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 비법-48

장하영 장기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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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작전(陽動作戰)이라는 전술이 있다. 내 작전의 의도를 감춘 채 엉뚱한 행마와 수()를 보여 상대방을 속이는 전술을 말한다. 공격자 입장에서 쾌재를 부르겠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비위가 단단히 상한다. 그만큼 이 전술은 서로 간의 눈치가 중요하다.

특히 온라인 대국보다는 대면 대국에서 써먹기 좋다. 진정 공격하고자 하는 쪽으로는 눈길을 돌리지 않는 것이다. 별 관심이 없는 쪽에서 일부러 수읽기 시늉을 하는 것이다. 장고 뒤에 그럴듯한 행마를 한다면 상대 대국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 자리에 뭔가 묘수가 있는 것으로 속는다. 그 행마에 어떠한 기물을 잡든지 잡을 위치에 있다면 그 기물이 주목표였다고 생각할 것이다. 일종의 눈치작전인 동시에 속임수이다.

이것도 다 경험이다. 아주 그럴듯해야만 한다. 필자는 과거 이런 식으로 대국을 역전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온라인 대국 시대인 요즈음은 대국자의 눈빛과 시선을 볼 수 없다. 안타깝게도 장기판과 행마만 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장기 대국에서 여전히 양동작전이 가능하다. 가능한 기물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시야가 넓은 기물이어야 하고 그 행마를 단번에 예상하기 어려워야 한다. 차는 시야가 넓지만 안타깝게도 수읽기가 단순하다. 직진만 가능하기 때문에 수읽기가 쉽게 간파된다. 그렇다면 어떠한 기물이 가능할까? ()와 상()이라고 할 수 있다.

()는 직진성 기물이지만 하나의 기물을 넘어야 하므로 다른 쪽에서의 기물 움직임에 따라 포의 움직임이 결정된다. 따라서 반대쪽에 있는 기물을 치워 포 길을 열어 다른 기물을 노릴 수 있다.

()은 움직이는 범위가 넓어 멱이 잡히는 경우가 많아 행마가 둔하다. 쉽게 말해 갈 곳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를 역이용하면 된다. 길을 막고 있던 기물을 치워 다른 기물을 노리는 시늉을 하는 전술이다. 그러나 이미 상길은 열렸고 본심은 그 상의 이후 행마이다.

실전에서 자주 나오는 포와 상의 양동작전 예를 보도록 하겠다.

<장면도-1>을 보자. 초중급자 간의 대국에서 발췌하였다. 중반전에 진입한 상황이다.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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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66pixel, 세로 567pixel

<장면도-1>

초의 48에 있던 귀마()가 고등마로 진출한 상황이다. 언뜻 보기에는 마가 35의 한병을 노리는 모양으로 보인다. 한의 33 면포()로 고등마를 잡는 것이 당연한 수로 보이지만 사실은 양동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초는 다른 행마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어디일까? 우변에 있는 98에 있던 포의 38 귀포로의 장군이다. 이로써 한차()는 잡힌다. 실전 대국에서 매우 많이 나오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한의 근본적 잘못은 어디에 있었을까? 첫째 포진에서 한의 왕은 하궁시켜야 하였다. 그래야 포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 지금처럼 왕이 옆으로 갔다면 적어도 귀포로 왕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러니 포의 공격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장면도-2>를 보자. 초급자 대국에서 발췌하였고 대국 후반전이다.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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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06pixel, 세로 605pixel

<장면도-2>

실전에서 상당히 자주 나오는 모양이다. 기보에 표기는 되어 있지 않지만 98 한차()의 위치에 초포가 있었는데 한차가 그 포를 잡은 상태이다. 한은 포를 공짜로 잡았다며 쾌재를 부르고 있겠으나 사실은 초는 더 큰 수를 노리고 있었다. 면포()의 우변 18로의 행마이다. 이로써 포 하나에 양차가 걸렸으니 차 하나는 잃을 수밖에 없겠다. 대국 후반부에 차가 없는 경우 대국은 매우 불리하게 흘러가게 된다. 이처럼 포는 기물을 넘어서 행마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기습적으로 공격이 가능하며 동시에 기물을 두 가지를 노려, 하나는 희생할 것을 강요한다.

<장면도-3>을 보자. 중급자 간의 대국이며 이 수법도 많이 나오는 모양이다.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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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14pixel, 세로 617pixel

<장면도-3>

이번에는 상()끼리의 양동작전을 알아보자 다소 생뚱맞게 보일지 모르나 초의 47에 있던 상은 64로 행마하여 81 한마()를 노렸다. 한의 철벽 수비를 비집고 그 틈으로 들어간 것이다. 상이 마를 노리고 있는 것을 한이 모를 리 없다. 당연히 궁성 내 곁마로 피할 것인바 이로써 초는 오히려 한의 진영에 갇혀 진출로가 차단되었다. 그렇다면 초가 손해일까? 그렇지 않다. 상 하나가 자리를 이탈하면서 중앙에 있던 상의 길 하나가 열렸다. 바로 25의 한차()를 노리게 된 것이다. 초는 47상을 상대 진영으로 행마하여 마를 노리는 모양새를 보였으나 실제로는 25의 한차를 노렸다. 이러한 모양은 대국에서 자주 나오는 모양이다. 양상이 서로 붙어 있을 때 하나의 상이 피해 다른 상의 길이 열리게 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따라서 붙어있는 상의 행마에서 양동작전을 조심해야 한다.

정리

양동작전(陽動作戰)은 시야가 넓고 행마가 예상하기 어려워야 하므로 주로 포와 상의 기물에서 통할 가능성이 높다. ()는 반대쪽에 있는 기물을 치우거나 희생하여 포를 행마하여 다른 기물을 노릴 수 있다. ()은 길을 막고 있던 다른 기물을 치워 또 다른 기물을 노리는 시늉을 하는 전술을 취할 수 있다. 이미 상길은 열렸으니 본심은 그 상의 이후 행마이다.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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