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약사의「약」이야기-67

사진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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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컨택트란 영화가 개봉하였다. 영화 말미에 주인공은 외계인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알 수 없다. 그러나 우주에 우리 인류만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 낭비다.”라고 하였다.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명대사이며 지당한 얘기다.

필자는 이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였다. 모르는 것을 개인 신념에 따라 절대시할 수 없다. 믿음은 각자의 몫이며 다른 사람들의 선택에 배타적 태도를 보일 필요도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키워드는 공간 낭비이며 이에는 깊은 울림이 있다. 우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끝없이 넓다. 실질적으로 무한하다. 그러한 우주 속에 인류는 지구라는 좁디좁은 행성에 다닥다닥 묻어 살고 있다. 가끔 우주로 우리의 존재에 관한 신호(전파)를 쏘아 올리기도 하지만 생활 터전은 근본적으로 지구를 벗어날 수 없다.

인류의 역사는 어떠한가? 수십억 지구 역사에 비하면 찰나적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라는 껍질에 기생하는 벌레나 작은 티끌에 불과하다. ‘우주는 우리를 품어주는 모체인 동시에 그 자체가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없는 경건한 신()인 것이다.

그런데 신비롭게도 이 인류는 단순한 벌레가 아니었다. 그 모체를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시공간을 이해하고 그들을 품고 있는 더 큰 세상을 인지하고 깨달았다. 나아가 우리와 비슷한 다른 존재들을 어딘가에서 찾으려고 부단히 애쓴다. 인류 같은 존재가 꼭 지구에만 존재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는 없다. 그 반대로 우주 저편에 존재해야 할 절대적인 근거도 없다. 이러한 모호함 속에서도 인류는 또 다른 존재를 믿는다. 비록 실오라기만한 가능성일지라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우주 어딘가에서 우리와 비슷한 존재가 신호를 보내고 있을 것으로 믿고 늘 긴장하고 신호를 기다린다. 훗날 그들과 조우할 생각을 하면 흥분된다. 그러나 우리 인류는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 충격을 견뎌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이 우호적일지 적대적일지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홀로 존재하는 것도 좋다. 외계 탐사는 싹 잊고 지구에 적응하고 기생하며 우리끼리 사는 것도 좋겠다.

약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 몸에 기생하는 벌레들이 있다. 이들에는 총칭하여 크게 옴, (), 사면발이가 포함된다. 물론 아주 작아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집중하여 관찰하면 작은 점으로 보인다.

옴은 개선충이라는 벌레가 피부에 기생하여 생기는 질환이다. 이 벌레는 피부 접촉을 통하여 전염되는데 피부를 파고 들어가 기생하고 밤이 되면 활동을 시작한다. 따라서 밤만 되면 심한 가려움증을 느낄 수 있다. 현재 일반의약품으로는 치료제가 없어서 무기의약품을 쓰기도 하나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몸니와 머릿니가 있는데 둘 다 인체의 털에 기생한다. 하지만 몸니와 머릿니로 구분하는 이유는 종에 따라 체모에만 매달릴 수 있거나 머리카락에만 매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같은 목()에 포함되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하루에 4~5회 흡혈하며 흡혈한 부위에 소양증과 피부염을 일으킨다. 간혹 2차 감염으로 농가진을 일으키기도 하니 치료는 빠를수록 좋겠다. 치료는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제충국 추출물과 피페로닐 부톡사이드의 복합 제제(라이센드)를 구입하여 사용하면 된다. 비슷한 아종(亞種)으로 사면발이가 있는데 인체의 체모에 기생하며 이 역시 흡혈하여 심한 가려움증을 일으킨다.

()는 벌레의 일종이기 때문에 분사형 살충제, 극단적으로 에프킬라 등을 인체에 직접 뿌려 구제했다는 경험담을 종종 듣는다. 따져보면 원리상 틀렸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인체에 직접 분사하는 것은 피부에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직접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몸에 기생하는 옴, () 퇴치는 비누나 샴푸로는 제거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전용 외용 치료제를 직접 구입하여 사용하거나 병원에 방문하여 처방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전염시킬 수 있으니 일상생활에서 위생상 조심해야 한다.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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