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선언했다.

중고등학교 8종의 한국사 교과서를 모두 폐기처분하고 오직 정부만이 교과서를 쓰겠다고 한다. 몇 몇 이슬람국가와 북한 같은 독재국가만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라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교과서들이 ‘좌편향’이며 북한을 찬양하고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내용이 가득 차 있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심지어 새누리당은 아이들에게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는 현수막을 전국에 내걸었다.

모두 거짓말이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허위에 찬 선전선동이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먼저 교육부장관과 관련 공무원을 해임하고 교과서 집필진과 출판사 관계자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 자신들이 검정기준을 정하고 자신들이 검정해 준 교과서가 좌편향이라면 자신들이 좌편향이란 말인데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이 거짓으로 국민들을 분열시키려 한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왜 교과서 국정화에 목을 매고 있을까?

2013년 교학사 교과서 사태를 떠올리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억지춘향으로 교육부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 교과서는 1,000여개의 오류와 친일독재 미화, 임시정부의 법통 부정 등 반헌법적 내용으로 일선 학교에서 채택율이 0%에 가까웠다. 단 1개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다. 심지어 어떤 내용은 일본 우익의 후쇼사 교과서보다 더 우익적인 내용이었다. 이 교과서가 일선 학교에서 거부당하자 현재 8종이 있는 한국사 교과서를 모두 폐기처분하고 정부가 저작권을 갖는 국정 교과서 하나만 남기겠다는 것이다. 가히 현대판 ‘역사 분서갱유’라 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3선의 대통령도 부족해서 유신을 통해 영구집권을 꿈꿨던 아버지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애끓는 사부곡이라고도 하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을 ‘좌’, ‘우’로 분열시켜 이득을 보려는 정략적 발상이라고도 한다. 어찌되었던 역사를 정부만, 자신만 쓰겠다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실제 교과서 국정화는 독일의 나치 시대, 일본의 군국주의 시대, 한국의 유신시대 3번이 있었다. 모두 파시즘체제였고 전쟁과 인권말살의 시대였다. 이런 이유로 OECD 가입 국가에서 국정 교과서를 쓰는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

역사는 벌어진 사실이지 올바른 것이 아니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사실을 ‘올바르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그래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한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만들겠다는 올바른 통합 교과서는 거꾸로 나쁜 분열의 교과서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현 정부가 주장하는 창조경제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창조경제는 다양성, 차이, 다름을 인정하는 통합경제다. ‘넋’을 빼놓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 창조경제를 하겠다는 말인가?

국민 대다수가 반대했던 4대강 사업의 결과가 어떠했는가? 4대강 사업 추진과정의 불법, 탈법, 부정부패는 논외로 하더라도 국토는 망가지고 강은 썪어 녹차라떼가 넘치게 되었다. 그때 생긴 재정적자로 우리 경제는 장기 저성장의 위기에 빠졌다. 4대강 추진하듯 국민 동의 없이 밀어 붙이는 교과서 국정화는 우리 아이들의 역사관을 황폐화시키고 국민 분열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역사를 남기는 대통령이 되어야지 역사책을 바꾸는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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