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 비법-51

장하영 장기 프로
장하영 장기 프로

필자는 장기의 승패에 그리 관심이 없었다. 장기 공부 자체가 좋았다. 2000년대 초반에는 장기 서적 출판이 꽤 활발하였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판매되던 장기책은 죄다 모았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보았던 책이 장기 포진법이었다. 지금이야 인터넷 강의로 쉽게 접할 수 있고 장기 방송도 있으니 장기 서적의 필요성이 과거보다 덜하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포진을 독학으로 배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책이 필요하였다.

처음 포진법을 보았을 때 참으로 난감하였다. 설명은 없고 죄다 행마 수순만 나와 있었다. 그 행마의 의미는 직접 연구해보라는 뜻이었다. 처음에 무작정 외웠다. 행마 하나하나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을지라도. 그러나 반복하다 보니 손 감각이 생겼다. 저절로 손이 가는 행마가 나왔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행마의 의미를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실전 대국에서 그 수를 적용하면 손해 보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 경험을 쌓았다. 이윽고 어느 순간 포진의 전반적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

장기 포진법은 외울 필요가 없다. 아니, 장기에 입문할 때는 구구단 외우듯 무작정 외우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 행마 수순을 이해하였을 때는 잊어버려야 한다. 실전에서는 상대 대국자의 응수에 따라 포진을 취하며 유연히 대처하면 되겠다.

지난주에 이어 주요한 포진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 몇 가지를 지적하겠다.

<장면도-1>을 보자. 중고급자들이 쓰는 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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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도-1>

전형적인 선수 원앙마 포진이다. 원앙마 포진이란 원래 중앙 상()이 가 있어야 할 자리에 마()가 올라간 형태를 말한다. 이로써 상은 중앙으로 진출하기 어려워졌다. 대신 중앙 마의 힘이 세어졌고 후방에서 지원해주는 기물도 상 2, 마까지 무려 세 가지나 된다. 중앙 마는 기회를 보아 차후 진출하여 상대 포를 노릴 것이다.

<장면도-2>를 보자. 원앙마 포진의 변형된 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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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도-2>

원래 원앙마 포진을 차리기 위한 초반 기물 배치였지만(안상차림) 마가 원앙마로 진출하지 않고 상()이 중앙으로 진출하였다. 그리고 중앙으로 진출하지 못하였던 상은 변으로 진출하였다. 일견 나빠 보이긴 하지만 사실은 양상이 합심하여 한쪽 진영의 병을 공격할 목적이 있다. 따라서 공격을 좋아하는 대국자가 자주 써먹는 포진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장면도-3>을 보자. 초의 선수 양귀마 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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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도-3>

특이한 포진이다. 면의 위치에 상이 가 있는 면상(面象) 포진이다. 이 포진은 실전에 잘 나오지 않는데 수읽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급자들이나 간혹 구사할 때가 있다. 이 포진의 특징은 마()가 고등마까지 진출하고 다른 마는 진출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 귀마나 3선의 위치에 마가 하나도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면포를 중심으로 포가 농포 작전을 쓰기 위해서이다. 만일 3선에 마가 하나 더 있다면 농포 작전은 자유롭게 쓸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면상 포진은 초반부터 공격적인 대국을 이끌어 갈 수 있다.

정리

원앙마 포진은 마 하나가 중앙으로 진출하여야 한다. 이 마를 후방에 있는 마 하나와 양상이 지원하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포진을 변형하여 중앙에 상이 진출하고 다른 상은 변으로 진출하여 상대 진영의 양병을 초토화할 수 있다. 특이한 형태로 면상 포진도 있다. 이 포진은 3선에 마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며 포의 움직임이 자유로워 공격적인 대국을 이끌어 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어떠한 포진이든지 한 수 한 수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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