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물에서 다재다능한 선수를 꼽으라고 한다면 차(車)라고 할 수 있다. 공격과 수비 그리고 중앙선 수문장으로서 못하는 게 없다. 직진성 기물이라 움직임이 쉽게 간파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직접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누가 차(車)를 싫어하겠는가? 누가 차(車)를 다른 기물과 쉽게 교환하겠는가? 차는 고수와 하수 막론하고 가장 아끼는 기물이라 할 수 있다.

전형적 장기 기보를 분석하면 차(車)가 좋아하는 위치가 있다. 통계로 분석하여도 자주 가는 위치가 있다. 이러한 위치를 먼저 선점하면 장기는 유리하게 흘러간다. 그 반대로 한발 늦게 행마하여 그 위치를 빼앗기면 장기는 불리해진다.

차의 전략적 위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공격적 측면에서 상대 진영에서의 위치이다. 둘째, 수비적 측면에서 본인 진영에서의 위치이다. 셋째, 수비와 공격 중간에 해당하는 중앙선에서 기물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위치이다.

물론 인접한 기물에 따라 위치 차이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큰 변화는 없으므로 잘 익혀두는 것이 좋겠다.

그렇다면 실전보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장면도-1>을 보자. 귀마 대 귀마 정형 포진에서 자주 접하는 상황이다.

<장면도-1>

국면을 분석해보자. 한 진영에서 좌진 차(車)를 성급하게 진출하여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좌진 포진이 완성되지 않았다. 이에 초는 좌진차로 12로 장군을 부른 후 한사(士)로 멍군을 부를 때 32로 급습한 상황이다. 결국 한은 꼼짝없이 마(馬)가 갇혔고 상(象)까지 매우 답답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장면도-1>에서 파란 박스 안의 위치가 차의 전략적 위치이다. 특히 상대 포진이 완성되지 않았을 때 들어가면 아주 좋은 위치이다. 물론 한의 우진영처럼 포진이 갖추어졌을지라도 일단 차가 들어가서 자리를 잡아놓으면 훗날에 한의 궁성을 공격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따라서 차를 공격 기물로 활용할 때에는 상대 진영의 2선에 침투하는 작전을 쓰는 것이 좋겠다.

<장면도-2>를 보자. 역시 귀마 대 귀마 포진에서 수집한 기보이다.

<장면도-2>

양 진영 모두 조심스럽게 두고 있는 형국이다. 초진영의 차 위치를 보자. 파란 박스 안의 위치가 초의 수비 전략적 위치로 중요한 자리이다. 좌변 차는 바로 앞에 있는 37졸을 보호하며 졸을 전진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장군을 방지하고 있는 자리이다. 상황에 따라 궁을 하궁시켜 좌우 진영 위치 전환도 가능하다. 따라서 수비로서 아주 좋은 위치라고 할 수 있겠다. 우진영 차는 맨 아래쪽 줄에 붙여 놓았고 언제든 졸 사이를 비집고 공격으로 틀 수 있는 자리이다. 이 차는 단순한 수비보다는 공격과 수비의 전환을 노리고 있다. 여하튼 차가 수비할 때는 파란 박스 안 위치에 자리하는 것이 좋겠다.

<장면도-3>을 보자. 귀마 대 귀마 포진에서 대국 중반 쉽게 볼 수 있는 기보이다.

<장면도-3>

한과 초 진영 중간에 있는 초차(車)의 위치에 주목하기 바란다. 이 위치는 전략적 요충지로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 왜 그럴까? 차의 행마를 완벽하게 열어 놓았기 때문이다. 사통팔달로 어느 한구석도 막히지 않았다. 차가 상대 기물의 움직임을 완전히 감시하고 있으며 공격과 수비에 언제든 가담할 수 있다. 간혹 초심자는 그 자체로 당장 상대 기물을 잡을 수 없다며 이 자리에 있는 차를 다른 위치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장기 모양이 좋아지므로 차는 그 자리에서 최대한 버티는 것이 좋겠다.

★정리★

차는 공격, 수비, 중앙에서 흔히 가는 전략적 위치가 있다. 이러한 위치는 선점하면 유리하므로 상대보다 발 빠른 행마가 요구된다. 물론 절대적인 위치는 아니므로 주위 기물 배치를 보며 판단해야 하겠다.

※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