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보면 행복은 스스로 가꾸는 사람이 장땡인 거 같어”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송경옥 화백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송경옥 화백

송경옥 화백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그녀의 아침은 다른 이들보다 확실히 빠른 새벽 5. 기상나팔 대신 창틀에 걸린 새벽 동이 아침잠을 깨우면 그녀는 서서히 몸을 풀고 일어나 긴 하루를 맞이한다.

그녀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십자가상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일이다. 기도 제목에 관해 묻자 송경옥 화백은 나를 위해, 지인들을 위해 나라를 위해, 세계를 위해 기도하지. 그러고 보니 아주 폭넓은 기도를 하고 있네라며 까르르 웃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결혼식도 성당에서 할 만큼 독실한 크리스천.

기도가 끝나면 숀리의 자전거로 유명한 엑스바이크 실내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세상을 향해 달리는데 그때마다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이 그냥저냥 짜릿하다며 왜 이런 말 있잖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고, 나도 이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으니 몸이라도 건강해야 하지 않겠어. 체력이 곧 국력이잖아라고 했다.

이런 얘기만 들으면 왠지 그녀가 뮬란 같단 생각이 들었다. 거추장스러운 공주풍의 우아한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마치 거친 전장에서 나라를 구한 여전사 뮬란처럼. 하지만 천만에 만만에 콩떡. 그녀는 화초를 돌보며 아침 인사를 나누는 천상 여자 중의 여자다.

먼지도 닦아주고 마른 잎사귀도 잘라주고, 그러고 나면 세탁물을 돌리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3시간 동안 아주 제대로 된 하루를 맞기 위해 나름 준비작업을 완벽하게 하지. 그러다 보면 아침 8, 그때서야 하루 일을 창조하기 위해 에너지를 흡입해. 위대한 식사는 말야. 살아남기 위해 먹는 게 아니라 좀 즐기면서, 생각하면서 하루 일정을 잡아나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해.

예전 같으면 아동센터로 나가 그림을 가르치고, 미술심리치료를 배운 덕분에 상담을 신청해오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송경옥 화백의 일과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림지도는 당분간 수업을 중단했고, 상담 또한 비대면으로 바꿨다.

송경옥 화백 작품
송경옥 화백 작품

요즘은 사람 만나는 것이 무서워서 밖으로는 못 나가고 달팽이마냥 집에만 틀어박혀 있어. 그 시간에 그림을 그리는가 하면 센치해지는 시간에는 뭔가를 끄적거리며 글을 쓰기도 해. 그것도 심심해지면 내 작품을 거실 벽에 전시해놓고 근사한 음악 한 가닥 들으며 감상하곤 하지.

호호 그러고 보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뭐 별딴거겠어. 이런 게 바로 소확행이지. 가만 보면 행복은 스스로 가꾸는 사람이 장땡인 거 같어. 어차피 인생은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거 아니겠어. 외롭다 생각하면 한정없이 외롭지만 또 그걸 즐기면 그런대로 괜찮더라고.”

송경옥 화백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버킷리스트도 작성해봤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포스트코로나 이후의 달라질 일상을 위해 다시 새롭게 수정할 것들을 발견했다며 속상해했다.

어떡하냐 이 세상, 정말 걱정이 태산이여. 가만 보면 코로나19도 인간들이 이렇게 만든 것 같아. 하긴 이왕 이렇게 됐으니 인간들이 다시 복원시켜야지 별수 있나.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돈 많은 사람이야 뭐 걱정할 게 있어.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들이나 문제지.

그래서 말이야. 우리끼리라도 이제는 서로서로 챙겨가며, 배려하며, 이왕이면 같은 말이라도 좀 이쁘게 하며 살아야 할 것 같아.

적어도 이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사람 멍하게 만드는 사람. 오랜만에 봤는데 어머머 얼굴이 폭삭 상했어그말 들으면 짜증 지대루지. 근데 처녀 때나 지금이나 어쩜 똑같냐. 금방 알아보겠네라는 사람은 아 진짜~~~. 설사 아니더라도 얼마나 기분 좋냐. 이런게 바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지 뭐 별딴거겠어.

암튼 나 이말 저말 막 했는데 그래도 이 말 하나는 하고 갈게.

어떤 남자가 스님을 찾아와 이런 말을 했대.

남자: 스님, 저 이 동네로 이사 오려고 하는데 이 동네 사람들은 어떤가요?

스님: 당신이 지금 사는 동네 사람들은 어떤가요?’

남자: 제가 사는 동네 사람들은 다 좋습니다.

스님: 그럼 이사 올 이 동네 사람들도 다 좋습니다.

야 대박이지. 이 남자는 분명 배려심이 서해바다보다 넓을겨. 내 말이 두서없었지? 이럴 때일수록 배려심 또 배려심으로 마스크 잘 쓰고 집콕인거 알지?

잘 살다가 코로나19 물러가면 밥이나 먹자고. 안녕~.”

송경옥 화백
송경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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