 자연스레 알려지게 된다면 더욱더 가깝고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내 어릴 때 기록의 반 이상이 바다와 함께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자란 아빠와 삭막한 아스팔트와 빽빽한 빌딩숲에서 살아오신 엄마의 무한한 바다 사랑 덕분이긴 하지만 친구를 배려하려고 하는 마음이나 사람에 대한 존중, 자연과 어우러짐을 아름답게 글로 써보고 싶어 작가가 되고자 하는 내 꿈들이 다 바다와 함께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자연과 갯벌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선물해 주었다. 피부에 좋은 뻘에서부터 한 가족의 소중한 추억까지.

하지만 우리와 항상 가까이에 있어서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자연이 주는 풍요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여기고 무분별하게 대했던 것을 반성한다. 영원할 것 같은 바다의 모습이 시커먼 기름으로 덮였을 때의 충격과 그 아픔을 간직한 유류유출 극복기념관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지 않았던가.

앞으로 갯벌과 자연에 우리들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와 오물들을 수거하고 사과와 반성, 그리고 우리에게 베푼 많은 것들에 고마움을 표현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이후 새로이 완성될 우리의 추억이자, 많은 생물들의 쉼터, 가로림만 해양정원을 기대하며.]

 

 

당선 소감문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와 함께 단조로워진 일상에서 잠시 들른 바다는 여전히 반갑게 맞아 주네요.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어릴 때부터 모래놀이와 수영으로 만난 바다와 달리 가로림만의 갯벌은 새로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서해안의 청정갯벌로, 국내최초로 해양생명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국가 보호종 10여 종과 포유류, 어류, 조류, 동물, 식물 등 420여 종이 서식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유명 작가님의 말씀이 모두 알고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쓰면서 새로운 지식을 알게 (배우게) 된다는 말씀을 실감하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기대하지 못했던 나의 갯벌, 가로림만이 준 대상이라는 큰 선물 너무 감사하며, 점박이물범과 같은 희귀 동식물들이 나와 가까이에 있음에 자부심을 가지며 오래도록 그들과 상생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다. <서산중학교 2학년 2반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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