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 비법-41

장하영 장기 프로
장하영 장기 프로

()읽기는 장기를 포함하는 모든 보드게임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포진, 모양, 전술, 전략 모두 수읽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물론 기물의 기본적 행마를 알아야 수읽기도 할 수 있으니 구태여 따져본다면 행마가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은 수읽기라고 할 수 있겠다.

수읽기는 경험이 중요하다. 장기 고수는 초급자보다 혜안이 넓어서 짧은 시간 동안 노력을 적게 들이고도 많은 수를 읽고 좋은 수를 발견해 낼 수 있다. 수읽기에도 요령이 있으니 이에 대한 필자의 단상(斷想) 몇 가지만 소개하도록 하겠다.

1. 수읽기의 넓이를 인정하라.

사람마다 수읽기의 가로와 세로 깊이의 곱은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가로는 현 상황에서 둘 수 있는 기물의 가짓수를 의미하며 세로 깊이란 몇 번째 수까지 볼 것인가를 의미한다. 넓이는 일정해야 하므로 움직일 수 있는 기물의 종류를 모두 하나하나 고려하다 보면 내다보는 수의 깊이는 얕아질 것이다. 그 반대로 움직일 기물을 적게 선택하면 수의 깊이를 깊게 내다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수 대부분은 대부분의 유의한 기물을 7~8수 정도는 내다보고 둔다.

그러나 초급자는 이 넓이가 좁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물을 2~3수까지 연습하며 깊이를 넓혀가는 것이 좋겠다.

2. 상대방이 둔 의도부터 파악하라.

지극히 기본적인 원칙인데 대부분의 대국자가 자주 잊는 원칙이기도 하다. 장기는 결국 수() 싸움 아닌가. 상대 대국자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특별한 의도가 없는 수()처럼 보여도 대국자 자신이 모르는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급자 실력의 대국자라면 종종 함정 수()를 두기도 한다. 따라서 상대방의 행마에 대해 그 의도를 간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차렸다면 이에 응전하는 것을 중심으로 본인 기물의 수읽기를 하도록 하자.

3. 현 상황에서 본인이 둘 수 있는 첫 수는 모든 경우를 다 따져봐라.

본인 진영의 수읽기를 할 때는 일단 첫 수() 이내의 모든 경우의 수를 헤아려 보도록 한다. 혹자는 감각적으로 둘 수 있는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고도 하는데 이는 충분한 수()읽기 경험이 쌓였을 경우나 가능하다. 우리가 글자를 보는 순간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읽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장기 고수들은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무의식적으로 기물의 행마를 읽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행마를 헤아리다 보면 생각지 못했던 좋은 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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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74pixel, 세로 579pixel

<참고도-1>

<참고도-1>을 보기 바란다. 유단자의 대국에서 발췌하였다. 형세는 비슷하지만, 모양은 초가 좋다. 33에 있는 한 진영에 있는 초의 포를 보기 바란다. 38에서 33으로 넘어간 장면이다. 일반적인 수읽기라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수이다. 그거 자체로 아무런 이득도 없고 오히려 포의 이치가 불안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고 보니 아주 좋은 행마가 되었다. 한 진영의 포 움직임을 견제하고 간접적으로 차가 31에 와서 이후 차끼리의 교환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이 포의 행마 하나로 한()은 좌진영 전체가 답답해졌다.

이러한 수읽기가 가능했던 것은 초가 둘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모두 헤아려보았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면포 또는 사의 합세, 상의 진출 정도였을 것이다. 이처럼 한 수 이내의 둘 수 있는 모든 수읽기는 무조건 하는 것이 좋다.

4. 기물끼리 잡고 잡힐 때는 한 수를 더 읽어라.

수읽기를 깊게 하다 보면 기물끼리 계속 잡고 잡아 7~8수를 넘기는 경우가 있다. 이때에는 절대로 수읽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물론 기보를 머릿속에 그리며 수읽기 하는 것이 고통스럽겠지만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꼭 해야 하는 습관이다.

5. 중요한 순간에서는 수를 길게 읽어라.

지극히 당연하다. 장기 대국에서 중요한 순간이 2~3회 나온다. 이때 수읽기를 잘하면 대국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 그러므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수읽기를 해야 하겠다.

6. 난전은 되도록 피하라.

근래에 들어 난전을 좋아하는 대국자가 많아졌다. 난전은 한탕을 노리는 것과 같다. 일부러 복잡하게 만들어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의도이다. 대국은 자연히 단명국으로 끝나고 만다. 가끔 20수 이내에 끝나는 대국을 보았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그렇다면 난전을 시도하는 대국자는 승률이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다. 그러나 절반 이하라는 점은 분명하다. 난전을 좋아하는 대국자가 승부에서 승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장기는 승부 그 자체보다도 얼마나 상대 진영과 균형을 이루며 멋진 수를 내는지가 중요하다. 필자 개인적으로 수비형 장기와 빅국으로 끝나는 장기를 선호한다.

7. 생각을 멈추지 마라.

장기 고수와 초급자의 가장 큰 차이는 수읽기의 지속 여부이다. 고수는 수읽기를 멈추지 않는다. 기물의 행마를 체계적으로 나누고 가중치에 따라 수읽기의 깊이를 결정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수읽기를 하며 최적의 수를 선택한다. 그러나 초급자는 생각을 멈출 때가 많다. 장기판을 바라보고는 있지만 생각 자체는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떠한 기물을 행마할지는 선천적 감각으로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기물마다 경우의 수대로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것이다.

정리

수읽기에 관한 필자의 일반적 원칙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수읽기의 넓이를 인정하라.

2. 상대방이 둔 의도부터 파악하라.

3. 현 상황에서 본인이 둘 수 있는 한 수는 모든 경우를 다 따져봐라.

4. 기물끼리 잡고 잡힐 때에는 한 수를 더 읽어라.

5. 중요한 순간에서는 수를 길게 읽어라.

6. 난전은 되도록 피하라.

7. 생각을 멈추지 마라.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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