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천수만철새학교를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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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천수만철새학교를 다녀오다
  • 최미향 기자
  • 승인 2020.11.08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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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 천수만에서 미래를 그리다
천수만철새학교 개강
천수만철새학교 개강

가을 햇살이 낮게 드리운 시월 마지막 날, 새들의 보금자리 천수만을 찾았다. 들꽃들이 사위어 있었고 그 자리를 새들이 숲이 되어 주어 천수만을 노래했다.

천수만을 찾은 철새들
천수만을 찾은 철새들

움직이지 못하는 것들의 수족이 되어 겨울의 태동을 부르는 새들 사이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껑충껑충 뛰어갔다. 갈대가 바람결에 이슬 젖은 얼굴을 들어 멀리 논을 가로지르는 녀석을 바라본다.

1030분 투어버스에 탑승한 기자의 눈에 비친 천수만의 첫 모습이었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설레는 표정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쌀쌀한 가을 날씨에 약 1시간 30분 동안 새를 본다는 것은 설렘을 넘어 감동이 아닐 수 없다.

버스가 안쪽으로 들어가자 이곳을 찾은 여러 종류의 새들이 서로 어울려 가족이 되어있었다. 지금이 새를 보기 위한 가장 최적의 시간, 눈앞에 보이는 무논에서 기러기와 흰뺨검둥오리가 모여서 부지런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천수만의 하루
천수만의 하루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보석들이 빛을 뿜어낸다. 별들이 아침 공기를 뚫고 내려왔을까? 투어버스에서 쌍안경을 들어 그곳을 바라보니 다름 아닌 고즈넉이 앉아 움직이는 천수만의 철새들이었다.

천수만을 잘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천수만생태관광추진협회.
천수만을 잘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천수만생태관광추진협의회.

그때 자그마한 소리로 우와 엄마, 저기 봐. 어마어마해라는 아이의 속삭임이 들린다. 아마도 자신의 소리가 새들에게 들릴까 봐 그렇게 작은 소리를 냈나 보다. 어린 새들이 갈대 사이 속으로 숨어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버스를 세우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뻔하다. 정차하고 관람객이 내리면 분명 위험을 감지한 학습된 새들이 하늘 위로 날아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다시 사진기를 챙기고 삼각대를 접어 버스로 돌아와야 한다.

새들의 낙원 천수만에는 무논을 조성하고 볏짚을 깐 논 위로 빛에너지와 풍부한 먹이가 송이송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럼 그렇지 그래야 철새들의 정거장이지’. 떨어진 낱알을 먹기 위해 날아든 겨울 철새가 우리 일행을 환영했다. 천수만에서는 새들이 주인이다.

마을주민 ‘우경희 천수만생태관광해설사’ 님
마을주민 ‘우경희 천수만생태관광해설사’ 님

갑자기 천연기념물 제324-2호 수리부엉이를 발견한 마을주민 우경희 천수만생태관광해설사님이 수리부엉이는 밤의 제왕인데 왜 오전 시간에 나타나 저렇게 털썩 앉아있지?”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혼잣말이었지만 함께 한 일행들도 걱정스럽게 웅크리고 앉아있는 녀석을 바라보며 제발 다치지 않기를 염원했다.

우경희 해설사님은 수리부엉이는 야행성이라 밤에만 움직이는 밤의 제왕입니다. 시세포가 많아 작은 빛만으로도 물체를 감지하지요. 그리고 움직여도 소리가 나지 않아요. 특히 밤에 하늘 높이 떠서 바위산을 오가는데 요즘은 배가 고파서 그런지 먹이가 풍부한 천수만에도 나타난답니다. 먹이가 없다는 것은 정말 슬픈 현실이지요라고 말했다.

망원경으로 본 간월호에는 풀숲 사이로 솜뭉치처럼 보이는 고니 7마리가 유유히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망원경으로 본 간월호에는 풀숲 사이로 솜뭉치처럼 보이는 고니 7마리가 유유히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설명을 듣는 사이 어느새 도착한 간월호수. 어마어마한 철새들이 호수 위에 앉아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왼쪽으로 눈을 돌리니 풀숲 사이로 솜뭉치처럼 보이는 고니 7마리가 유유히 망중한을 즐긴다. 그날따라 그동안 보지 못한 여러 종을 보게 됐다. 돌아가는 길에 로또라도 한 장 사야 되려나(웃음).

망원경을 설치하기 위해 삼각대를 펼치는 동안에도 해설사님은 저기 모래톱이 보이시죠? 저것은 우리 새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곳입니다. 새들이 먹이를 먹고 난 후 편안한 쉼을 하는 곳이거든요. 그런데 모래톱이 없으면 새들에게는 잠자리가 없다는 뜻이에요. 두루미가 천수만을 떠나 순천만으로 간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사실 이곳 간월호는 농경수로 쓰이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농민들은 물을 가득 채워놓기를 바라지요.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모래톱은 사라지고 새들은 잠자리를 잃게 되지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라고 말했다.

천수만에는 새들이 주인이다.
천수만에는 새들이 주인이다.

철새들이 날아오르는 가을의 천수만은 어쩌면 신의 축복이다. 그때였다. 갑자기 간월호에 내려앉은 새들이 퍼드덕 소리를 내며 일제히 비상하는 것이 아닌가. ‘왜 갑자기 일제기 자라를 박차고 일어나 하늘 위로 날아오르며 소리를 낼까?’ 궁금하여 사방을 두리번거리니 해설사님이 저기 저분이 사진 찍으려고 일부러 스트레스를 주네요라는데 건너편을 보니 연신 셔터를 눌러대며 손짓을 하는 어른을 발견했다.

하늘 위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새들의 V자 군무, 춤을 추는 것처럼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도 결코 부딪치거나 흩어지지 않는 모습. 아름답다 못해 장엄함을 느꼈다. 만약 사람이 저렇게 많았다면 서로 싸우고 헐뜯었을텐데.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씁쓸하다.

천수만 철새들을 뒤로하고 버스투어를 마치니 벌써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와 함께 고소한 기름 냄새가 가을 공기를 휘감았다. 함께 탑승했던 젊은 아이 엄마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으며 주머니에서 철새학교 참여요금 8,000원 중 돌려받은 5,000원권 서산사랑상품권을 들고 간월도 굴밥을 먹는다며 위치를 물어왔다. 조금이나마 철새학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을 보고 괜히 마음이 훈훈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공헌을 했던 서산천수만세계철새기행전이 이번 철새학교를 통해 다시 부활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최고의 자연을 잘 보존하여 우리 후손들에게 전해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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