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 사회복지사 김정순 씨

“외국 사람들이 ‘south Korea? north Korea?’라고 할 때마다 심장이 덜컥 빠진다”

사회복지사 김정순 씨
사회복지사 김정순 씨

점심시간 후, 삼엄한 햇살을 깨고 사회복지사 김정순 씨가 타박타박 경쾌한 발걸음 소리를 낸다. 바람 소리를 방패 삼아 꾸벅꾸벅 졸고 있던 초록 잎들이 그녀의 발소리에 화들짝 놀라 늦게서야 기지개를 켰다.

코로나19 때문에 벌초고 뭐고 이번에는 움직이지 말라고 했음에도, 그런데도 못내 아쉬워서 살짝 다녀간다는 동서네가 형님은 이리저리 이쁘다.

아무리 생각해도 동서 맘이 너무 이쁘잖아요. 대부분은 오지 말라고 하면 앗싸 이 기회에 배 깔고 푹 퍼질러 자야지라고 생각할텐데라며 환하게 웃는 그녀는 지난주에도, 그 전 주에도 그나마 편히 쉴 수 있는 주말을 반납하고 통일운동에 나섰다.

이쯤 되면 웬만한 사람은 그녀가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인 걸 금방 알아맞힌다. 그곳에서 여성분과 위원직에 몸담은 김정순 씨는 코로나19로 침체되어 있는 지역사회 통일 열기를 다시 불러일으키기 위해 우리 지역에서는 제일 먼저 몸소 실천했다.

처음걷기를 함께 시작한 이재하청년과 함께-구도항에서
처음걷기를 함께 시작한 이재하 청년과 함께-구도항에서

오전에는 비가 내렸는데 오후에는 다행스럽게도 괜찮아져서 통일 마스크를 끼고 나왔어요. 아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걷다 보니 우리 동네가 여느 지역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막 드는 거 있죠. 저만 보긴 아까운데 다행스럽게도 이 장면들이 렌즈에 담겨 세계 속으로 SNS 덕을 입고 펑펑 날아가는데 솔잖이 뿌듯해요. 이게 다 꿩먹고알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아니겠어요.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예요. 분단된 나라 아니겠습니까. 그런데도 우리는 언제부턴가 분단된 나라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살 때가 많아요. 그러다 간혹 북에서 미사일을 한 번씩 쏘면 그때야 아 맞다. 우리나라가 분단국가지라고 깨닫죠.

또 이럴 때 있잖아요. 해외에 나갔을 때 간혹 외국인들이 어디서 왔냐? south Korea? north Korea?’라고 물으면 그때야 심장이 덜컥 빠지며 아 우리가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구나!’란 걸 알고 무너지죠. 분단으로 인한 리스크는 정말 어마어마한데 피부로 못 느낄 때가 정말 많아요. 그런데요. 진짜 신기한 건 걷다 보면 저조차도 잊고 있던 애국심이 가슴 언저리에서 막 뜨겁게 올라온다니까요.”

통일 걷기를 하다 보면 통일에 관심이 없던 사람조차도 통일 마스크를 하고 가면 유심히 보는 분들이 종종 있다는 김정순 씨. 그럴 땐 마스크 안에서 고마워 살짝 웃는데 마스크 때문에 표가 안 난다는 게 애석하단다.

사실 통일의 중요성을 알리려면 사람 많은 곳으로 가야 하는데 요즘처럼 시절이 하 수상한 시국에는 사람 없는 곳으로 가는 게 상책이라는 정순 씨에게 씩씩하게 걷는 모습을 보면 서산의 잔 다르크 같다라고 하자 그녀는 펄쩍 뛰며 손사래를 쳤다.

아주 괜찮은 운동을 어떻게 생각해 냈냐?”고 물었다. “모르는 분들은 통일 걷기가 저의 머리에서 발상했다고 생각하시는데 절대 아닙니다. 통일 걷기는 중국 베이징협의회에서 시작된 운동이었다. 처음 취지는 하루 동안 모든 회원이 다 함께 모여 일회성으로 걷는 것이었지만,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 사태로 각자 있는 나라에서 걷고, 포스팅은 SNS로 올리자가 되어버렸어요. 그런데 뜻밖에도 그 여파가 심상치 않은 거 있죠. 전 세계가 SNS를 하다 보니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이 되어버렸어요. 오히려 더 좋게 된 거죠.

주변에 아무도 없지만 전세계 50여개국의 민주평통자문위원들이 각자 걷고 있음에 힘들지 않다는-태안태배길에서
주변에 아무도 없지만 전세계 50여개국의 민주평통자문위원들이 각자 걷고 있음에 힘들지 않다는-태안태배길에서

이 운동을 하다 보면 자신의 나라와 함께 자기가 속해있는 읍면동의 랜드마크를 보내 달라고 해요. 저는 제일 먼저 우리의 명소인 해미읍성을 보냈어요. 보내주면 포스터로 만들어 주는데 아주 새삼스러워요. 우리도 베이징협의회랑 함께 글로벌한 뭔가를 한다는 게 얼마나 신기하고 멋진지요. 이처럼 제가 잠시잠시 여유 있을 때 하는 통일 걷기는 바로 이런 취지예요라고 활짝 웃었다.

백조가 물 위에서는 우아하게 떠 있지만, 물속에서는 엄청 움직이는 거 아시죠? 저의 하루 일상이 그렇답니다. 평소에는 낮 동안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다가, 퇴근 후에는 집에서는 주부로, 부모님에겐 딸로, 그리고 휴일이면 소속단체의 통일 알리기를 해야 하니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예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가족을, 서산을, 나라를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딸이니만큼 건강한 모습으로 내일도 길 위에 설 테니까요.

, 혹시 함께 하실 분들은 연락주세요. 마스크는 항상 24시간 비상대기 이상 무란 거 기억하시구요.”

서산에서의 통일바람이 나비효과가 되길 염원하며 –아라메길1구간에서사진5: 서산의 랜드마크 해미읍성에서
서산에서의 통일바람이 나비효과가 되길 염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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