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28

주사보다 더 무서운 장난감
주사보다 더 무서운 장난감

2019년 가을, 독감 예방접종을 할 때였다. 동생 다연이는 울지 않고 주사를 쉽게 맞았는데, 기다리며 그 모습을 본 다은이는 겁에 질려 주사를 맞지 않겠다고 했다. 아이를 안고 의자에 앉으니 그때부터 울고불고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다은이는 주사를 놓으려는 간호사에게 발길질까지 하며 거부했고 결국 밖에 있던 다른 간호사까지 와서 아이를 붙잡은 후 겨우 접종을 끝낼 수 있었다.

그 경험이 있어서인지 독감 예방접종 시즌이 다가오니 내가 더 겁이 났다. 아이들을 달랠 묘안을 생각하다가 주사를 맞은 후 약국에서 원하는 것 하나를 사 주겠다고 말을 꺼냈다. 예상 이상으로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다. “나는 다희가 산 왕관 살래약국에 갈 때마다 눈 여겨 보았는지 다은이의 입에서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병원 진료 후 약국에 갈 때마다 아이들을 현혹하는 각종 장난감과 먹거리가 골치였는데 그것이 이렇게 좋은 협상 대상이 될 줄은 몰랐다. 역시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이다.

"나도 주사 맞을래~" 이런 아이가 또 있을까
"나도 주사 맞을래~" 이런 아이가 또 있을까

며칠간 반복하여 약속을 했고 아이들은 겁을 내기는커녕 주사 맞는 날을 기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드디어 약속한 날이 되어 병원에 갔지만 해당 연령의 접종기간이 아니었다. 내가 접종 가능 날짜를 잘못 알았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그 날은 둘째 다연이의 일본뇌염 접종만 하기로 했다. 그 말을 옆에서 들은 6살 다은이는 울먹이며 나도 주사 맞을래~~~”라고 하였고, 나는 다연이가 주사를 잘 맞으면 다은이도 원하는 것을 함께 사주겠다는 말로 그 순간을 모면했다. 상상이나 했던가? 주사를 맞겠다고 아이가 울먹이다니! 푸하하.

먹는 것을 좋아하는 다연이는 간호사가 미리 꺼낸 비타민을 쳐다보느라 울 틈도 없이 주사 맞기에 성공했고 아이들은 신나게 약국으로 갈 수 있었다. 아이들은 조잡한 장난감을 비싼 값으로 치렀고 집에 오자마자 아이들은 그것들을 가지고 놀기에 여념 없었다. 어쨌든 그 날은 성공적이었다.

주사 맞을 때만 잠시 따끔하니 울지 않고 주사를 잘 맞으면 약국에 가서 원하는 것을 사 주마 하고 나는 또 다시 약속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에서 예약까지 했다. 아이들은 이번에도 부푼(?) 기대를 하며 병원에 갔고 우리 아이들은 계획된 접종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엄마아빠의 반복된 설명과 아이들이 그 만큼 성장한 덕분에 두 아이들은 울지 않았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얼굴이 되었다. 두 아이는 약국에서 원하는 것을 한 가지씩 골랐다. 다은이는 그동안 사겠노라 다짐하던 왕관을, 다연이는 원하는 과자를 손에 쥐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했던가. 순간의 아픔보다 뒤에 따라 올 성취가 더 기대되었던 아이들은 이렇게 2020년의 독감접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것도 대성공!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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