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

맑은샘 공예사회적협동조합 이미현 이사
맑은샘 공예사회적협동조합 이미현 이사

이른 시간, 청바지에 마스크를 낀 그녀가 큰 걸음으로 카페 안에 들어왔다. 이미 큰 키만으로도 그녀임을 담방 알았다. 아침이면 자주 카페를 찾는 그녀에게 아이들이 어릴텐데 학교 보내고 오는가 보다고 묻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말도 마세요. 지금 방학인데 죽겠어요.

학원 간다고 나간 하율이가 글쎄 놀이터에서 친구랑 노느라 학원 선생님이 주변을 몇 바퀴씩이나 배회하고 난리가 아니었던 모양이에요. 선생님 전화를 받자마자 목덜미가 다 쏴~ 한 거 있죠. 곧바로 뛰어 내려갔잖아요. 찾아보니 글쎄 놀이터에서 태연하게 노는데 나 참!

그곳에서 뭐라 할 수도 없고, 96살 두 아이를 키우면서 성격 많이 죽었잖아요라며 푸념을, 푸념을 늘어지게 했다.

이미현 이사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9살 하율이와 6살 소율이
이미현 이사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9살 하율이와 6살 소율이

오죽했으면 선생님이 하율이 어머니, 이제부터는 아이랑 같이 내려오셔서 차 타는 거 보시고 들어가세요라는 거예요. 어찌나 미안하던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니까요.”

말이 끝나가기 무섭게 무릎팍을 곧추세우며 바통을 이어받은 기자는 애들이 다 그렇지. 얼마나 귀여워. 우리 하율이야 노는 게 더 급하지 학원이 급하겠어?”

그러긴 해요. 지난번에는 제가 하율아 너가 아빠니? 그래서 아침 830분에 출근하셔서 6시에 퇴근하는 거야?’라고 했다니까요. 어떨 때는 가방도 안 들고 들어오고 웃기지도 않아요. 저번에도 가방없이 빈 몸으로 쫄래쫄래 들어오길래 물었더니 놀이터에 두고 왔다고 태연하게 그러대요. 정말 기자님 말씀처럼 노는게 더 급한가 봐요(웃음).”

맑은샘 공예사회적협동조합 이미현 이사는 “우리 딸은 하고많은 날 듣는 잔소리가 지겹지도 않나 봐요라며 시원한 주스를 쭉쭉 들이켰다.

공책도 맨날 놓고 와서 숙제할 때마다 새 공책에 한다니까요. 진짜 울고 싶어요라는데 기자가 본 그녀는 울고 싶은 것이 아니라 아주 저 엄청 행복해요~”라는 모습이었다.

커리어우먼 엄마의 하루는 고단할 텐데도 거뜬히 자신의 일을 척척 해내면서도 두 아이를 똑 부러지게 키우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 일하는 엄마를 싫어하진 않아?”라고 했더니 애들은 엄마가 일하는 건 좋은데 그래도 꼭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단다.

유리공예를 전공했지만 접근성이 좋지 않아 서비스업계에서 일했고, 그러다 34살 늦깍이 나이에 결혼하여 서산으로 내려온 서울내기 맑은샘 공예사회적협동조합 이미현 이사’.

벌써 서산살이 10년이 되었고 현재는 디자인 비누, 아로마 캔들, 양말공예, 베이킹 등으로 전환하여 사회생활 베테랑이 되어있는 그녀는 이름하여 커리어우먼이다.

저는 놀이터 죽순이 우리 아이들때문에 아파트에서 유명세 탈까 봐 무서워요라는데 표정은 전혀 유명세를 두려워하지 않는 천상 딸바보 엄마!

자기 일을 하면서 당당히 아이들도 잘 키우고 싶은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욕심인가요? 정말 그렇게 되도록 많은 분이 나서서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도와주는 건 어렵지 않아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 듯, 마을도 국가도 세계도 다 나서주면 좋겠어요. 우리 애들이 마스크 없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놀이터에서 놀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도와주는 거거든요라며 우리 두 애들 잘 키우려면 시금치부터 사가야겠어요. 시금치 먹고 뽀빠이 아저씨처럼 힘 좀 키워서 엄마노릇 잘 좀 해보게요라는 그녀의 웃음이 오늘따라 씩씩해보인다.

대한민국 모든 엄마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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