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염색은 1~2개월에 1회가 적당하고 순서대로 써야한다

장하영 약사의 「약」이야기-69

사진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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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90년대 후반에 대학 시절을 보냈다. 필자 또래라면 기억하겠지만 그 당시 학부생 사이에서 노랑머리 염색이 유행하였다. 진정한 멋쟁이들은 파랑, 보라, 빨강, 갈색, 심지어는 녹색으로 머리를 물들였다. 반듯한 학생들은 브릿지라고 하여 머리칼 일부를 슬며시 염색하였다. 캠퍼스 내에서 검정 머리 찾기는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와 같았다. 그러나 고백건대 본인은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머리 염색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머리에 손대기 싫었기 때문이다. 유행 추구보다 내 정체성을 좇고 싶었다. 그리고 귀찮았다. 시간도 아까웠다. 머리에 손댈 시간 말이다. 그러고 보니 거울을 보았던 기억도 거의 없다. 기숙사형들이 거울도 안 보는 남자란 별명을 붙여주었을 정도니 어느 정도였는지 알만하겠다.

이제 시간이 한참 흘렀다. 30대 중반부터 귀 옆 언저리부터 하얀 머리칼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셀 수조차 없이 많아졌다. 스트레스로 인한 새치는 아니다. 다들 겪게 되는 세월의 흔적이다. 흰 머리가 하나, 둘 나기 시작하여 눈에 띄기 시작할 때의 느낌은 당혹감 그 자체였다. 그러나 셀 수도 없이 난 지금은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다.

다행스럽게도 산발적으로 흰 머리가 나는 것이 아닌 귀 주위 특정 영역에서만 보인다. 부분 흰머리이다. 이런 경우 머리카락 전체가 아닌 일부만 염색하면 그만이겠으나 난 염색을 하지 않는다. 반복하지만 귀찮기도 하거니와 염색할 시간도 없다. 아직 하얀 올이 눈에 띌 정도로 늘지 않았다. 자주 이발만 해주면 흰 머리칼이 눈에 띄지 않으니 큰 관리 없이 그럭저럭 살 수 있겠다.

염모제(염색약)에 대해 알아보자. 염모제는 30대 중반 이후 누구나 쓰는 흔한 약품이지만 그 원리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머리카락은 크게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염색한다는 것은 보통 중간층에 색소를 넣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겉에 있는(표피) 층이 튼튼하여 염색약이 침투할 수 없다. 따라서 제1 염모제를 먼저 사용하여 겉층을 부풀린다. 샤워를 오래 하면 피부 각질이 쭈글쭈글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만큼 틈이 벌어졌으니 약품이 침투하기 쉬워졌다. 이때 제2 염모제를 사용하면 그 틈으로 염색약이 들어가 중간층(피질)을 물들인다. 이와 동시에 겉 표피는 다시 원상태로 회복된다. 비유하자면 약물이 피부를 직접 통과할 수 없으니 주삿바늘을 사용하여 피부에 구멍을 내고 혈관에 약을 주입하는 격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염색약이라도 제1 염모제, 2 염모제로 구성되어 있고 귀찮더라도 시간 간격을 두고 써야 한다.

하지만 염색이라는 행위는 억지로 머리카락을 부풀렸다 가라앉히는 것이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없다. 특히 탄력성과 윤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식적으로 자주 염색하는 것은 피해야 하겠다.

염색약에는 염기성 물질과 산성 물질이 모두 들어있다. 염기성 물질로는 암모니아가 있고 산성 물질로는 과산화수소가 있다. 이러한 물질은 모두 눈을 자극하여 시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염색 후에는 환기하는 것이 중요하고 강한 에너지에 약하므로 뙤약볕 등 자외선을 피해야 한다.

염색의 빈도는 머릿결 탄성을 고려해 보았을 때 보통 1~2개월에 1회 정도가 적당하다. 이보다 자주 하면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해지고 그냥 잘리는 경우가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염색 후 가장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은 피부 알레르기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문제인데 두피가 빨개지고 가렵고 심지어는 홍반까지 일어나게 된다. 그 원인 물질은 염색약 자체의 염료(PPDA)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고 경험으로 판단하기 바란다. 본인이 염색 이후 알레르기를 보였다면 알레르기 치료제(항히스타민제)를 미리 복용할 것을 권한다. 보통 1시간 전에 세트리진 성분 계열 약 1정을 복용하면 충분하다.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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