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에서 편견을 학습했다’로 세상에 문을 두드린 시인

신간 시집
신간 시집

2010시로 여는 세상신인상으로 당선되고, 2012년 첫 시집 발간 후 2좁은 골목에서 편견을 학습했다를 출간한 배정숙 시인을 본지에서 만났다.

배정숙 시인
배정숙 시인

Q 먼저 축하드린다. 이번 시집에 대해 말해달라

등단 10년을 넘기는 지금 감회가 새롭다. 특히 나만의 존재론적 뿌리를 단단히 하고 삶의 문양을 형상화하려는 의지를 작품에 담았다. 특히 지나온 시간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을 통해 근원적 세계를 복원하고 삶의 지남을 설계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이번 시집에는 적지 않은 연조로 체험한 나의 삶을 통해서 노인들이 살아가며 느끼는 동병상련의 감성을 담은 작품을 다수 실었다. 그들의 담담한 언어를 젊은이들과 사회를 향해 핍진하게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며 깨달은 사회의 문제나 사회적 약자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쓴 시들이다. 이번 시집을 통해 그분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고 정신적 본향이기도 했던 효 사상에 작은 밑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하게 됐다.

 

Q 이번 시집을 바라보는 전문가의 반응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신 유안진 시인님은 이 책을 보시며 체험한 시어들과 시상이 나에게는 무척 반갑다고 하시면서 좁은 골목에서 편견을 학습했다에서 가장 한글적인, 어쩌면 언문적인 어휘가,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詩語들의 발굴 같아 반가웠다고 하시더라.

또한 신선하다. 뭐니 뭐니 해도 시는 새로워야 한다. 더구나 모국어로 쓰는 시는 모국어발굴과 호흡이어야 한다는 반성을 배정숙 시인의 시를 통해 하게 되어 기쁘다고 해주셨다.

또 한분은 문학평론가면서 한양대학교 유성호 교수님은 구체적 삶의 양상을 다양한 어법과 소재로 노래한 민활하고도 선명한 고백록이자 풍경첩이라고 하시면서 형상을 구체적인 일상 속에서 발견하거나 아니면 그 역으로 그것을 회복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건들에 대한 예리한 비판의 촉수를 보여줌으로써, 아름답고 강렬한 자신만의 시학적 지표를 정성스럽게 세워간다고 말이다.

교수님은 미학적 표지(標識)를 일구어간 구체적 흔적으로 충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두 분 모두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인 것 같다.

Q 앞으로의 각오나 계획을 말해달라

손에 있지 않고 마음에 서서 떨고 있는 눈에 밟히는 수많은 대상들은 애틋함이며 미련이며 사랑일 것이다. 이 시에서 소망하는 그들을 난 모두 춥지 않게 품어주려 할 것이다. 차고 투명한 그리움을 키워주고 구멍 숭숭한 마음 밟아주고 이들을 위해서는 쓸쓸하고 배고픈 노래를 불러주면서 이 모두에게 읍소하는 일이것은 눈에 밟히는 모든 존재들을 향해 부여하는 사랑과 그리움의 확장행위일 것이다.

앞으로도 눈에 밟히는 내안에 것들이 수런거리는 한 나의 시 쓰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훗날 새벽 눈 위에 찍어놓은 발자국의 무게는 고스란히 내 어깨에 얹히어질 것이라는 걸 알지만 나만의 편견으로 이들을 외롭지 않게 보듬을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시 한편을 독자들에게 들려달라

 

붉은 잔상殘像

 

눈에 밟힌다는 것

칸나의 꽃잎 떨어진 자리가

눈에 밟힌다는 것은

 

밤이면 붉어지던 칸나의 이명이 내 귀로 옮아온다는

기억의 끈을 그에게 묶어 타원형 궤도 따라 비행한다는

꽃잎이 은밀한 슬픔의 방향으로부터 차례차례 떨어진다는

물먹은 한지만큼 차고 투명한 그리움을 키운다는 말

 

눈에 밟힌다는 것은

얼음 박힌 보리밭 밟아주듯 구멍 숭숭한 마음 밟아주는 일

밟으면 울컥 일어나 출렁이는 정직한 풀밭

그와의 사이에 흐르는 강물의 민낯을 쓰다듬는 방식

쓸쓸하고 배고픈 노래

이 모두에게 읍소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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