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동문성당·서산시대옹달샘봉사단, 독거어르신 임대아파트 입주보증금 마련

독거어르신 입주보증금 전달 모습
독거어르신 입주보증금 전달 모습

 

2018년 폭염이 극성을 부리던 여름이었다. 서산시대에 [르포] “도저히 안에 있을 수 없어요바깥보다 더 찌는 쪽방 독거노인들...이라는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 기사는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우리 서산에도 쪽방촌이 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시장의 지시로 복지공무원들의 현장 방문에 이어 즉각적인 실태조사와 복지지원이 시작됐다. 성일종 국회의원의 방문도 잇따랐다. 그로부터 2년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쪽방촌의 이름은 서서히 잊혀 갔다.

얼마전 지난 94일 동문동에 거주하는 한 독거어르신께서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장기 임대주택 입주 대상자로 선정 되어 이사를 하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그분은 보증금도 없는 월 25만 원 짜리 단칸방에서 거주해온 분이다. 눈물을 글썽이며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옹달샘봉사단 선생님의 목소리는 상기되어 있었다.

그녀는 독거노인생활지원사로 독거어르신의 안전을 확인하며 옹달샘봉사단으로 생필품과 식품을 지원해 오고 있다. 그러던중 독거어르신께서 ~이번 임대아파트 입주에 선정됐다는 말씀을 듣고 너무 기뻤다. 하지만 하루 이틀 날이 지나면서 어르신의 얼굴표정은 어두워 갔다.

무슨 일이에요?” 그녀의 질문에 어렵게 입을 뗀 어르신은 보증금을 넣는 날이 지났어. 다음 주까지 입금 못하면 선정 최소라고 통보가 왔어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에 그날부터 밤잠을 설쳤다.

옹달샘 봉사 일이 있는 날 그녀는 용기를 냈다. “국장님. 이러이러한 사정이 생겼어요. 왜 아시죠. 그때 그 쪽방촌 어르신이에요.”

사실 그 어르신은 2년전 쪽방촌 취재를 하면서 만난 어르신이다. 서부상가 깊은 안쪽에 2평 남짓한 창문 하나 없는 상가에서 생활을 하고 계셨다. 식수나 빨래는 공중화장실에서 해결하셨고, 그 한 여름 선풍기 하나에 온몸을 맡긴 채 긴 여름을 버텨내고 계셨다.

독거어르신을 담당하고 있는 그녀는 당장 보증금 없는 월세방을 찾아 나섰다. 마음 착한 분을 만나 월 25만 원짜리 단칸방이지만 창문도 있고, 조그만 마당도 있는 보금자리로 독거어르신을 모셨다, 오래된 TV가 고장이 났을 땐, 신문사 TV로 교체해드렸다. 오래된 선풍기 대신 냉풍기를 전달하며 생글생글 기뻐 웃는 그녀의 미소에서 천사의 얼굴을 보곤 했다. 그렇게 그녀는 지난 2년을 넘게 그 독거어르신을 돌보았다.

그런 그녀가 고민을 얘기했다. “남편한테 얘기해서 보증금을 빌려드릴까...그런 생각도 했어요.”

아니야. 우선 납기일이 얼마 없으니 긴급회의를 해보자구. 천주교 대전교구 본부장님과도 상의해보자.”

곧 이어진 회의에서 본부장님의 뜻밖의 정보가 우리를 들뜨게 했다. 천주교에 어려운 이웃을 위한 주거복지 기금이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 다음의 순서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본부장님의 안내에 따라 우선 그녀는 천주교 주거복지 지원요청 서류를 작성하고, 해당 지구인 서산 동문동 성당에 노크를 했다. 다행히 서산지구 동문성당 사회사목분과협의회장은 임붕순 중도일보 부국장으로 언론인간에 서로 존경하는 사이. 임 부국장은 속전속결로 현장방문과 함께 동문성당 신부님의 승인을 득했다. 드디어 보증금 납부 마감 날. 대전교구의 지원금과 함께 동문성당 신부님께서 사비까지 보태고, 사회사목분과협의회의 후원까지 합해 보증금 전액이 모아졌다.

실날같은 희망으로 이 소식을 기다리며 한 끼 식사도 못했던 어르신은 입주열쇠를 손에 쥐고서야 그녀를 바라보며 나 배고프다"라며 우스개 소리와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여기에 또 하나의 기쁜 소식. 우리 서산의 보배 일식 4대문파 강희재 명인께서 추석을 앞두고 독거어르신을 위해 쌀 4Kg짜리 100포대를 보내주시겠다는 연락이 최미향 부장을 통해 들려왔다. 기쁜 소식들이 연이어 쏟아지니 이 모든 일들을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지난 2년을 뒤돌아보며 우리 주변에 어려운 이들도, 그리고 이들을 보듬어주는 천사도 함께 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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