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약사의 「약」이야기-62

사진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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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적으로 보면 내 나이가 인생에서 딱 변곡점을 지날 때이다. 상행과 하행의 시야 전환만큼 삶의 채널이 마법같이 바뀐다. 이제 삶의 반추라는 맥락적 가닥을 마련할 좋은 기회이다. 그러나 들뜨지 말자. 잔잔한 자성적 기울임으로 족하다. 암전(暗轉)이 망설일 때 가는 호흡이 길어지듯 수양은 결코 지루하지만은 않다. 내 불완전한 행동 조각들이 보이고 여전히 총총한 미완의 꿈들도 보인다. 시한부 기억들은 소소하였던 행실과 행복들을 환기하고 절반의 여생으로 환승시킨다.

시간은 흘렀고 흐른다. 그리고 삶의 일대기를 차곡차곡 기억에 써간다. 그러나 사람의 기억은 한계가 있다. 필연적으로 오랜 기억과 새로운 기억은 둥지 싸움을 한다. 새로운 기억들은 신선함과 패기로 들이받는다. 이에 오랜 기억은 자리를 사수코자 필사적으로 맞선다. 세월 앞에 장사 없으니 오래된 기억들은 언젠간 내쫓기겠지. 얼마나 역동적인가. 삶은 시간에 선 외줄 타기 함수이며 그 속도만큼 기억은 변한다. 오래된 기억일수록 해져 남루해진다. 이제 남은 것은 마디마다 필름이 떨구진 단편적 영상일 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상수(constant) 같은 기억들이 누구든지 있다. 장기적(Long-term) 기억장치가 작동한 것이다. 썩 좋지만은 않은 기억이다. 아주 어렸던 유년 시절을 회상해보라. 그리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에 꿋꿋한 기억들은 대부분 트라우마가 동반된 경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리. 결코 회복될 수도 아물 수도 없는 기억들이다.

이러한 기억들은 마음속 반흔이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다. 잊을만한데 잊을 수 없는 불쾌한 기억들이다. 그렇다면 그런 기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왜일까. 어릴 적 기억 단 한 조각이라도 남겨질 테니까. 밋밋하게 살아간다면 어린 시절 기억은 시간에 배겨나지 못한다.

마음에만 반흔이 있겠는가.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피부에도 흉터가 있다. 흉터는 상처가 치료된 후 영구적으로 남는 자국이다. 상처가 나면 피부 조직이 손상되고 그 밑에 있는 조직(육아조직)이 성장하면서 공간을 메워간다. 그런데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그 부위에 변성이 오면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지 않고 울퉁불퉁한 모양을 지니게 된다. 심지어는 색소 이상으로 피부색이 변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아지더라도 처음 상태로의 회복은 거의 불가능하다.

흉터치료제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실리콘 겔 계열(더마틱스 울트라)이고 또 하나는 콘투락투벡스겔 계열이다. 실리콘 겔은 흉터 부위에 막을 형성하여 수분 손실을 막는다. 자연적으로 흉터 부위는 부드러워지며 장시간 사용하면 정상적인 피부로 회복된다. 콘투락투벡스 연고는 다수의 임상시험에서 그 효과가 증명된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고이다. 이 연고는 양파 추출물, 헤파린, 알란토인 3가지를 주요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기 특징적인 효과가 있다. 주로 색소 침착 감소, 콜라겐 생성 감소, 세포증식 촉진 3중 작용으로 피부의 성장을 정상화한다.

흉터치료 연고를 쓸 때 기본적인 원칙 두 가지만 유념하자. 첫째, 장기간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 피부 깊은 곳에서 피부 외부까지 완전히 성장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6개월 ~ 2년 가까지 써야 흉터가 개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상처가 생겼을 때 바로 쓰면 안 된다. 상처가 났을 시 초기에는 일단 개방된 부위를 막기 위해 항생제 또는 새살촉진제 등 상처치료 연고를 사용해야 한다. 이후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고 딱지가 떨어졌을 때 흉터치료연고를 써야 한다. 보통 상처가 난지 2주 후이다.

반복하여 얘기하지만 흉터치료 연고는 단시간 내에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꾸준히 장기간 사용하여야 한다. 그리고 상처가 아물기 시작할 때 쓰는 것이 좋으니 상처 초기에는 쓰지 말도록 하자.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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