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번아웃 증후군), 부디 현명한 돌파구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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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번아웃 증후군), 부디 현명한 돌파구 찾기를...
  • 서산시대
  • 승인 2020.10.0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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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경의 재미있는 이슈메이커-㉑
사진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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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받아들였다. 어쩌면 포기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뉴스마다 게시하는 코로나19 실시간 상황판은 마치 배너광고처럼 익숙하다. 처음 한두 달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상황에 현실감이 없었다. 20202. 코로나19에 감염된 신천지 신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우리는 분노했다. 감염된 이들의 신분이 노출되고, 그들의 사생활이 공개되었다. 상황에 대한 분노는 대상을 향한 비난으로 바뀌었고 그 수위는 도를 넘어섰다.

인력 규모가 상당한 필자의 직장에서는 신천지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이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본인, 가족, 친지를 포함하여 자주 만나는 지인들까지도 조사 대상이었다. ‘카더라 통신으로는 누구의 부인, 누구의 애인이 신천지라더라는 소문만 무성하게 퍼졌다. 20206.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방역에 묘한 자부심을 느끼며 코로나19의 기세가 차츰 누그러지는 듯 했다. 이런 생활도 조만간 끝나리라는 부푼 기대와 설렘으로 구태여 가지도 않을 맛집과 여행지들을 검색하며 들뜬 마음을 부채질했다.

기쁨도 잠시 7월부터 시작된 재확산세는 8월로 접어들면서 급증했고, 우리는 코로나19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오랜 칩거생활로 인한 고립감과 경기침체 속에 국민들의 우울감은 심각해졌고, ‘깜깜이 감염의 확산은 서로를 믿을 수 없는 불신까지 가져왔다.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을 포기했다.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이 되었고, 집에 머무는 날들이 많아졌다.

코로나19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마치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와 비슷하지 않은가? 미국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1926)가 연구한 죽음의 5단계는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단계들을 거치면서 이를 받아들이게 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이는 죽음뿐만 아니라 상실, 이별, 분노, 질병 등의 과정에서도 발생되며, 코로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필자는 며칠 전 뜻밖의 상황에서 죽음의 5단계를 경험했다. 올해 초 필자는 몇 년 만에 부서를 이동했다.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의욕적이었고, 일단 행동으로 옮기고 보는 행동파였기에 역동적으로 비춰졌으리라. 그러나 사실 몇 해 전부터 필자는 서서히 하향곡선을 달리고 있었다. 이를 알 리 없는 새로운 부서의 장은 필자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찬 듯 했다. 기대만큼 실망도 크다 하던가.

그는 필자에 대한 실망감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과하게 쏟아진 그의 기대도, 그로인한 그의 실망도 내 것이 아님을 부정했다. 그다음은 분노였다. 이전과 같은 성과를 내진 못했어도 남들만큼은 했으니 할 도리를 다한데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바랬으나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직장이니만큼 필자의 분노는 무의미했고, 빠른 타협만이 살길이었다.

뚜렷한 성과를 보이진 못해도 소소한 것이나마 피력하기 위해 애썼다. 이미 어그러진 관계를 회복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부족한 부분만 들춰내는 그 앞에서 필자는 꿀 먹은 벙어리였다. 그의 호출은 항상 좋은 일이 아니었기에 오늘은 상처받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들어갔음에도 마음 같지 않았다. 우울감이 절정으로 치달을 즈음 마지막 5단계. 해도 욕먹고 안해도 욕먹을 바에야 안하고 욕먹으면 억울하진 않겠지. 그저 포기, 수용하기로 했다.

이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경험하는 일이다. 언제까지고 의욕적일 수는 없고, ‘번아웃 증후군에 빠지는 것은 비단 필자뿐만이 아니다.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9명이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은 한자어로 소진(消盡)이라고 하며, 직무에서 오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을 통칭한다.

이 증상의 진행 단계는 크게 열성, 침체, 좌절, 무관심의 과정으로 진행되며, 죽음의 5단계와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 산업심리학 분야에서는 조직 구성원들이 적정수준의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조직 내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피로감 또는 좌절감이 임계점을 넘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들은 직무에 대한 목표의식을 잃어버리고, 우울, 회의감, 냉소적 감정 등과 같은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번아웃 증후군을 이겨낼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취미활동 만들기, 주변인과의 소통, 여행가기 등의 다양한 방법을 추천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이것조차 쉽지 않다. 해결방법은 시대적 상황에 맞출 필요가 있다. 필자는 우선 직무와 삶을 분리했다. 직장이 전부였던 삶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내려놓았다. 완벽하고자 하는 욕심과 남보다 성공하고 싶다는 야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온전히 내 삶의 목표에 집중했다. 10년 후, 2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하며 보다 더 가치있는 일에 몰두하다보니 다시 의욕적인 삶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저마다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방법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소진, 절망감, 상실뿐만 아니라 코로나19를 이겨내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통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현명한 돌파구를 찾길 바란다.

 

참고문헌 1. 박기륜, 문계완, & 김성윤. (2015). 직장인 일중독과 직무소진, 조직시민행동, 반생산적행동 간의 구조적인 관계. 인적자원개발연구, 18(1), 81-114.

2. 신응철. (2019). 메타모퍼시스로서 죽음: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의 해석학을 중심으로. 현대유럽철학연구, (54), 339-362.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중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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