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25

폭풍전야(?)의 다은이와 다연이 자매
폭풍전야(?)의 다은이와 다연이 자매

8, 6세 자매가 경상도 사투리로 치열한 말싸움을 하는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언니, 동생에게 할 말 다 하는 당돌한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영상의 마지막에 동생이 촬영자를 째려보며 찍지 마라!” 말하는데 카리스마가 캬~

자매들이 자라면서 많이 싸운다는 말은 익히 들어온 바다. 나는 언니들이 많지만 거의 외동처럼 자란 늦둥이라 그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다. 두 딸을 키우니 걱정도 되었지만 최근 들어 찰떡궁합으로 잘 지내는 모습에 안심하고 있었는데 오늘 일이 터졌다.

내가 쌀통에 쌀을 채워 넣을 때였다. 촤르르 소리를 듣고 아이들이 달려왔다. 쌀을 가지고 놀고 싶어 하기에 각자에게 개량 컵을 하나씩 주고, 가능하면 컵을 이용하여 놀되 쌀을 바닥에 떨어뜨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아이들은 쌀통을 임의로 좌우 구역으로 나눈 후 컵에 담았다 부었다 하며 각자 놀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를 부르는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다연이가 팔을 깨물었다며 다은이가 달려와 울기 시작했다. 과연 다은이의 팔에는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다연이가 타인을 깨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언니를 깨물면 안 된다고 말하고 보니 다연이도 울고 있었다. 다연이에게 물으니 언니가 머리를 때렸다고 했다.

평소에는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자매, 하지만 오늘은 드디어 일이 터지고 말았다는데....
평소에는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자매, 하지만 오늘은 드디어 일이 터지고 말았다는데....

<다연이가 놀다가 언니의 쌀통 구역을 침범했고, 다은이가 넘어오지 못하게 팔로 막자 화가 난 다연이가 언니의 팔을 깨물었다. 아픈 다은이는 다른 손으로 다연이의 머리를 때렸다?>

이건 마치 초등학교 시절 숫하게 겪던 책상 가운데 금 긋고 넘어오지 않기같은 사건이었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놀란 건 언니나 동생이나 매한가지였다. 둘 다 아프고, 놀라고, 서러웠던 것 같다. “아빠인지 아파인지 모를 말을 외치며 둘은 경쟁적으로 울기 시작했다.

다은이 팔에 냉찜질 해 주던 것을 내려놓고 한 쪽 팔로 다은이를, 반대 팔로 다연이를 안아주었다. 울음을 쉬이 그치지 않아 아빠에게 전화를 걸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 아빠 목소리가 들리니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더 커졌다. 진정되기를 바라는 의도로 전화를 걸었는데 역효과였다. 통화를 짧게 끝내고 손에 쥔 휴대폰으로 아이들의 과거 영상을 틀었다. 자신들의 모습에 집중하면서 바로 울음이 잦아들었고 금세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휴대폰의 위력이란!!!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이야기하고 사이좋게 놀기 시작했다. 다은이 팔의 이빨 자국은 점차 흐릿해졌고 저녁때가 되자 약간의 붉은 흔적만 남았다.

아빠가 퇴근하고 들어오는 소리에 문을 열고 달려가 팔을 내밀던 다은이. 다른 사람을 물었으니 다연이는 멍멍이라고 해야겠다는 아빠 말에 이제 안 물 거야라고 대답한 다연이.

자매의 난은 이렇게 훈훈하게 일단락되었지만 앞으로 예고 없는 2, 3차 자매의 난이 얼마나 다이내믹하게 펼쳐질 것인지 우려된다. 그 때를 대비해 엄마는 조심스럽게 정의의 여신 디케처럼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저울을들 준비를 해야겠다.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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