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 비법-42

장하영 장기 프로
장하영 장기 프로

장기 중급자 수준이 되면 장기 기물과 대국이 단순히 게임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대국 자체가 상대 대국자와의 대화이다. 말은 필요 없다. 그냥 서로 한 수 한 수 최선을 다해 두기만 하면 질문과 대답이 끝없이 펼쳐진다. 행마(行馬)에 대하여 해석할 필요도 없겠다. 기물이 움직이는 순간 마음속 귀에 상대의 음성이 들려온다.

그것뿐인가? 장기판에 펼쳐진 기물을 보면 풍경화가 그려진다. 그 풍경은 사람마다 다르겠다만 필자는 집이 그려진다. 궁성은 안방으로 보이고 차()는 스포츠카처럼 보인다. ()는 경호 장치이자 투시경으로 그려진다. (, )은 무엇으로 보일까?

필자는 벽이자 대문으로 보인다. 언젠가 졸은 전진해야 작전 구사 반경이 넓어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수비 위주의 장기를 두는 대국자는 전진할 줄을 모른다. 다소 소심하다만 그것도 좋다. 그들은 졸을 좌우로만 쓸 뿐이다. 전진은 예외적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 졸을 좌우로 쓸면 꼭 대문을 여닫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렇게 대문 역할을 하는 졸은 어떤 식으로 쓰는 것이 좋을까?

<장면도-1>을 보자. 중급자 간의 초중반에서 발췌하였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5e4c7d8c.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74pixel, 세로 577pixel

<장면도-1>

 

일반적으로 초반에 마가 진출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졸()이 양 진영 모두 4개 이상 있을 때는 거의 진출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꼭 마를 진출시키는 대국자가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보통은 마가 졸을 피해 변이나 고등마로 나가는 행마가 일반적인 행마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77졸을 87로 쓸어 78마의 행로를 직접 열어주는 모양도 좋다. 꼭 졸이 대문을 열어주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만일 마가 57면포 위로 진출한다면 57상을 한의 병 하나를 잡으며 희생시켜야 하므로 점수 면에서 손해이다.

 

<장면도-2>을 보자. 역시 중급자 대국에서 발췌하였는데 상황에 적합하게 일부 수정하였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5e4c0001.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14pixel, 세로 613pixel

<장면도-2>

 

이번에도 졸이 대문을 열었다. 어떤 기물을 진출시키기 위함인가? 초차이다. 일반적인 행마로 차는 변 끝에서 진출하거나 아니면 한 칸 안쪽으로 자리 옮겨 졸을 피하여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77의 졸이 87로 치워 70의 차가 진출할 수 있게 만든 장면이다. 한편 상식적으로 77의 졸은 그대로 두고 70의 차를 80으로 한 칸 옆으로 이동 시켜 진출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수순이 더 유리할지는 상황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서는 졸을 치우고 차가 진출할 수도 있고 그 반대로 차가 졸을 피해 진출할 방법이 있다는 정도를 익혀두는 것이 좋겠다.

<장면도-3>을 보자. 대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5e4c0002.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25pixel, 세로 624pixel

<장면도-3>

 

상황이 재미있다. 한껏 한 차가 장군도 부르고 초의 진영을 휘젓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다가 초는 97졸로 87로 이동 시켜 대문을 닫았다. 차는 당분간은 나갈 수 없는 위치에 있다. 더군다나 초의 차는 대문이 열려 언제든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한의 차가 갈 공간이 없다. 상대 집에 갇힌 셈이다. 초의 양상에 의해 잠재적으로 공격받을 가능성도 보인다. 이런 식으로 상대 기물이 들어왔을 때 졸로 문을 잠그면 그 기물을 잡는 경우가 자주 있으니 졸을 대문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

정리

장기 대국에 익숙해지면 장기판에 펼쳐진 기물이 풍경화처럼 느껴진다. 특히 졸(, )은 대문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을 적당히 좌우로 행마하여 다른 기물을 진출시킬 경로를 만드는 기술을 익혀야 하겠다. 상대 기물이 들어왔을 때는 그 기물을 가두고 잡는 작전도 익숙해져야겠다.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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