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29

남편의 일기에 자주 등장하는 한 마디. “다은, 다연아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남편의 일기에 자주 등장하는 한 마디. “다은, 다연아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을 확인하던 날, 남편과 나는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기천사가 드디어 우리에게 온 것이다. 그렇게 바라던 임신이었기에 나는 조금 더 준비 된 엄마가 되고 싶었다. 태교로 바느질, 명화그리기, 독서를 하고 태교동화 읽기, 태교일기 쓰기를 하며 예정된 검진을 꼬박꼬박 받았다. 맘 카페를 참고하여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출산용품도 부지런히 알아보았다.

그러다 내가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부부 산전교육을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육아서적을 통해 여러 정보를 익혔지만 강사를 통한 대면교육을 한 번 더 받아보고 싶었다. 남편은 썩 내키지는 않지만 나의 열정에 못 이겨 따라 나서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는 교육에 진지하게 임했고, 강사와 대화중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매일 육아일기를 쓸 것이라고 선언했다. 솔직히 의문스러웠지만 속는 셈 치고 믿어보기로 했다.

다은이가 태어나고 손에 꼽힐 만큼 일기를 쓰는 남편을 보며 나는 속으로 그럼 그렇지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도 육아가 힘들다는 핑계로 돌 즈음부터 육아일기 쓰기를 중단했기에 뭐라 말 할 수도 없는 처치였다. 자신을 위해 엄마가 쓴 일기를 가끔 꺼내보며 좋아하는 다은이를 보면 다시 써야지 생각하지만 마음먹고 실천하기란 쉽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뜸 들이는 사이 남편이 결심을 했다. 임신한 조카에게 일기쓰기 추천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휴대폰 앱을 통해 100일간 연속해서 매일 일기를 쓰면 무료로 책을 출판해 준다는 말에 덩달아 도전을 외쳤다.

그의 굳은 결심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올해 2월에 일기쓰기를 시작한 남편은 253일째 꾸준히 달리고 있다. 100일 연속 일기쓰기를 2회 완주하였기에 무료 출판이 2권 가능해졌다. 사실 처음 100일 완성을 앞두고 하루 깜빡하는 바람에 부활쿠폰을 구입해야 했던 남편은 이후 더 이를 악물고 일기를 쓰고 있다고 한다. 하하하^^;

출판을 위한 편집에는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기에 내가 해주겠노라 자청했다. 편집하는 중에 남편의 일기를 읽으며 나또한 그날의 추억을 회상하게 되었고, 말로는 표현하지 않은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아이들과 부모님을 얼마나 끔찍이 생각하는지, 잠을 얼마나 푹 자고 싶어 하는지도. ^^

남편의 일기에 자주 등장하는 한 마디. “다은, 다연아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남편의 일기에 자주 등장하는 한 마디. “다은, 다연아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때론 웃음이 나왔고, 때론 눈물이 났다. 그렇게 편집을 완성한 첫 번째 일기장이 오늘 도착했다. 아빠가 쓴 일기장을 받아들고 그 속에 담긴 자신들의 사진을 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남편이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른다.

아빠가 쓴 일기장을 받아들고 그 속에 담긴 자신들의 사진을 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남편이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른다.
아빠가 쓴 일기장을 받아들고 그 속에 담긴 자신들의 사진을 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남편이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른다.

주로 회사에서 일 하다 지칠 때,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일기를 쓴다는 남편. 그는 아이들이 아빠의 일기를 보며 자신들이 어떻게 자랐는지 떠올리고 아빠의 사랑 또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한다. 남편의 일기에 자주 등장하는 한 마디. “다은, 다연아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이쯤 되면 남편 삶의 비타민이 귀여운 두 아이 다은, 다연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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