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 비법-50

장하영 장기 프로
장하영 장기 프로

최근 놀란 일이 있었다. 독일에서 개발된 인공 지능 장기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기력이 완벽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프로기사를 이기는 장기 프로그램이 10여 년 전에 개발되었다. 그러나 독일의 장기 프로그램은 그 기력을 넘어섰다.

이 프로그램은 머신러닝 기법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기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국내 장기 프로그램은 몬테카를로 방식이다. 이 방법은 장기를 둘 때마다 제한 시간 내 많은 수를 두어봐서 가장 이득을 취하는 수를 택하는 방식이다. 동일한 상황인데도 확률에 따라 다른 수를 선택한다. 그러나 머신러닝 방식은 상황에 따라, 즉 모양에 따라 두어야 할 수를 미리 훈련하고 저장해 놓았다. 따라서 비슷한 모양이라면 연산을 거의 거치지 않고 빨리 좋은 수를 발견한다. 보통 50수 정도까지도 본다고 하니 인간이라면 그 누구도 승리하기가 어렵다. 안정적으로 두어간다면 적당히 비기는 정도까지는 가능하겠지만 묘수 발견이나 장군승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여 보았다. 기력 향상이 목적이라면 인공지능 장기 프로그램과 대국하면 그만이고 장기 수 연구도 컴퓨터가 계산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러던 중 한 가지 길을 발견하였다. 필자는 모 평생교육원에서 장기를 가르치고 있다. 수강 대상자들은 대부분 장기 입문자들이다. 이들에게는 기물의 명칭과 행마부터 사람의 직접적인 손길이 필요하다. 생각해보자. 입문자들이 인공지능 장기 프로그램 하나로 명칭부터 규칙, 수읽기까지 친절하게 배울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일정 수준 기력이 다다르면 수읽기는 배울 수 있겠다. 그러나 장기 입문 교육은 사람만의 고유한 영역이다.

이번 주는 몇 가지 주요한 포진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 몇 가지를 지적하겠다.

<장면도-1>을 보자. 장기 입문자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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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도-1>

귀마형 포진은 장기판 좌우 열()의 숫자를 잘 활용한 포진이다. 열이 9줄로 홀수이기 때문에 중앙선(5)에 필연적으로 자리싸움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적절한 조합을 위해 좌우에 모양 차이가 있는 귀마 포진을 쓰면 힘들이지 않고 적절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장면도-1>은 귀마 대 귀마 포진이다. 초는 전형적인 정형 포진을 시도하고 있다. 이 포진에서 입문자들이 유의하여야 할 점은 첫째, 어느 쪽 졸()을 열 것인가의 문제이다. 보통 차 옆에 상이 있는 쪽의 졸을 쓸어야 이후에 외졸(外卒)이 생기지 않는다. 둘째, 어느 쪽 포()가 면포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과거에는 변형포진이라고 하여 좌진의 포가 면포로 가고 우진의 포가 귀포로 가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는 초의 선수 효과를 살리지 못하기 때문에 장기 고급자들은 대부분 우진포가 면포하고 좌진의 포는 추후 활용한다.

<장면도-2>를 보자. 귀마 대 귀마 포진이지만 초와 한의 마와 상의 배치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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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도-2>

이 포진은 동네장기라고 하여 과거에 자주 두었던 포진이다. ‘맞상장기라고도 하는데 서로 상()이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진출하면 반드시 교환된다. 이는 상을 서로 떼고 두는 격이므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정식 대국에서는 금지되는 포진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상을 누가 먼저 잡을 것인가이다. 먼저 잡는 쪽이 유리할까? 먼저 잡혀 주는 쪽이 유리할까? 먼저 잡아야 한다. 이후 졸의 배치 상태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맞상장기를 둘 경우 최대한 빨리 상을 진출시키도록 하자.

<장면도-3>을 보자. 초의 선수 양귀마 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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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도-3>

양귀마 포진은 고수가 아니라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잘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수비력과 파괴력은 뛰어나다. 양귀마 포진의 핵심은 무엇일까? 중앙 졸()의 한 칸 진출이다. 이 졸을 마()가 뒤편에서 지원해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초의 포진은 상당히 유리해졌다. 물론 한도 이에 대한 대비책이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 다루지 않겠다. 양귀마 포진에서 중앙졸의 재빠른 진출을 꼭 기억하자.

정리

포진은 형태에 따라 5~6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귀마형 포진은 1수로 옆으로 쓰는 졸을 제대로 선택해야 하고 면포로 가는 포를 적절히 선택해야 한다. 맞상장기에서는 상을 최대한 빨리 진출시켜야 유리하고, 양귀마포진에서는 중앙졸을 재빨리 한 칸 진출시켜야 유리하다. 이처럼 포진마다 핵심적인 수가 있으니 꼭 기억하길 바란다.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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