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특별한 단 하루’가 아닌 ‘소중한 일상’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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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특별한 단 하루’가 아닌 ‘소중한 일상’인 것을
  • 서산시대
  • 승인 2020.08.2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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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도 있다 ‘머피의 법칙’

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㉒
서로가 서로를 너무 사랑하는 다은이와 다연이 자매
서로가 서로를 너무 사랑하는 다은이와 다연이 자매

두 아이의 여름방학이 같은 날 시작되었다. 둘째 다연이의 어린이집은 방학이 목·금요일 이틀이고, 첫째 다은이의 유치원은 주말을 보낸 후 수요일까지로 방학이 총 5일이었다. 어린이집 개학날에 다연이를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다은이를 생각하면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3일간 나와 단둘이 추억을 쌓는 것이 좋을 테고, 다연이를 생각하면 언니와 그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좋을 터였다.

내 고민에 남편은 단호히 다연이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다은이와 둘이 시간을 보내라고 조언했다. 그동안 동생에게로 분산된 애정을 오롯이 다은이에게만 쏟으리라, 다은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하게 해 주리라 결심하며 나도 남편과 뜻을 같이했다.
문제의 월요일이 되었다. 다연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는데 엄마, 언니와 헤어지기 싫은 다연이가 예상대로 울음을 터뜨렸다. 남은 방학기간을 엄마와 둘이 재밌게 보내자고 해도 다연이와 셋이 함께 노는 것이 더 좋다던 다은이였기에 행여나 눈물이 전염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여러 차례의 설득과 아침에 출근하던 남편이 소곤소곤 일러둔 효과로 다행히 다은이는 울지 않았다.

“놀아주고 돌봐줘야 해서 힘들어. 그래도 나는 다연이랑 같이 있는 게 더 좋아”
“놀아주고 돌봐줘야 해서 힘들어. 그래도 나는 다연이랑 같이 있는 게 더 좋아”

동생이 있어서 힘들지 않으냐는 물음으로 우리 두 모녀의 시간을 시작했다. “놀아주고 돌봐줘야 해서 힘들어. 그래도 나는 다연이랑 같이 있는 게 더 좋아라 대답하던 다은이, 그럴 때 보면 언니라는 위치는 어쩌면 타고 나는 것이 아닌가 싶게 만드는 딸이다.

그날의 일정은 동물을 사랑하는 다은이를 위해 동물 카페에 가는 것이었다.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면서 혹시 몰라 전화를 걸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여름휴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화를 안 해봤으면 어쩔 뻔했나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급히 근처 실내 동물원에 전화했다. 월요일은 정기휴무일이란다.
그렇게 머피의 법칙이 시작되었다. 하필이면 그날은 월요일이었다. 월요일에 문을 여는 곳이 어디지? 날이 더워 시원한 실내 장소를 선택해야 했다. 몇 군데 알아보았으나 모두 휴무였다.

다은이와 문화예술회관 전시를 관람하고 나서
다은이와 문화예술회관 전시를 관람하고 나서

전날 저녁 SNS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문화예술회관의 전시가 생각났다. 마침 아이와 관람하기에 적절한 전시였다.관람을 무사히 끝내고 밖으로 나와 다은이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엄마랑 숨바꼭질이나 잡기놀이 하고 싶어허를 찌르는 아이의 대답! 평소에도 자주 하는 놀이가 오늘 같은 날에도 하고 싶다니. 마침 넓은 장소가 보여 둘이서 잡기놀이와 달리기를 신나게 하고, 우리는 다음 장소로 향했다.
도심에 위치한 백화점 옥상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 몇 개와 커다란 관람차가 있었다. 기대에 차 신나는 걸음으로 옥상에 도착한 순간, 우리는 굳게 닫힌 문과 공사 중인 광경을 맞닥뜨려야만 했다. ~ 이런!

팝콘을 먹으며 애니메이션을 봤지만 여전히 어린이집에 간 동생이 보고 싶다는 언니 다은이
팝콘을 먹으며 애니메이션을 봤지만 여전히 어린이집에 간 동생이 보고 싶다는 언니 다은이

백화점 안에 위치한 영화관이 떠올랐다. 팝콘을 먹으며 애니메이션을 보고, 끝나면 늦은 점심을 먹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빅샤크를 관람하는데 초반부터 겁을 먹은 다은이가 중간중간 무섭다는 말을 했다.

여러 번 달래가며 보고 있었는데 절정 부분인 주인공과 펭귄박사가 싸우는 장면에서 갑자기 다은이의 눈물샘이 터졌다. 내가 보기에는 무서워서 우는 거였는데 다은이는 연신 다연이 보고 싶어를 외쳐댔다. 상상하지 못한 다은이의 반응에 우리는 급히 극장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배가 고파 식당에 가자고 해도, 지하 푸드 코트에서 맛있는 것을 사준다고 해도 다은이의 대답은 오직 싫어. 다연이 데리러 갈래였다. 결국 우리는 맛있는 점심은커녕, 허기져 기운이 없는 상태로 돌아가야만 했다.

저녁에 치킨을 먹으려고 주문했는데 나중에 보니 관할 동네가 아니라서 자동 취소, 아이들 목욕시키면서 다시 주문하고는 한참을 기다리다가 휴대폰을 보니 결제 창 업데이트가 안 돼 결제 미완료ㅠㅠ 저녁까지 화려하게 장식해 주던 그날의 머피의 법칙’.

노래 가사에만 나오는 줄 알았던 머피의 법칙을 겪은 월요일, 그날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괜스레 헛웃음이 나온다. 무언가 특별한 경험이 좋을 것이라 오해한 나에게 숨바꼭질, 잡기놀이를 제시한 다은이를 보며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특별한 단 하루가 아닌 소중한 일상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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