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가 거품에서 탄생하였는지에 대한 현대판 이야기

민지쌤의 미술읽기-⑲

비너스의 탄생(The Birth of Venus)/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국적 이탈리아/출생~사망 1444년/1445년~1510년/제작연도 1485년/르네상스/템페라화 기법/캔버스에 템페라(Tempera on canvas)/크기 180cmx280cm/우피치미술관 소장
비너스의 탄생(The Birth of Venus)/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국적 이탈리아/출생~사망 1444년/1445년~1510년/제작연도 1485년/르네상스/템페라화 기법/캔버스에 템페라(Tempera on canvas)/크기 180cmx280cm/우피치미술관 소장

지난주 일요일, 유치원 때부터 단짝이었던 첫째 아이 친구와 함께 피노키오전시를 보러 미술관에 갔다. 그날이 전시 마지막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피노키오는 어릴 적 읽었던 동화라 9살 아이에겐 재미없을까 은근 걱정이 되었지만, 엄마의 걱정은 기우가 됐다. ~ 한 이야기가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체 뭘까?

전시장 내부에서는 특정 작가 빼고는 사진 촬영이 가능했는데, 곳곳에 촬영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많았다. 특히 키즈 크리에이터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연극에 나오는 장면을 몰입해서 보고 있었다. 때마침 미술관에서는 도슨트 선생님(전문 도우미) 께서 작품을 설명해주시고 계셨다.

그때의 충격이라니……. 피노키오가 바닷속에서 만난 건 고래가 아니란 사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원작에서는 바다 괴물로 되어 있던 것이 디즈니에 의해 고래로 해석된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런가? 이번 전시회에서는 피노키오에 등장하는 바다 괴물이 작가마다 상어, 고래, 등등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었다.

머리를 망치로 맞는 듯 한동안 멍했다. 미술관이 매력적인 이유 하나는 바로 그림은 누군가에 의해, 어떤 시점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저마다 다른 해석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다 괴물대신 바닷속 조개껍데기 위에 서 있는 여자를 상상해 보자. 당신의 머릿속엔 무엇이 떠오르는가? 여신? 요정? 공주? 무엇이라도 좋다. 거대한 조개 위에 한 여자가 서 있는 그림, 바로 그것이 비너스의 탄생이다.

그림 비너스의 탄생은 이탈리아 피렌치에서 태어난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4/1445~1510)’로 그는 가죽장인의 아들이었다. 보티첼리라는 이름은 세례명으로 원래는 작은 술통이라는 뜻을 가진 형의 별명이었다. 이것을 줄여서 산드로 보티첼리라 불렸다.

보티첼리는 로마에서 기독교를 주제로 한 신화 속 작품을 주로 그렸다. 그러다 1482년 로마에서 피렌체로 돌아온 그는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로 그의 첫 대작 Primavera’을 발표했고, 1848년경에는 비너스의 탄생을 완성하게 됐다.

이 두 작품은 사랑의 봄이 온다라는 주제였지만 그는 왜 <비너스의 탄생>이라 이름 지었을까? 그리스 신화에는 아름다움과 사랑을 상징하는 여신이 등장한다. 그 여신의 이름은 바로 아프로 디테( Aphrodite).

아프로 디테는 거품이라는 단어 아프로스(aphros)+디테(dite)’의 합성어로 거품에서 태어난 여자라는 뜻이었다. 로마 이름으로는 베누스(Venus)’, 영어식으로는 비너스라 부른다. 그림 속 여자는 한쪽 다리를 콘트라 포스트자세를 취한 뒤, 한 손은 가슴을 가리며 머리카락은 살포시 아래를 가리고 있다. 이 모습을 정숙한 비너스의 모습으로 메디치의 비너스 자세와 불린다.

비너스는 포옹을 하는 님프의 바람에 실려 키프로스 해안가에 도착하고 여신은 그를 망토로 맞이하고 있다. 바다 거품, 조개껍데기, 긴 머리의 아름다운 여인 등 그림의 도상을 보다가 갑자기 나는 머리가 멍해짐을 느꼈다. 만약 9살 아이가 본다면 그녀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 베누스? 비너스? 어쩌면 아이에게 주저없이 아름다운 공주인 인어공주라 말할지도 모른다.

아이는 두 팔을 어깨 옆으로 펼치며 세상에!! ‘비너스의 탄생인어공주이야기라니!! 말도 안돼!”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린이의 관점으로 본다면 이건 인어공주 이야기임이 틀림없다.

우리가 아는 디즈니에 나오는 인어공주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인어공주는 어느날 배 위의 왕자님을 보곤 사랑에 빠진다. 그녀가 인간이 되고 싶어 간 마녀는 그녀에게 목소리와 인간의 다리를 바꿀 것을 제안한다. 그녀는 두 다리를 얻어 인간이 되고 바닷가에서 왕자님을 만난다. 하지만 결국 왕자님과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이것은 분명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겨온 것만 같은 이야기다. 사랑의 탄생이라는 주제까지. 인어공주의 이야기는 더욱더 그럴 듯하게 느껴진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본다고 해서 결코 수준이 낮거나 틀린 것이 아니다. 보티첼리의 그림을 매번 똑 같이만 본다면, 누군가의 해석에만 의존한다면, 더는 그림이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미지는 시대에 따라 화가에 따라 새롭게 해석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화가 아펠레스도 거품에서 태어난 비너스, 앵그르도 물에서 태어난 비너스를 그렸다. 이 시대의 아프로디테, 비너스가 인어공주면 또 어떠한가!!

만약, 당신이 아이와 그림을 보며 인어공주 이야기를 비너스의 탄생에 눈높이를 맞출 준비가 되었다면, 먼저 그림에 대한 사실을 알려주기보다, 최대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아이는 어쩌면 뻔한 이야기지만 화가보다 더 재밌게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대가가 될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지금 미래의 대가와 눈을 마주하고 있다.

강민지 커뮤니티 예술 교육가/국민대 회화전공 미술교육학 석사
강민지 커뮤니티 예술 교육가/국민대 회화전공 미술교육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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