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 비법-38

장하영 장기 프로
장하영 장기 프로

대국 초반 속공보다는 포진을 갖추고 공격을 차분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장기 초급자들이 포진은 등한시하고 섣불리 공격부터 하는 경우가 있으나 손해 보기 십상이다. 통계적으로 헤아려도 대국 시작부터 무작정 공격하는 대국자는 20여 수 진행되지 않아 패색 짙는 경우가 많았다.

포진이란 수비를 먼저 갖추고 공격을 대비하기 위한 적절한 기물 배치를 말한다. 여기에는 대국자 취향에 따라 왕, , , , , ()의 위치가 결정된다. 이 중 흥미로운 한 가지가 있다. 보통 포진에서 졸의 배치는 다른 기물의 배치에 종속하는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엄연히 졸도 중요한 기물이며 무려 5개나 된다. 비록 발은 느리지만 말이다.

포진에서 졸은 어떠한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일종의 지뢰밭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다른 기물, 이를테면 상, 차 등의 기물에 따른 위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위치를 결정할 수 있다.

이에는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 첫째, 적어도 2개의 졸을 붙여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외졸일 때 다른 기물에 쉽게 잡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졸을 붙여놓아 양졸이 서로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둘째, 여의찮아 외졸인 경우 반드시 마가 지켜줘야 한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 차, , 상으로 지킬 수 있으나 대국 초반 포, 상으로는 역부족이다. 일반적으로 마로 지켜주는 것이 모양이 좋다. 셋째, 두 무리로 나누되 한 무리는 주로 중앙 쪽으로 모으는 것이 좋고 다른 무리는 변 쪽이 좋다. 넷째, 본인 진영에서 한 칸 전진하는 것은 그리 조심할 것이 없으나 상대 진영으로 넘어갈 때(, 중앙선을 넘어갈 때)는 세심한 수읽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졸이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순간 지켜줄 만한 기물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전보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장면도-1>을 보자. 정형화된 포진으로 이루어진 대국에서 발췌하였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414c64ca.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75pixel, 세로 574pixel

<장면도-1>

초의 졸() 위치에 유념하기 바란다. 매우 흔하게 나오는 위치이다. 전반적으로 졸이 중앙에 있다. 다만 우변 졸은 합졸하지 않았다. 만일 우진 졸이 87로 졸 3개가 합졸하였다면 어땠을까? 일견 타당해 보이기는 하나 결과적으로 좋지 않다. 졸은 전체적으로 퍼져서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따라서 너무 안쪽으로 졸을 모으는 것은 좋지 않다 지금처럼 하나의 졸은 변에 그대로 두고 끝에 있던 차를 한 칸 옆으로 치워 진출을 모색하는 것이 좋은 요령이다.

<장면도-2>를 보자. 역시 정형화된 포진으로 이루어진 대국에서 발췌하였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414c0001.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17pixel, 세로 618pixel

<장면도-2>

역시 졸의 위치를 눈여겨보자. 4개가 모두 한 칸씩 전진하였다. 작전 반경을 넓히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그만큼 졸의 행마 한계가 드러난다. 더 이상 진출하기는 무리이다. 그리고 뒤에서 받쳐줄 강한 기물이 필요한데 대국 초반에는 마가 그 역할을 하면 된다. 지금 형국은 초의 양마가 대부분의 졸을 지켜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작전 반경을 넓히는 대국자는 주로 수비형 위주의 기풍으로 대국은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장면도-3>을 보자. 역시 정형화된 포진으로 이루어진 대국에서 발췌하였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414c0002.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30pixel, 세로 628pixel

<장면도-3>

졸의 위치가 <장면도-1>과 비슷하다. 미세하지만 기풍이 다르다. 우진 졸 위치에서 차이를 보인다. 졸은 중앙보다는 변을 차지하여 중앙이 약해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36의 차를 보라. 요석을 차지하였다. 매우 중요한 자리이다. 따라서 변에 졸을 붙이는 경우 차는 중앙으로 진출하여야 한다. 다소 중앙 수비는 약해지더라도 차의 활발한 행마에 의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이후 예상되는 진행은 차의 선택에 달려 있다. 졸을 진출 시켜 상대 병과 교환을 할 것인지 상으로 양병을 취할 것인지 상황에 따라 적절한 판단을 하여야 한다.

정리

보통 포진에서 졸()은 다른 기물에 수반되어 움직이는 부차적인 기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졸은 양적인 측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졸 입장에서 포진을 갖출 역발상적 수읽기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졸은 합졸하는 것이 원칙이고 중앙과 변에 적절히 배치하여야 한다.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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