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 비법-45

장하영 장기 프로
장하영 장기 프로

장기는 단순한 승부 게임이 아니고 도박도 아니다. 간혹 내기 장기를 두는 대국자가 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친선을 위해서이다. 과거에는 내기 바둑이나 장기를 두다가 헤어나지 못하고 재산을 탕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오프라인 대국보다는 온라인 대국이 대세이다 보니 사이버머니를 카드나 현찰로 결제하여 구입한 후 그것으로 내기 장기를 두는 대국자가 많다. 물론 인터넷 대국 업체의 상술도 일부 있어서 그 부정적 효과도 있으나 대국의 승패에 집중하도록 하는 긍정적 역할도 있다.

그러나 조심하자. 판돈이 작을 때에는 일부러 저주고 판돈이 클 때는 사력을 다하여 두는 대국자가 있다. 내기 대국을 두기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현 급수에서 상대 대국자의 전적이 아니겠는가. 필자가 경험해 보았는데 내기 없는 대국은 일부러 기권하는 대국자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는데 두면서 차차 알게 되었다. 일부러 승률을 낮추어 실력을 과소평가하게 만들려는 목적이었던 것이다.

장기 대국 중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바로 함정수이다. 함정수는 딱히 이론적인 내용이 아니다. 상대의 기력에 걸맞지 않게 실수하는 행마처럼 보일 때가 있다. 가령 상길에 차가 걸려있는데 상대방이 차를 피하지 않았다고 하자.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단순히 생각하자면 정말 다른 수순에 신경 쓰다가 그 수를 보지 못하였을 경우이다. 이런 경우 대국은 그대로 승국으로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덫을 놓고 상으로 차를 잡기만을 기다리는 간절히 바라는 경우이다. 그 수로 인해 바로 대국은 패하게 된다.

따라서 상대방이 실수하였다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수읽기를 해야 하겠다. 만일 특별한 수단이 없다면 그 수 자체로 대국이 종료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다. 그러나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우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전반적인 형세를 보도록 하자. 만일 본인이 전반적으로 유리하다면 보수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 안전하게 행마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그러나 불리하다면 결행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차피 패할 가능성이 높다면 역전의 기회를 잡아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몇 가지 실전보를 통해 함정수를 확인해보도록 하자.

<장면도-1>을 보자. 하급자 간의 대국에서 발췌하였다. 초중반전이다.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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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도-1>

초보자 간의 대국에서 상당히 많이 나오는 모양이다. 필자도 장기를 갓 배우기 시작했을 때 간혹 써먹었던 수법이다. 47의 초상()64의 한병()을 잡았다. 일반적이라면 54의 한병이 상을 잡아 상과 병을 교환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유가 무엇일까? 29의 한차()가 위태롭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양상(兩象)이 붙어있을 때 하나의 상이 자리를 이탈하면 다른 상길의 멱이 풀리는 경우가 많다. 지금 같은 경우 초 진영에 깊숙이 침투하였던 차가 초의 가운데 상에 걸려있는 상황이다. 교묘하게 상길에 한차가 걸려있기 때문에 중급자라도 이 수를 못 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대 대국자가 쉽게 상을 희생할 때는 항상 상길을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

 

<장면도-2>를 보자. 중급자 대국에서 발췌하였고 중반전 상황이다.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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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도-2>

 

짐작하였겠지만 33에 있는 초차()가 위험한 상황이다. 63의 한포()가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초 진영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통 초의 차는 피하기 바쁘겠으나 초는 47의 상이 24 한병()을 잡을 생각이다. 이런 진행이라면 대국은 외통으로 끝난다. 따라서 만일 초차가 일부러 33의 위치에 차를 행마하였다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다. 이유가 무엇일까? 43의 한마()의 멱을 잡기 위해서였다. 63 한포로 차를 잡으면 43 한마의 멱은 아직 그대로 잡혀 있으며 47의 초상이 24 한병을 취할 것이다. 이로써 장기는 외통으로 끝난다.

<장면도-3>을 보자. 중반전 이후의 상황이다.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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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도-3>

역시 53의 한포()66의 초차()를 노리고 있지만, 초는 거리낌 없이 46에 있던 마()25로 행마하였다. 간혹 볼 수 있는 장면인데 초는 무엇을 노리고 있을까? 바로 25의 초마가 33으로 가서 장군을 노리는 것이다. 한의 궁이 행마가 탄력이 있어 보이나 사실 그렇지 않다. 움직일 수 있는 위치가 모두 마의 행마에 걸린다. 이런 장면은 실전 대국에서 가끔 나오는 장면인데 이렇게 함으로써 역전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 패색이 짙었던 대국이 이 수순 하나로 끝나는 것이다. 따라서 초차가 위험한데도 피하지 않을 경우 다른 노림수를 조심해야 할 것이다.

정리

함정수는 특별한 유형이 없다. 원칙만 지키면 된다. 당연한 수인데도 두지 않거나 너무 쉬운 실수를 하는 경우 조금 더 깊이 있는 수읽기를 해보는 것이다. 잘만하면 이를 거꾸로 이용하여 역전할 수도 있겠다.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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