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괜찮아, 나는 엄마니까!
상태바
불편해도 괜찮아, 나는 엄마니까!
  • 서산시대
  • 승인 2020.08.07 2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20
두 딸과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엄마 최윤애 교사
두 딸과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엄마 최윤애 교사

 

넓고 넓은 밤하늘엔 누가 누가 잠자나. 하늘 나라 아기별이 깜빡깜빡 잠자지.

깊고 깊은 숲속에선 누가 누가 잠자나. 산새들이 모여 앉아 꼬박꼬박 잠자지.

포근포근 엄마품엔 누가 누가 잠자나. 우리 아기 예쁜 아기 새근새근 잠자지.

-목일신 시-

2개의 유아용 범퍼침대를 붙인 곳에서 잠을 자고 있는 다은이와 다연이
2개의 유아용 범퍼침대를 붙인 곳에서 잠을 자고 있는 다은이와 다연이

2개의 유아용 범퍼침대 사이에서 아이들을 재우다가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어버린 날에는 새벽에야 비몽사몽으로 문가에 펴 둔 작은 요에서 몸을 쭉 뻗어본다. 안방에는 거대한 흙침대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어 작은 방에서 오밀조밀 세 모녀가 생활한 지 어언 2년이 흘렀다.

아이들 방에 유아용 옷장과 범퍼침대 둘을 놓고 나니 남는 자리는 겨우 싱글사이즈 요 한 장 크기. 낮 동안에 고이 접혀 있던 내 요는 밤이 되어야 문가에나마 펼칠 수 있지만 그조차 문을 여닫을 때마다 접혔다 펴졌다 하는 신세가 된다.

그러니 내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2층 침대를 놓아줄 때가 되면 사정이 조금은 좋아질 테지.

다은이를 낳고 얼마간 아기와 남편과 나, 이렇게 셋이서 같은 방을 쓴 적도 있었다. 자정이 되면 잠을 이기지 못하는 남편에게 대학시절 붙여진 별명은 신데렐라’. 그는 군인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학군단(ROTC)에 들어갔다. 임관 후 군 생활을 하던 남편은 표창을 받기도 할 만큼 제법 성실했던 모양인데, 밤을 새우는 당직근무와 일주일간 밤새 이어지는 야외훈련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의무 복무기간을 채우고 전역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남편은 잠이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쉬이 입가나 코에 헤르페스(단순포진바이러스)가 생긴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라 남편에게 안방에서 따로 잠을 자도록 권유했지만 무슨 패기인지 신생아와 함께 자겠다고 고집했다.

남편에게 안방에서 따로 잠을 자도록 권유했지만 신생아와 함께 자겠다고 했던 남편
남편에게 안방에서 따로 잠을 자도록 권유했지만 신생아와 함께 자겠다고 했던 남편

아빠들은 아기가 우는 소리에 둔감하다는데 우리 남편은 거기에 해당되지 않았고, 새벽에 몇 번씩 아기 울음소리에 잠을 깨다 보니 특히나 아침에 힘들어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버티다 일이 터졌다.

어느 날 밤, 속이 불편하다는 남편이 눕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누워도 보고 소파에 앉아도 보고 걸어도 보았지만 불편한 속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걸을 때가 그나마 낫다며 안절부절못하던 남편은 급기야 그 추운 겨울밤 12시경에 차에서 시트를 젖힌 채 자보겠다며 담요를 챙기는 것이었다.

나는 사태가 심각함을 인지하고 응급실에 방문하도록 설득했다. 처음에는 날이 밝으면 병원에 가겠다던 남편이 도저히 못 참겠는지 결국 새벽에 응급실로 향했고, 주사와 수액을 맞은 후에야 겨우 집으로 돌아와 눈을 붙일 수 있었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방문한 병원에서 위내시경을 한 남편은 급성 위염으로 진단받았다.

된통 고생했는지 그 후로 그는 너른 안방의 흙침대에서 독수공방을 자처한다. 허리 디스크가 있는 나를 위해 구입한 흙침대인데, 결국 그 주인은 내가 아니었나 보다. 또르르~

대신 나는 데굴데굴 몸부림치며 자는 아이들 덕에 때로는 새우잠을 자고, 때로는 얼굴을 크게 한방 얻어맞기도 한다. 자다가도 웅얼대는 아이의 잠꼬대에 눈이 번쩍 떠지기도 하고, 목마르다는 소리에 몸을 벌떡 일으켜 물을 먹이며, 또 때론 소변이 마렵다면 요를 접고 일어나 동행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엄마인 나는 피로에 지칠지언정 다른 문제는 없다. 엄마란 이렇게 타고 나는 게 아닌가 싶다. 내 딸들도 자라서 본인의 선택에 따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것이다. 만약 내 아이들이 엄마가 된다면 그때 그 시절 엄마 품에서 새근새근 잠들던 그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릴 수 있을까?

서로가 서로를 챙기며 커가고 있고 두 딸들
서로가 서로를 챙기며 커가고 있고 두 딸들

아이들이 크고 나면 좁은 방에서 셋이 부대끼며 잠을 잤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추억이 되겠지. 듣기만 해도 벅찬 이름인 엄마라는 단어! 나를 엄마로 만들어 준 소중한 두 딸 다은이와 다연이. 아직은 빵점 엄마지만 그럼에도 쉴 새 없이 나를 엄마라고 불러주는 두 딸이 있어 오늘도 나는 기꺼이 이 시간을 견딜 수 있다.

다은이와 다연이
작은 돌멩이를 모으는 언니 다은이와 그런 언니를 바라보는 동생 다연이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