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할머니 문순남 시인, ‘수선화’ 시집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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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할머니 문순남 시인, ‘수선화’ 시집출간
  • 최미향 기자
  • 승인 2020.09.14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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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이나 먹은 사람이 꿈이 어딨나. 그냥 죽을 때까지 시를 쓰는 거지”
수선화’ 시집을 출간한 80세 문순남 시인
수선화’ 시집을 출간한 80세 문순남 시인

작년부터

고즈넉한 자연 속에서

우리를 반겨주네

 

흔적 없이 떠나

궁금했는데 춘삼월 되니

반갑게 다시 찾아오고

 

겨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봄바람 살랑살랑 불더니

서둘러 꽃망울 맺히고

해맑게 웃어주는 해님

 

입학식 기다리듯

설렘으로 두리번거리는 꽃잎

촉촉하게 맺힌 이슬

다소곳이 고개 숙인 수선화

프롤로그

위 시는 팔순의 나이에 처녀시집 수선화를 출간하여 주위를 감동시킨 서산시 팔봉 출신 문순남(80) 시인의 대표 시 수선화. 문 시인은 먼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뜸 부끄럽다. 내가 어떻게 세상에 시집을 내놓았는지 정말 부끄럽다. 절대 못내도록 노력했는데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6년 동안 차곡차곡 쓴 내 시를 세상으로 내보냈다. ‘지금까지 살았으니까. 내가 사는 동안 꼭 시집 한 권은 출간해주고 싶다는 남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이것은 모두 남편 덕택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Q 언제부터 시를 쓰게 됐나?

74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어 알파벳을 배우려고 서산시평생센터로 갔다가 우연히 이웃의 권유로 시 동아리에 들어가게 됐다. 처음에는 안 써본 글이라 어려웠다. 주저하다가 그냥 내 마음을 하나하나 백지 위에 쓰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너무 즐거웠다. 내 생각을 쓰고, 내가 하고 싶고, 마음에 품은 것을 종이에 쓰다 보니 너무 행복했다. 글을 쓸 때는 어려운 것 같지만 마무리해 놓은 걸 보면 나 혼자 만족을 느낀다. 스스로 대견하다.

Q 어떻게 시집을 낼 결심을 했으며 누가 제일 기뻐하나?

6년 동안 모은 200편의 시를 추리고 골라내서 팔순기념으로 시집을 출간했다. 이것은 모두 남편의 고집 때문이다. 나는 부끄러워서 못한다고 고개를 흔들었는데 남편이 한사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막상 출간되고 보니 15녀 모두 너무 기뻐해 주며 놀라워했다. 하지만 남편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남편 생일날에는 가족끼리 조촐한 출판기념식도 했는데 내 생애 가장 복된 날이었다.

Q 가장 고마운 사람에게 한마디 해달라

사람들이 그런다. 남편 잘 만나서 지금까지 행복하게 산다고. 나는 여기에 하나 더 보태고 싶은데, 그것은 바로 우리 남편 때문에 이 시가 세상에 나오게 돼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세 번씩이나 허리에 골절을 입어 잘 못 쓴다. 잘 걷지도 못하고. 이런 나를 위해 할아버지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시청 제2청사 정문에 나를 내려놓고 어린애 공부 가르치듯 했다. 끝나면 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또 태워가고. 지금까지 그렇게 뒷바라지를 다 했다. 괴롭지 않게 잘 해주셔서 이런 시도 나왔다.

나는 감히 무슨 시를 책으로 내고 할 그런 주변도 못 된다. 할아버지가 잘 인도해주니 가능한 일이었다.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Q 마지막으로 꿈을 묻고 싶다

팔순이나 먹은 사람이 꿈이 어딨나. 그냥 죽을 때까지 시를 쓰는 거지. 시를 쓰는 것이 너무 좋다. 내 마음을 쓴다는 거 읽는다는 거. 혼자 만족하고 느낀다는 거.

모여앉아 남의 얘기 안 하고 나 혼자 생각하고, 머리 쓰고 하니 머리도 한결 좋아지고... 이거 만한 게 없다. 나는 힘이 닿는 한 시를 쓰고 싶다.

에필로그

팔순의 문순남 할머니 시엔 추상적이거나 어려운 단어가 단 한 구절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우리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들이다. 그런데 이 시를 읽으면 마음이 놓인다. 그래서 연륜이 이렇게 중요한가 보다.

좋은 글이란 기술이 아닌, 가슴에 감동의 여운으로 남아야 진정한 글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아래 시는 문순남 할머니의 시 고려장이다.

어머니를 지게에 앉히고

깊은 산골에 들어서니

등에 업힌 어머니는 단풍잎 따서

하나씩 뿌리며 간다

 

네아들은 어머니를 버려도

어머니의 변함없는 자식 사랑

찾아올 수 없는 깊은 산속

어머니를 내려놓고 돌아서는 뒷모습

 

잘 찾아 가거라

단풍잎 따라 앞으로 그대로만 가면 돼

아들을 떠나보낸 어머니의 목소리

산천초목도 울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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